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또다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당내 토론을 강조하면서 친박계를 압박, '세종시 문제와 관련된 토론회를 개최하겠다'는 친박계의 약속을 받아냈다.

 

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세종시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는 한나라당 중도소장그룹 '통합과 실용'(남경필·권영세·원희룡·정진석·김기현·김정권·나경원·정두언·진수희·정태근)이 중립적 입장에서 세종시 문제 해법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였다.

 

이날 모임에선 "실용을 강조하는 모임이니만큼 인사말 등은 생략하고 바로 토론으로 들어가자"는 사회자 김기현 의원의 진행으로 곧바로 발제가 시작됐다. 그러나 당초 참석이 예정돼 있지 않던 정몽준 대표와 허태열·정의화 최고위원이 토론회장을 찾으면서 전문가 의견 청취보다는 정 대표와 허 최고위원의 논쟁이 중심이 됐다.

 

첫 번째 발제자인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가 발언하는 도중에 도착한 정 대표는 인사말을 부탁받고는 세종시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정몽준 "(친이·친박) 대화 않을 수 없다" - 허태열 "절충 여지 없다"

 

정 대표는 먼저 "변 교수님의 발표에는 세종시 원형지 제공 조건이 보통 임대지보다 좋다고 했는데 이런 문제는 당연히 시정돼야 한다"고 세종시 수정안 일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대표는 이어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문제를 노출시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대화하는 방법이 있고 당분간은 문제를 덮어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그러나 문제를 제기해서 풀자는 사람이나 당분간은 덮어두자는 사람이나 궁극적으로는 대화를 안 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대표는 "세종시 문제는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면서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방안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좋은 취지"라며 "어떤 방법이 좋은 방법인지 감정 대립이 아니라 차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당내 토론 활성화'라는 기존 의견을 다시 강조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과천에 있는 정부 청사를 옮기면 대충 세종시 원안이 될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 과천 주민들이 가든 말든 관심이 없다고 한다"며 "기존 청사들이 옮겨가는 것에 과천 주민들이 관심이 없다면 이게 왜 이렇게 큰 문제가 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발언은 '정부 청사가 지역 발전에 그다지 큰 영향을 끼치지 않고 충청권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데 세종시 원안을 고수할 이유가 있느냐'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어 인사말을 부탁받은 '친박' 허태열 최고위원은 "정 대표가 주제발표와 비슷하게 하셨는데 나는 인사말만 하시는 줄 알았다"고 꼬집으면서 세종시 수정 반대 논리를 폈다.

 

허 최고위원은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충청도민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감정의 문제가 개입된 문제여서 그 문제를 풀지 않고선 어떤 것도 방법이 없는 것 같다"며 "신뢰나 원칙의 문제는 국민들이 이미 들어서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 최고위원은 이어 "우리가 정당의 구성원이라는 입장에서 선거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며 "어떤 합의가 이뤄져 수정안으로 간다고 했을 경우, 3년 뒤 대선에서 야당은 반드시 이 문제를 끄집어낼 것이고 또다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인다면 이후 선거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고, 세종시로 논쟁하는 것이 선거승리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는 이어 "지혜롭게 생각한다면 원안대로가 해법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워낙 시각차가 커서 이것을 절충한다든지 할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허태열 "토론 거부한 일 없다" - 정몽준 "'우리 친박'이라고 하시네~"

 

허 최고위원에 이어 정의화 최고위원의 인사말 순서가 이어지면서 정 대표와 허 최고위원의 논쟁은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정 대표가 "허태열 최고위원에게 한 말씀 드리고자 한다"며 다시 포문을 열면서 논쟁이 재개됐다.

 

정 대표는 "이런 토론회를 열어주시는 분들께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지난번 (친이계 중심) 토론회에도 갔는데, 허 최고위원은 그동안 토론회를 주최해주시지 않았다"며 "허 최고위원이 직접 주최해주셔도 좋고 허 최고위원의 의견을 동료 의원에게 전달할 수 있는 토론회를 열도록 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허 최고위원은 "알겠습니다. 적극 수용하겠습니다"라면서 "(친박계가) 그동안 토론을 거부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허 최고위원은 "당에 (세종시) 법도 안 넘어왔고 지금 처리할 것도 아닌데 의원총회를 하면 서로 앙금만 생기기 마련이니까 (자제해온 것)"이라며 "우리 친박이 무슨 토론을 거부한다…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허 최고위원이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정 대표는 "허 최고위원님이 '우리 친박'이라고 그러시네~"라고 웃으며 말했고 정의화 최고위원도 "아주 중대한 지적이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정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허 최고위원과 논쟁을 벌이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에 대한 기존 당론 변경을 전제로 한 당내 토론은 불가하다'는 태도를 보여온 친박계로부터 세종시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는 점에서다. 친박계가 주최할 토론회의 내용이 어떻든 간에, 정 대표가 주장해온 '당내 논의 활성화'라는 모양새가 갖춰지는 셈이다.


태그:#정몽준, #허태열, #세종시, #통합과 실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