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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왠 축제냐고?

성미산을 지키느라 일상생활을 유지하기조차 힘들다는 성미산 마을 사람들이 웬 축제 준비? 혹시 벌써 홍익재단이 대체부지를 마련해서 성미산 훼손을 포기한 것인가? 그래서 승리의 축제를 여는 것일까? 아니면 이제 산은 그만 지키려는 것일까?

그게 아니다. 성미산 주민들은 매일 밤 문화제를 하고, 일인시위하고, 조를 짜서 성미산 벌목을 막고 텐트를 사수하느라 지금도 너무 바쁘다. 놀 시간도 없다. 평소에 그렇게 많이들 모이던 동네 동아리와 단위별 모임들이 성미산 지키기가 끝나기 전까지 대부분 소강 상태에 들어갔다. 마을 주민은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성미산을 지키는 데 시간과 마음을 내고 있다. 그야말로 마을의 모든 역량이 성미산 지키기에만 총집중하고 있지만 산을 지키는 일은 늘 힘겹고 더운 날씨까지 겹쳐서 피폐해지기 일쑤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생각했다. 열심히 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즐기면서 해야 한다. 신명나게 하지 않고 의무감만 쌓이면 지치고 서로 상처를 줄 것이다. 그리고 마을 이외의 다른 이들과 함께 공유하지 않으면 외로울 것이다. 성미산을 지켜달라는 호소도 울며불며 하기보다는 산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자.

게다가 마을 주민들도 휴가를 떠나고는 싶은데 성미산은 지켜야겠고, 이래저래 차라리 사람들을 불러서 함께 휴가를 즐기면 어떨까 싶었다. 성미산마을의 자랑거리였던 성미산마을축제를 짧게나마 맛보게 해주고, 마음을 다해 성미산마을과 성미산의 사정을 이야기해보고 싶어졌다.

아름다운 소통을 꿈꾸며 마을을 열다

성미산생태캠프에 오시라고 예쁜 초대장도 만들었다.
▲ 성미산생태캠프 '아름다운 소통' 성미산생태캠프에 오시라고 예쁜 초대장도 만들었다.
ⓒ 성미산생태캠프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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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이런 아이디어는 결국 성미산생태캠프 '아름다운 소통'으로 모아졌다. 마을을 활짝 열어 사람들을 초대해 1박2일 즐겁게 놀아보기로 한 것이다.

다들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지만, 막상 멀리 떠난다고 훌륭한 휴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늘막 텐트 하나 빌리는 데도 몇 만원, 허름한 민박을 구하는데도 십만이 넘는 바캉스 바가지까지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다. 성미산 마을 주민들은 그러지 말고 성미산에 캠프를 치고, 성미산학교에서 침낭 깔고 자고, 성미산 주민들 집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휴가를 보내보라고 유혹하고 있다.

사실 성미산마을 주민들의 노는 실력은 보통이 아니다. 2010년 9회째 치렀던 성미산마을축제는 지역의 축제 중에서 가장 자발성이 돋보이는 '축제 중의 축제'로 평가된다.

대부분 마을축제란 것이 관에서 주도하여 넉넉한 예산으로 외부에서 초대가수를 불러 구색이나 맞추고 정작 마을주민은 동원하기에 급급하지만, 성미산마을은 다르다. 성미산 마을축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을 주민들, 마을에 있는 가게, 마을에 있는 단체, 마을에 있는 동아리들이 주축이 되어서 상상하여 기획하고, 상상한 만큼 이뤄낸다. 축제가 거듭되면서 마을 구성원들은 음악과 연극과 춤과 사진과 영상을 사랑하고 즐기는 그야말로 문화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번 성미산생태캠프 '아름다운 소통'은 그동안 성미산마을이 해마다 발전시켜 온 마을축제의 경험을 모두 쏟아 부어 즐거운 한마당을 만들려는 것이다. 문화제와 일인시위라는 다소 진부한 시위의 방법 이외에 '성미산 지키기'라는 이슈를 알리는 또 다른 문화적 행동을 해보자는 의미도 있었다.

성미산 사람들은 축제에서 모두가 주인이다. 주민이 기획하고 출연하고 구경하고 그야말로 북치고 장구치며 축제를 즐긴다.
▲ 성미산마을축제 모습들 성미산 사람들은 축제에서 모두가 주인이다. 주민이 기획하고 출연하고 구경하고 그야말로 북치고 장구치며 축제를 즐긴다.
ⓒ 가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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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주말, 성미산에서 시원한 한마당

성미산생태캠프는 이래라 저래라 강요하는 사람도 없고, 프로그램에 불참한다고 얼굴 붉히는 사람도 없다. 1박2일로 모든 프로그램을 참가해도 좋지만, 중간중간 마음이 가는 프로그램만 참가해도 된다. 성미산생태캠프의 전 일정은 아래와 같다.

모든 프로그램에 참가해도 좋고, 끌리는 것 하나만 즐기고 가셔도 좋다.
▲ 성미산생태캠프 프로그램 모든 프로그램에 참가해도 좋고, 끌리는 것 하나만 즐기고 가셔도 좋다.
ⓒ 성미산생태캠프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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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을 지키는 천 그루의 나무' 흥겨운 퍼레이드

하나하나 프로그램을 살펴보자. 일단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으시다면 토요일(7일) 1시에서 4시까지 열리는 성미산 퍼레이드에 참석하면 된다. 퍼레이드의 주제는 '성미산을 지키는 천 그루의 나무'이다. 드레스 코드가 있는데 나무를 상징하는 무엇이든 하나 걸치는 것이다. 나뭇잎 모양의 머리핀이나 헤어밴드, 고무줄도 좋고 그저 초록색이나 갈색 옷을 입어도 좋고, 코스프레 수준의 멋진 분장을 해도 좋다. 좀더 즐거운 행진을 하고 싶으시다면 멜로디언, 리코더, 파리, 단소 등 악기를 가지고 오시면 좋다.

퍼레이드는 이미 집회신고를 해서 합법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므로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여유있게 걸을 수 있다. 성서초등학교 앞에서 1시부터 준비하여, 서교사거리를 지나 홍대정문으로 갈 예정이다. 홍대 앞에서는 성미산의 쓰러진 나무 위령굿 등 성미산지키기 문화행동의 재미있고 슬픈 퍼포먼스가 준비되어 있다.

홍대에서 퍼포먼스가 끝나면 경성고등학교 사거리로 다시 행진, 농성텐트장으로 가서 성미산 승리 기원굿을 한다. 이어 성미산 음악회가 마련된 비둘기산 무대까지 행진하면 퍼레이드는 끝난다. 대체로 4시 정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아이들도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라서 체력이 약하거나 걷기 싫어하시는 분들도 도전할 만하다.

2010년 성미산마을축제에서 했던 퍼레이드 모습이다. 이날의 드레스코드는 분홍! 이번에는 초록이다.
▲ 성미산마을축제 퍼레이드 2010년 성미산마을축제에서 했던 퍼레이드 모습이다. 이날의 드레스코드는 분홍! 이번에는 초록이다.
ⓒ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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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숲속음악회에서 인디밴드의 숨결을 느끼고

음악회만 즐기고 싶다는 분께는 4시부터 성미산 비둘기동산에 마련한 무대에서 진행되는 타악즉흥 워크숍과 성미산숲속음악회에 초대한다. 나모리 드럼 서클은 요즘 한참 인기가 좋은 젬베 워크숍이다.

또한 4시 30분부터는 갤럭시 익스프레스, 게으른오후, 단편선, 부나비, 아마밴드, 야마가타트윅스터, 코발트블루, 하현진이 함께하는 <성미산숲속음악회>가 이어진다. 주로 성미산지키기에 공감의 뜻으로 출연해주시는 인디밴드들이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이미 성미산 거리 문화제에도 출연해주셔서 마을 주민들에게 아이돌밴드 이상의 인기를 얻고 있다. 단편선과 하현진 등은 두리반을 지지하는 인디밴드 공연으로 유명하여 성미산 마을과 이미 여러번 만났다. 무엇보다  성미산마을 주민들이 만든 밴드 동아리 아마밴드에 대한 기대는 대단하다. 이제 성미산 아마(엄마 아빠)밴드가 인디음악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공연을 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마을 주민들은 뿌듯함까지 느낀다. 성미산을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다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공연, 그것도 여름밤 숲속에서 하는 공연은 매우 이색적인 자리가 될 것이다.

갤럭시익스프레스, 게으른오후, 단편선, 부나비, 아마밴드, 야마가타트윅스터, 코발트블루, 하현진이 함께 할 예정이다.
▲ 성미산숲속음악회 갤럭시익스프레스, 게으른오후, 단편선, 부나비, 아마밴드, 야마가타트윅스터, 코발트블루, 하현진이 함께 할 예정이다.
ⓒ 성미산마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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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환경영화제에서 단편영화도 즐기시고

저녁에만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저녁나절 성미산마을로 오셔서 마을사람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만든 성미산마을밥상 등에서 맛잇는 식사를 하고 8시 30분부터 성미산 비둘기동산에서 하는 성미산환경영화제에만 참여하셔도 좋겠다.

'찾아가는 인권영화제'라는 콘셉트로 진행되는 이 시간에는 반딧불 뉴 엘도라도 외 단편 2편을 상영한다. 밤 10시가 되면 토요일 공식 프로그램은 끝나고, 1박2일의 진수 밤새 놀기를 자유롭게 즐기시면 된다. 성미산 주민들이 출자한 작은나무에서 시원한 커피와 맥주를 하셔도 좋고, 주민들과 함께 성미산 이야기를 나누셔도 좋다. 따로 또같이 마련된 여기저기 숙소에서 잠자기보다는 주로 놀며 이야기하며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면 된다.

성미산 숲 산책 및 신나는 부스 나들이

8일(일)에는 아침식사를 하시고 9시부터 모여서 이번 공사로 훼손된 현장을 포함한 성미산산 숲 산책 및 현장 안내가 있다. 마음이 조금 아프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겠지만, 왜 이 지역 사람들이 작은 산을 이렇게도 아끼는지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일요일 오전 10시부터는 마을 여기저기에 마련된 공방 워크숍, 생태벼룩시장, 아시아Zone 등 여러가지 부스를 오가며 자유롭게 참여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각자 자신이 팔고 싶은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나눠보는 생태 벼룩시장에서 마음을 끄는 물건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다문화모임에서 주도하는 아시아Zone에서는 아시아 전통의상을 보고 아시아 전통놀이를 체험해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성미산 주민들이 공동출자한 카페에서 엄청나게 인기를 끌며 팔리고 있는 성미산나무로 만든 목걸이를 직접 만들어보는 기회도 마련된다. 2003년 배수지 공사로 쓰러진 성미산 나무를 가지고 주민들은 액세서리를 만들어서 400만원이 넘는 투쟁기금을 마련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마을주민들은 시간을 쪼개어 쓰러진 성미산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나무를 다듬는 어린이와 엄마들은 쓰러진 나무를 생각하며 마음이 아프지만 이렇게 성미산을 지켜달라는 메시지를 담은 목걸이로 다시 태어난다면 나무에게 조금 덜 미안하지 않나 그런 마음이다.

성미산 마을주민들은 성미산의 쓰러진 나무를 예쁘게 다듬어 목걸이를 만들고 있다. 이번 축제에서는 이와 같은 공방도 마련된다.
▲ 성미산나무의 호소 성미산 마을주민들은 성미산의 쓰러진 나무를 예쁘게 다듬어 목걸이를 만들고 있다. 이번 축제에서는 이와 같은 공방도 마련된다.
ⓒ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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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전래놀이를 하며 추억에도 잠겨보고

점심을 먹고 난 뒤 오후 2시에는 <그대로와 함께 하는 전래놀이 2시>를 한다. 전래놀이는 그동안 성미산마을 아이들이 해왔던 인기프로그램이다. 아빠와 엄마들은 어렸을 때 많이 해봤던 놀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들도 아는 놀이, 컴퓨터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우리네 전래놀이들을 아이들과 함께 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연 만들기, 구슬치기, 공기놀이, 손뼉치기 등을 하면서 추억에 빠져보거나 아이들과 모처럼 흐뭇한 시간을 즐기고 나면 공식적인 프로그램은 끝난다. 아참, 모두 함께 모여서 성미산캠프에 왔었다는 인증샷은 한장 찍어야 제대로 끝이 난다고 한다.

성미산마을로 오세요!

성미산 생태캠프 '아름다운 소통'은  이번주 주말에 열린다. 성미산은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 있다. 지하철로 오시려면 망원역이나 마포구청역에서 내리시면 된다.

참가비는 없지만 밥은 맛있는 마을 식당에서 사서 먹어야 한다. 잠자리는 제공하지만 다소 불편하기도 할 것이다. 공연을 보실 때 좀더 쾌적하게 앉기 위해서는 등산 가거나 집회 갈때, 또는 목욕탕 갈때 가지고 가는  접이식 방석 하나쯤은 가지고 다니시면 좋을 것 같다.

참가하실 때 주의사항은 미리 신청을 해주시면 좋다는 것이다. 잠깐 퍼레이드나 음악회, 영화제를 보시고 돌아가실 것이라면 모를까 만약 성미산마을에서 진정한 1박2일을 하고 싶으시다면 꼭 신청을 해주셔야 한단다. 특히 텐트를 가지고 성미산에서 주무시려면 선착순 접수를 한다고 하니 서두르셔야 할 것 같다.

성미산마을주민들은 성미산을 지켜달라는 호소가 아닌 산과 공동체의 의미를 함께 즐기는 아름다운 소통을 시도한다.
▲ 성미산생태캠프포스터 성미산마을주민들은 성미산을 지켜달라는 호소가 아닌 산과 공동체의 의미를 함께 즐기는 아름다운 소통을 시도한다.
ⓒ 성미산생태캠프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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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2010년 8월 7일(토) ~ 8일(일)
▪ 장 소: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 일대 및 비둘기산 무대
▪ 대 상: 성미산 지키기를 지지하는 사람 누구나
▪ 참여방법: 온라인 mapohope@hanmail.net 신청 또는 현장신청     
▪ 자세한 안내는 http://cafe.daum.net/sungmisan2010
▪ 문의 : 02.322.0345 / 010.7768.5014 (설현정)
▪ 1박2일 하실 분들 준비물 : 텐트, 침낭 등 (텐트는 선착순입니다.)
▪ 퍼레이드 준비물  : 나무들의 행진을 표현 할 만한 옷치장 및 손악기
▪ 생태벼룩시장 준비물 : 안 쓰게 된 물건, 물려주고 싶은 장난감 등


태그:#성미산, #성미산마을, #성미산생태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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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의 회원으로 언론모니터를 시작하여 민언련 모니터부장, 협동사무처장, 사무처장, 공동대표 등으로 언론개혁운동을 했습니다. 현재는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으로 인권 관련 미디어비평을 하고, 매주 일요일 8시 유튜브 <뭉클했슈>를 통해 작은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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