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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4대강 정비 사업에 맞서 금강을 지키기 위해 불교계가 일어섰다. 지난 19일에는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4대강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소속 신부 및 수녀, 신도 등 3000여 명이 충남 공주시 웅진동 곰나루 금강보 인근에서 금강 중단을 촉구하는 '금강생명평화미사'를 연 바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22일 오후 '지구의 날'에 맞춰 금강변에 위치한 충남 공주 영은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 마곡사와 금강운하백지화국민행동 주관으로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금강선원-강을 지키는 사람들' 개소식을 갖고 4대강 정비사업으로부터 금강을 지키기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행사에는 불교계는 물론 천주교, 개신교, 시민사회단체가 참석해 사실상 공동대응에 나섰음을 알렸다.

 

원혜 스님(마곡사 주지,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은 개원사를 통해 "금강은 소백산에서 발원해 395.9km에 이르는 한강 낙동강에 이어 세 번째로 긴 강"이라며 "국민적 합의도 없이 강행하는 4대강 개발사업은 강물의 오염으로 끝나지 않고 국민의 부채, 홍수, 농경지 잠식 등 엄청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가 병들면 국민이 병들 것이요 부처님 법도 온전치 못할 것"

 

그는 '중생이 병들었으므로 나도 병들었다'는 유마거사의 말을 인용하며 "국토가 병들면 곧 국민이 병들 것이요 이 땅의 부처님 법도 온전치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야만적이고 비민주적 절차에 의해 자행되는 공사에 맞서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지키면서 금강개발에 저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들도 별도의 선언문을 통해 "유린 당하는 금강을 되살리고, 거짓공사로 파괴를 일삼는 무리배들을 깨우치고자 금강선원을 개원한다"며 "금강선원은 생명회복과 자연의 평화를 바라는 이들의 든든한 울타리요 사랑방이요, 뜻을 모으는 다짐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고천문을 통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청정심을 회복하여 자연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게 달라"고 두 손을 모았다.

 

인간 흐름 끊으면서 '살리기'라고?

 

지관 스님은 "'스님들이 왜 4대강 정비사업 반대에 나서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한국 스님들만 그러는 게 아니고 세계적으로 모든 스님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자연을 살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주 가는 금강휴게소 아래쪽에 작은 돌보가 있는데 썩고 녹조로 악취가 가득하다"며 " 대형 댐을 막는다면 자연은 갇히고 동맥이 끊겨 죽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종교간대화분과 위원장인 김용태 신부는 "정부는 인간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사업을 '금강 살리기'라고 말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2년 동안 억울하게 죽거나 감옥에 갇힌 사람들이 많은 것만 보더라도 '살리기'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행사는 '금강선원-강을 지키는 사람들' 현판식과 마곡사합창단의 노래, 민예총의 비나리(기원굿), 이리스(대전)연주와 서예퍼포먼스를 끝으로 오후 5시경 마무리했다.

 

행사장에는 국회의원 유원일 의원을 비롯 안희정 민주당 충남도지사 후보, 이용길 진보신당 충남도지사 후보, 김혜영 민주노동당 충남도당 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한편 '금강선원'이 개원한 영은사는 충남 공주 공산성 내부 북쪽 끝에 자리한 충남 문화재자료 제 51호로 1616년 (광해군 8년)에 이곳에 승장을 두어 전국 8도의 사찰을 관장케 했다고 전해오고 있다.

 

"자연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게 해 주시옵소서"

        금강선원 개원 고천문(하늘과 땅의 신명께 고하나이다)

 

하늘이시여! 우러러 고하노니

오늘 우리는 4대강 개발과 금강개발로 생명의 강이 파괴되는 것을 보고서야

하늘의 보살핌 없이는 하루도 편안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땅이시여! 머리 조아려 고하오니

우리들의 마음속에 있는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으로 인해 무너지는 강을 보고서야

대지의 품을 떠나서는 단 한순간도 인간의 삶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사무치게 깨닫습니다.

 

하늘이시여, 땅이시여!

오늘 우리는 천지조화라는 자연의 은혜에 지심으로 감사하면서

하늘의 선물을 함부로 쓰고 버린 죄, 함부로 땅을 파헤친 죄, 함부로 물길을 가둔 죄를 지심으로 참회하옵니다.

 

하늘이시여, 땅이시여!

오늘 우리는 산천초목이 바로 천신과 지신의 나툼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하늘 아래 땅 위의 모든 생명체가 나의 옛 몸이고, 오늘 내 몸을 이루는 생명의 근원이라는 것을

몸과 마음에 새겨 세상 만물과 형제애로써 평화롭게 살아갈 것을 발원합니다.

 

하늘이시여, 땅이시여!

부디 오늘 우리의 정성을 헤아리시어 이명박 대통령과 개발광풍에 주역인 대기업들의

탐욕을 씻어 주시옵고 그 죄를 사해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모든 생명들이 손을 맞잡고 모두가 평화롭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게 해 주시옵소서.

 

하늘이시여, 땅이시여!

오늘 우리는 천지조화라는 자연의 섭리가 성인들께서 깨달으신 진리의 당체라는 것을

사무치게 깨닫습니다. 오늘 우리가 천신과 지신께 기원하는 마음은 진리에 귀의하는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온 몸, 온 마음으로 기원 하옵나니

이명박 대통령이 청정심을 회복하여 자연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게 해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이 땅에 생명과 평화의 강물이 흐르게 해 주시옵소서.

 

생명과 평화의 근원 천지조화의 근원인 대광명 모든 성인들께 귀의 합니다.

 

                                                                       2010년 4월22일

 

                                                                금강선원 개원 참가자 일동


태그:#조계종, #4대강, #금강선원, #금강정비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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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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