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는 오랜만에 계획했던 시간대로 기상했습니다. 선풍기를 틀어 놓고 잤던 바람에 다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체할 수는 없는 법. 다 같이 시리얼 한 그릇 씩을 말아 먹은 뒤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그럼 오늘 (8일)의 도보 일정을 기록하겠습니다.

 

05시 30분 기상. 06시 30분 도보 시작. 12시 유구 도착. 점심 식사 후 14시까지 휴식. 17시 영정리 도착. 영정 노인회관에서 하룻밤을 청하기로 한 뒤 도보 종료.

 

총 도보 시간 휴식제외 8시간. 총 이동거리 약 34km.

 

걷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아름다운 풍경들

 

우리는 첫 타임부터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해가 중천에 떠버리면 더 이상 빠르게 걸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발걸음이 빨라지기에 생각할 시간이 줄어든 우리에게 주변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걷지 않았다면 이런 아름다운 풍경들은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물론 차를 타고 도로를 지나 갈 수도 있었겠지만 소소한 아름다움은 그 빠름 속에 잊혀졌겠지요. 길가에 피어 있는 꽃들. 불어오는 산들바람. 모두 다 현재 우리가 걷고 있기 때문에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럴 땐 진심으로 이번 도보여행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서 고생한다 했지만 눈 속으로 들어오는 아름다운 모습들이 고생을 잊게 합니다. 도전하십쇼. 이런 소소한 아름다움이 궁금하시다면.

 

"저기 이상한 아저씨가 똥싸고 있어~"

 

스피드를 조금씩 올려 오전에 20㎞를 돌파에 12시께 유구에 도착 합니다.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순대국밥 한 그릇씩을 먹고 휴식 장소를 찾아 헤멥니다. 다행이 근처에 '유구 초등학교'가 있어 그곳에서 낮잠을 자기로 결정했습니다.

 

곤히 잠을 청하던 중. '꼬르륵' 자취생의 배가 아파옵니다. 휴지를 항상 가방에 가지고 다녔기에 그것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초등학생들에게 화장실을 물으니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며 자꾸 따라옵니다. 배는 아프고 학생들을 쫓아낼 정도의 여유가 없어 그냥 화장실 안으로 들어 갔습니다.

 

그런데 용변을 보는 도중 자꾸 초등학생들이 자취생이 용변을 보는 칸 앞을 맴돕니다.

 

"야 저기 이상한 아저씨가 똥싸고 있어."

 

자기들끼리 속삭인다지만 안에까지 다 들립니다. 아무리 괜찮다 해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들 수업 안 하니?"

 

화장실 칸에서 자취생이 묻자, 초등학생들은 "오~ 오~"라고 환호성을 치며 달아 나버립니다. '호기심 많은 녀석들'이라고 생각하며 용변을 마무리 하고 밖으로 나갑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초등학생들은 "야~ 똥아저씨 나온다"라고 외치며 도망칩니다.

 

쫓아가서 "인마, 형은 아저씨가 아니야!"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자취생의 발은 초등학생의 달리기조차 따라가지 못할 상황이기에 참습니다.

 

휴식을 마치고 다시 도보를 시작하려 하는데 아까 그 초등학생들이 주위를 맴돕니다. 이상한 옷을 입은 4명의 사람들과 그 안에 있는 '똥 아저씨'를 신기한듯 쳐다 봅니다. 너무도 귀여워 사진을 한 장 같이 찍자고 말해 보지만, 부끄러운듯 다들 자리를 피합니다. 다행히도 그 중 한 명과 추억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유구, 옛 모습이 살아 있는 동네

 

유구에 들어서며 고향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차드, 야생마, 삐삐는 모두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랐지만 자취생은 시골 태생입니다. 그러다 보니 유구의 풍경에 공감가는 것이 참 많습니다.

 

도로를 끼고 양 옆으로 늘어선 상점들, 그 앞에 노점을 차리고 앉아 계시는 할머님들, 옛 정거장. 그저 정겹다는 말과 감탄사가 입에서 흘러 나올 뿐입니다. 그 중 우리들의 눈을 한순간에 사로잡은 건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유구 헬스크럽'

 

긴 말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사진기를 지참했던 야생마와 자취생은 연신 셔터를 누릅니다. 오늘(8일)본 풍경과 사람들, 많은 건물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을 기억하는 한 장의 사진 역시 '유구 헬스크럽' 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들의 몸과 조끼에서 조금씩 '냄새'가 나기 시작 합니다. 수많은 땀을 흘리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평소 같았다면 '땀냄새' 난다며 서로를 구박했겠지만 서로 흘린 땀의 의미를 알기에 다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조만간 찜질방에 들러 시원한 찜질과 조끼 세탁을 해야 겠습니다. 또다른 땀의 '향기'가 몸에서 날 수 있게 말이죠.


태그:#도보여행, #자취생, #청춘불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