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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현직 경기도지사인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가 재선에 성공함에 따라 경기도 행정의 연속성이 가능하게 되었다. 현재 김문수 도지사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인 GTX(Great Train eXpress)를 역점 사업으로 벌이고 있다.

'대심도 급행전철'로도 불리는 GTX는 지하 40~50m에 철도를 건설하고, 역수를 최소화한 후 고속의 철도차량을 운행시켜, 경기도와 서울시를 30분 수준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광역철도를 말한다. 김문수 도지사가 재선됨으로서 GTX사업은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GTX로고
 GTX로고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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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도지사는 도지사가 된 후 경기도 교통의 심각성을 확실히 깨달은 것 같다. 서울과 경기도는 철도 규모에 큰 차이가 있다. 서울 사람들은 서울 안의 직장으로 출퇴근을 하고, 서울시의 도시철도를 이용한다. 그런데 경기도 사람들은 서울로 출퇴근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안에는 충분한 전철이 없다. 이 때문에 수많은 통근자들은 자가용을 이용하여 서울로 출퇴근을 하고 있으며, 이는 수도권 전체의 교통 혼잡을 일으킨다.

서울시민들이 편리하게 출퇴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동안 서울시가 막대한 부채를 부담해가며 9개의 지하철 노선을 완성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도는 지금까지 한번도 주체적으로 경기도 안에 철도를 건설해본 적이 없었다.

지금 경기도내의 광역철도는 경기도가 아니라 국가 공기업인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한국철도공사)가 건설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김문수 지사는 수도권의 교통난 해소를 위하여 최초로 경기도가 직접 나서서 경기도내의 광역철도를 건설하려고 하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GTX인 것이다.

GTX 제안 노선도 (확정 아님)
 GTX 제안 노선도 (확정 아님)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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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나라 행정체계에서 철도는 지자체 혼자서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반드시 국토해양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또한 대규모 사업은 타당성검토 과정이 필요한데, 현재 국토해양부에서 GTX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 이 결과가 좋게 나오면 GTX사업이 잘 추진되는 것이고, 안 좋게 나오면 추진이 힘들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GTX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 경기도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첫째는 기존 광역철도를 개량하는 것이다. GTX를 만들면 되는데 왜 기존 광역철도를 개선해야 하는지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만일 GTX사업의 타당성 조사 결과 그 타당성이 낮게 나오면 GTX사업은 장기간 표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선 기존의 광역철도가 GTX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GTX사업이 제대로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기존 광역철도의 개선은 필요하다. GTX는 역 개수가 극히 적으므로, GTX역까지 가기 위해서는 어쨌든 기존 전철을 갈아타야 하기 때문이다. 즉 GTX가 장거리를 담당하면, 기존 광역철도는 중거리를 맡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경기도내 광역철도는 노선수도 부족할 뿐더러 속도가 매우 느리다. 앉아서 가기도 힘들다. 이는 광역철도 열차가 모든 역에 정차하는 완행운행을 하고 있고, 지하철에 쓰이는 입석형 차량을 쓰고 있는데 기인한다. 상황이 이러니 광역철도는 자가용이나 광역버스에 밀릴 수밖에 없다. 속도나 착석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코레일의 전동차들 (경의선, 일산선, 분당선, 경춘선(예정))
 코레일의 전동차들 (경의선, 일산선, 분당선, 경춘선(예정))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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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경기도는 GTX추진과 함께 기존 광역철도 개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단 속도 개선을 위해 급행열차를 상시화할 필요가 있다. GTX의 가장 큰 경쟁력이 높은 속도였음을 다시 상기해야 한다. 지금 경기도내 광역철도의 급행열차는 주로 출퇴근시간에만 운행되고 있다.

낮 시간에는 열차수가 크게 줄어들거나 아예 운행을 안하는 등 소극적으로 운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고, 필요한 곳에는 대피선을 추가로 건설하면 급행열차 운행을 확대할 수 있다. 시내버스와의 무료환승제가 시행되고 있는 이상 광역철도는 장거리 승객을 빠르게 연결해준다는 본연의 목적에 보다 충실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사람들이 전철보다 광역버스를 타는 이유는 편한 좌석에 앉아서 갈 수 있기 때문이므로, 광역철도 구간에 좌석형 차량을 확대 도입할 필요도 있다. 물론 좌석형 열차 확대 운행에 따른 차량, 운전, 운임체계 정비도 필수적이다.

아울러 궤도 개량, 고가감속 차량 도입, 이동 폐색 방식의 신호체계 도입 등으로 열차 운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좋으며, 노선간 연결을 개선하여 환승횟수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현재 서울로 향하던 분당선 전철의 열차가 정자역에서 신분당선 전철(공사 중)에 진입하여 강남역까지 환승 없이 달리는 것이 그런 예이다.

현재 수도권에서 운행중인 좌석형 전동차 (누리로 TEC, 공항철도 직통열차)
 현재 수도권에서 운행중인 좌석형 전동차 (누리로 TEC, 공항철도 직통열차)
ⓒ 한우진, 코레일공항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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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이 모든 사업의 주체가 경기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지하철은 서울시가 직접 관할하고 있지만, 경기도내 광역철도는 경기도가 관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따라서 그럴수록 경기도는 정부만 바라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경기도의 입장을 전달하고, 승객의 편의 개선을 위한 사업이 실현되도록 능동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수도권 광역철도 사업부를 기존 한국철도공사에서 분사시키고, 경기도가 이 회사에 출자를 하는 것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 코레일은 올해부터 사업부문별로 회계분리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것도 변화의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GTX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필요한 것은 GTX역을 중심으로 복합환승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GTX는 역 수가 적으므로,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서는 지선 교통수단으로 갈아타는 것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지선 교통수단이 불편하면 GTX마저 불편해진다.

지선 교통수단으로는 경전철, 노면전차, 지선버스 등이 있는데, 이러한 지선 교통수단이 적극적으로 확충될 필요가 있다. 현재 운행 중인 시내버스를 GTX역으로 조금씩 노선변경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도 버스를 타고 가까운 전철역까지 가는데 불편을 느끼는 상황인데, 동일한 버스를 타고 더 먼 GTX역까지 가라는 것은 GTX를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출발지에서 중간지역을 통과하고 GTX역으로 바로 향하는 지역분리형 지선버스처럼 버스노선체계의 대규모 혁신이 필요하고, 무가선 노면전차, 궤도/도로 겸용의 대용량 굴절버스 같은 신개념 교통수단도 적극 채용될 필요가 있다.

GTX역에 세워질것으로 예상되는 동탄역에 추진중인 복합환승센터 조감도
 GTX역에 세워질것으로 예상되는 동탄역에 추진중인 복합환승센터 조감도
ⓒ 한국토지주택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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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GTX역에는 복합환승센터 건물이 들어서면 좋다. 환승센터 전용 건물이 없다면 버스정류장이 여기저기 분산되어 갈아타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버스터미널과 같이 모든 연계버스들을 한 곳에 모아 처리할 수 있다면,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다.

승객들에게 버스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편리해진다. 여기에 경전철 등이 입체적으로 연결되면 금상첨화가 된다. 수도권은 지가가 높고, 땅이 부족하여, 복합환승센터를 건설할 공간이 매우 제한되어 있으므로 처음 GTX계획단계부터 세심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GTX의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시민들간의 충분한 합의가 필요하다. 보통 전철 건설 사업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지역주민들의 역 신설요구이다.

전철역은 교통을 편리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지가를 상승시켜 재산가치 향상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GTX의 경우 표정 속도 향상을 위해 역 수를 매우 줄였기 때문에, 역이 건설되지 않는 지역 주민들은 상당한 반발을 할 우려가 있다. 이는 고속철도 건설 사업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했던 일로서, 현재도 추가 역이 지어지고 있을 정도이다.

자기 집 앞에 역이 생기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으나, 역을 무작정 늘리면 열차의 속도가 떨어져 GTX의 존재의의가 사라진다. 사업비를 증가시켜 사업 자체가 추진되기 어렵게 만들 위험도 크다. 따라서 경기도는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주민들을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집 앞에 GTX역이 없더라도 충분한 연계체계를 제시하여 GTX이용에 불편이 없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GTX홈페이지와 블로그
 GTX홈페이지와 블로그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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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사업에서 노선과 철도역은 눈에 보이는 건설의 영역이지만, 역부터 집까지의 연계체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운영의 영역이다. 그래서 보통 이 부분은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 시행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현재 경기도는 GTX전용 웹사이트와 블로그를 개설하는 등, 주민들을 위한 홍보와 소통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자기 지역에 역이 들어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GTX가 아예 자기 지역을 지나가지 않는다는 좌절감을 해소시켜주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집에서 GTX역까지 얼마나 편리하게 갈 수 있는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도는 이 부분에도 충분히 신경을 써서, 모든 수도권 주민이 환영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GTX사업이 되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GTX사업은 단순히 새로운 철도 하나를 놓는 사업이 아니다. 장거리를 고속으로 연결하는 GTX와, 중거리를 이어주는 기존 광역철도 그리고 단거리 접근성 위주의 경전철, 노면전차, 지선버스를 위계질서에 맞게 조화시켜 수도권 교통의 새 판을 짜는 사업이다. 기존 교통체계는 방치하고 GTX에만 노력을 쏟아 붓는다고 저절로 수도권 교통체계가 편리해질 리는 만무하다.

2004년 4월 개통된 한국고속철도는 개통 직후 연계교통체계의 부실로 이용이 불편하다는 평을 받았고, 승객도 예상보다 적었다. GTX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개통 전에 미리 충분한 연계 교통체계를 갖추어 GTX의 혜택을 모든 수도권 주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GTX 사업의 지연을 대비하여 기존 광역철도의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고, GTX 역이 생기지 않는 지역의 주민들을 설득할 방법과 대안이 있어야 한다.

GTX는 김문수 도지사의 핵심 공약이다
 GTX는 김문수 도지사의 핵심 공약이다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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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도지사의 열정과 지역주민들의 환영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복잡한 심경으로 GTX사업을 바라보고 있다. 예상되는 문제의 대안을 미리부터 충분히 마련하고 이를 제시할 수 있어야 GTX가 단순히 선거용 사업이라는 의심의 눈초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토해양부의 타당성 조사 통과 실패로 GTX사업 추진이 곤란해질 경우의 대안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김문수 도지사의 두 번째 임기를 맞아 GTX사업과 관련된 모든 분들의 노력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 시민기자는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frdb.railplus.kr),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태그:#GTX, #경기도, #김문수, #철도, #국토해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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