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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와 산하 자문기구인 '4대강(금강) 재검토특위'가 머쓱한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 9일 오후 '충남도 4대강 재검토특위'(공동위원장 김종민 충남도 정무부지사· 허재영 대전대 교수)는 김종민 충남도 정무부지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부여보와 금강보 건설 사업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부여 왕흥사지를 비롯해 구드레나루와 공주 곰나루(고마나루) 등 공주·부여 일대의 백제문화재 훼손이 심각히 우려된다"며 국토해양부 등에 '공사 중단'과 '문화재 정밀재조사'를 긴급 요청했다. 4대강 특위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의 가치가 충분한 유적지가 심각하게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며 거듭 공사 중단과 정밀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10일 국토해양부가 보도해명에 나서면서 상황은 뜨악해졌다. 국토해양부는 이날 자체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4대강 특위가 핵심적으로 문제 삼은 왕흥사지 주변(500m 내)에서 진행되는 준설공사와 관련, "이는 (충남도가 추진 중인) '2010 세계 대백제전' 행사시설을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국토해양부 "왕흥사지 주변 준설은 충남도 주최 '세계 대백제전' 행사시설"

 

확인 결과 '4대강(금강) 재검토 특위'가 문제 삼은 왕흥사지 주변에서 진행되는 준설공사는 충남도 주최로 오는 9월 18일부터 한 달 동안 열리는 '2010 세계 대백제전'과 관련한 낙화암 왕흥사지 수상(水上)무대를 조성하기 위한 공사로 드러났다.

 

충남도는 '대백제전' 행사에서 화려한 수상 쇼를 위해 부여 낙화암 왕흥사지 수상무대(1326석)와 공주 고마나루 수상무대(1352석)를 각각 조성 중이다. 영구시설물인 수상무대는 각각 가로 30m, 세로 40m의 나루터 형태로 다양한 무대 활동이 가능한 원형무대로 설계돼 있다. 모두 60억 원에 이르는 사업비로 4대강살리기사업 관련 예산이 투여되며 현재 각각 5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충남도가 자신들이 요구해 대백제전 수상무대를 만들고자 왕흥사지에서 벌이고 있는 준설사업과 관련한 문제점을 국토해양부에 제기한 셈이 됐다. 게다가 기자회견 당시 기자가 김 정무부지사에게 왕흥사지 수상무대로 인한 문화재 훼손 우려 여부와 문화재 정밀조사 필요성 여부를 물었으나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는 답변이 반복됐다.

 

또 다른 일도 있다. 김 정무부지사와 '4대강(금강) 재검토특위'는 최근 들어 기자회견을 통해 "환경영향평가를 부실하게 해 보존가치가 큰 천내습지(금산 저곡지구 사업장)가 훼손될 우려에 직면해 있는 것을 충남도가 찾아내 스스로 시정하도록 조치 중이다"라고 밝혀왔다. 그러나 확인 결과 충남도가 아닌 금강유역환경청이 자체 조사를 통해 천내습지를 원형 보존할 수 있도록 설계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재영 공동위원장 "충남도에 경위 해명 요구할 것"

 

의문은  '4대강(금강) 재검토특위' 회의 때마다 충남도 관련 부서 공무원들이 배석해 특위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데도 사실과 다른 핵심내용이 반복해 발표된 점이다. 기자회견 때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충남도 정무부지사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됐는데도 사정을 잘 아는 충남도내 공무원 누구도 이를 바로잡지 않은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에 대해 허재영 '4대강(금강) 재검토특위' 공동위원장은 "왕흥사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국토해양부 답변자료 등을 토대로 충남도에 사실을 확인 중"이라며 "만약 현재 왕흥사지 주변에서 벌이는 준설사업이 국토해양부 답변처럼 충남도 주최의 '대백제전' 행사시설을 위한 수상(水上)무대 공사인 것이 맞다면 충남도에 공식적으로 경위 해명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대강(금강) 재검토특위'는 왕흥사지 부근의 공사내용과 무관하게 '공사 중단'과 '문화재 정밀재조사'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수상무대를 비롯해 부여보와 금강보 등 건설 및 준설 공사로 인한 문화재 훼손 우려가 심각하다는 인식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토해양부는 "공주·부여 일대의 문화재는 문화재위원회의 심의·허가를 받아 법적·제도적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도 "금강보 건설로 인한 관리수위 상승(4.74m→8.75m)으로 '고마나루' 백사장 일부의 침수가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안희정 지사, '대백제전 수상무대 포기' 용단 내릴까

 

하지만 충남도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백제전'과 관련해 수상무대 건설공사를 먼저 중단하는 용단을 내릴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와는 별도로 '대화'와 '협의'를 통한 소통으로 4대강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산하 자문기구인 '4대강(금강) 재검토특위'와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충남도는 지난달 28일 안희정 도지사를 비롯해 특위 공동위원장인 김종민 정무부지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4대강 정비 사업의 대안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4대강(금강)사업 재검토 특별위원회' 및 '전문가포럼' 출범식을 열었다. 안 지사는 이 자리에서 관계공무원들에게 "충남도의 중점사업으로 간주,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지시했었다.


태그:#충남도, #4대강, #백제문화재, #세계대백제전, #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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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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