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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고 다녀?"

많은 분들이 우리에게 묻는 질문입니다.

"네. 아직까지는 잘 먹고 다닙니다"

우리의 대답입니다. 힘든 여정은 밥 힘으로 버텨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끼니는 거르지 않고 먹으려 노력합니다.

어제(9일) 숙소 근처와 오늘(10일) 점심을 먹은 곳 부근에 인터넷을 할 장소가 없어 9일과10일의 여행기를 함께 올립니다.

[9일 도보 일정]

06시 기상, 06시 30분 도보 시작, 12시 공주 도착, 점심 식사 후 휴식, 보건소에서 발 상태 검사, 16시 도보 종료 후 공주 시내 찜질방에서 취침.

[10일 도보 일정]

07시 기상, 07시 30분 도보시작, 논산으로 향하는 23번 국도변에서 1시께 점심 식사, 19시 논산 도착 후 도보 종료.

우리의 발 상태는 아직 'OK!'

탁 트인 도로를 따라 공주까지 가뿐하게 걸음을 옮겼습니다. 다들 잠을 푹 자고 아침까지 든든히 먹어서인지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간단히 낮 12시께에 공주 도착!

하지만 쉬지 않고 많은 걸음을 걸어서인지 다들 발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차드, 자취생, 야생마의 발에는 많은 물집이 잡혔고, 삐삐는 무릎이 좋지 않습니다. 발에 대한 고민을 하던 찰나에 보건소 표지판이 보입니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보건소에서 간단한 발 검진을 받아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약간 긴장한 모습입니다. '발 상태가 좋지 않아 더 이상 걷지 못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건소 안. 진료 등록을 하고 순서를 기다려야 하지만 환자 분들이 없어 바로 진료실로 향했습니다. 우리를 보신 의사선생님께서 '피식' 웃으십니다. 다들 찌들은 복장에 절뚝거리며 들어 갔으니 충분히 그러실만 합니다.

'발이라도 씻고 진료를 받았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냄새나는 우리 발을 만지시며 친절히 설명해 주십니다.

다행입니다. 우리의 발에는 아직 큰 문제는 없어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하면 충분히 더 걸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한시름 놓는 우리의 모습이 보입니다.

4대강의 현장을 보다

아산을 다라와 공주 시내로 진입하려면 큰 다리를 하나 건너야 합니다. 다리를 건너는데 아래쪽에 큰 공사 현장이 보입니다. 4대강 중 하나인 금강의 공사 현장입니다.

이미 많은 준설토를 쌓아 강물이 흐르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준설토를 쌓아 강물이 흐르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 송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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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중간을 준설토로 막아 진행되고 있는 공사 현장입니다
 강 중간을 준설토로 막아 진행되고 있는 공사 현장입니다
ⓒ 송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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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드가 토목공학과에 다니기 때문에 4대강 공사의 장점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정부는 4대강 공사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합니다. 강이 정화될 수 있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유유히 흘러 가던 강물을 물길을 차단 당하고 인위적으로 꾸며진 길을 따라 흘러가야 합니다.

이미 많은 물길이 막혀 한 쪽으로 강물이 편중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만약 이렇게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폭우라도 내린다면… 갑자기 아찔해 집니다.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지, 그리고 강의 정화 작용에 얼마나 큰 보탬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잘 흐르고 있는 강물을 막고, 보를 설치하고 인위적인 물길을 만든다면 분명히 자연은 분노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강물 위에는 부연 이물질들이 떠다닙니다
 강물 위에는 부연 이물질들이 떠다닙니다
ⓒ 송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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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흐르던 길을 잃고 이제 한쪽의 조그만 길로만 흘러 갑니다
 강물은 흐르던 길을 잃고 이제 한쪽의 조그만 길로만 흘러 갑니다
ⓒ 송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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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있는 그대로가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4대강 중 하나인 금강의 공사 현장을 본 자취생은 마음이 아팠습니다.

23번 국도, 니가 이기나 우리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오늘(10일) 우리의 목적지는 논산이었습니다. 어제(9일) 찜질방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약간 무리라고 생각 될 수도 있는 약 40km를 걸을 생각이었습니다.

다행히 아침을 먹는데 옆자리에 앉아 계시던 분이 논산을 가는 빠른 길을 알려 주셨습니다. 천안-논산간 23번 국도입니다. 국도를 오르기 전 휴식을 취하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논산까지 남은 거리는 약 32km.

딱 봐도 길은 쉼 없이 이어진 차도의 연속이었고, 마치 고속도로처럼 휴게소만 존재할 것 같습니다. 역시나 길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이렇게 마치 고속도로인 것처럼 차들만이 쌩쌩 우리는 앞질러 가는 도로가 가장 걷기 곤욕스럽습니다.

산길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시내는 많은 사람들과 건물을 볼 수 있지만, 이런에서 볼 수 있는건 항상 우리를 앞질러 가는 차들뿐입니다.

다들 처음엔 지친 내색을 보이다가 악이 받치는지 한번 해보자는 말들을 합니다. 길은 분명 논산에서 끝이 나니, 이 길이 끝나는 점에서 우리는 논산에 도착해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끝까지 가보자 합니다.

23번국도와의 사투. 드디어 논산 초입에 도착했습니다
 23번국도와의 사투. 드디어 논산 초입에 도착했습니다
ⓒ 송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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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를 올려 40분에 한 번 쉬던 시간을 1시간에 한 번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발걸음도 빨라집니다. 선두에 있는 삐삐가 언니 오빠들을 잘 이끌어 주었습니다. 평균 한 시간에 4km 이동하던 거리가 5km로 늘어 났습니다. 논산도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논산까지 남은거리 7km. 마지막 휴식을 취하고 한 번에 논산까지 도착하기로 결정하고 다시 걸음을 옮깁니다. 다들 발바닥에 물집이 새로 생기고 발 근육이 아파 오지만 쉼 없이 달려가 논산에 도착하는 희열을 맛보기 위해 불평 한마디 나오지 않습니다.

남은 거리 2km. 멀리서 아파트가 보입니다. 어느 도시를 가던 도시에 인근에 왔다는 것은 아파트가 보이는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역시 아파트가 보이자 조금 더 힘이 나는 분위기입니다.

드디어 논산! 소리 한 번씩 질러주고 잘 곳을 찾습니다. 도시로 들어왔기에 오늘의 취침장소는 찜질방이 될 것 같습니다.

간절곶에서의 맥주 한 잔을 기대하며 끝까지 가겠습니다

발의 물집이 하나 둘 늘어갈 때마다 고통과 피로가 쌓여갑니다. 또한 그 물집을 바늘과 실을 연결해 터트릴 때 역시 엄청난 아픔이 찾아옵니다. 소독약을 바를 때도 마찬가지이지요.

넌지시 "집에 갈까?"를 서로 묻지만, 가겠다고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다들 간절곶의 그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선 우리의 1차 목적지는 전주로 정하였습니다. 가본 사람도, 가보지 못한 사람도 있지만 전주는 우리가 '가보고 싶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 목적지를 도착할 때마다 하나 하나 새로운 목적지를 다시 정해 마지막 목적지인 간절곶에서 뜨는 태양을 바라보며 맥주 한 잔을 마실 때까지 포기하지 않기로 마음 먹습니다.

우리를 알아봐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많은 분들이 우리에게 동기 부여와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 주십니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천천히 목적지를 향해 걸어 가겠습니다.

내일(11일)은 비가 온다고 하니 비의 양을 봐서 걸음과 멈춤을 결정해야겠습니다. 아마도 거친 폭우가 내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비를 맞으며 걸어볼 생각입니다.

이때가 아니라면 언제 비를 흠씬 맞아가며 걸어볼 수 있겠습니까.


태그:#도보여행 , #청춘불패 , #자취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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