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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이승훈 안홍기 이경태 기자
사진 : 남소연 기자
 

 

[5신-최종 : 4일 오후 8시 40분]
 
정운찬 때리기 나선 야당... 더 매서웠던 '친박'
 
야당보다 '친박'이 더 매서웠다. 4일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처음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운찬 총리는 수정안에 반대하고 있는 한나라당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공세에 진땀을 뺐다.
 
여기에 민주당, 자유선진당 의원들까지 합세해 '정운찬 때리기'에 나서면서 정 총리는 대정부 질문 내내 혼자서 의원들의 공세에 맞서는 곤욕을 치렀다. 점심 시간을 제외하면 쉴 새도 없었다.
 

첫 번째 질문자로 나선 한나라당 친박계 유정복 의원은 정 총리의 책 <가슴으로 생각하라>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그의 말바꾸기를 꼬집었다. 유 의원은 책 내용 중 "손해를 보더라도 지켜야하는 것이 약속이다…(중략) 사람과 장소에 따라 다른 말을 하는 것은 정치적 융통성이 아니라 '연기'처럼 느껴졌다"를 인용한 후 "이 책 직접 쓴 거 맞느냐, 지금 연기하는 것이냐"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이던 정 총리는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이냐"며 불쾌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러면서 "약속은 중요하지만 국가 대사에 관한 일은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고치는 게 국민을 위해 중요하다"고 해명했다.
 
그래도 공세는 끝나지 않았다.
 
유정복 의원 "고려대, 카이스트 MOU 체결, 대기업 원형지 공급, 교육과학도시 홍보하고 있는데 이것들이 원안에 있었나, 없었나?"
정운찬 총리 "원안에는 없다."
 
유정복 의원 "어이가 없다. (책자를 들어보이며) 이게 세종시 수정론이 나오기 전 정부의 원안 홍보책자다. 여기에 다 들어있다. 원안과 수정안이 다른 점은 행정부처 이전을 빼고 사업 완료시점을 2030년에서 2020년으로 앞당긴 것 뿐이다."
 
친박계 이학재 한나라당 의원도 정 총리를 매섭게 몰아붙였다. 이 의원은 과천의 사례를 설명하면서 "과천의 인구가 왜 7만인 줄 아느냐"고 물었다. 정 총리는 머뭇거리면서 "행정부처 외에 아파트 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세종시에도 행정부처가 가서는 발전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그러자 이 의원은 "원래 과천의 목표 인구가 5만이라 그렇다. 주변이 모두 그린벨트고 2차 산업용지가 없어 더 늘어나면 난개발이 된다"며 "세종시와 과천은 다른데 총리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못된 정보로 호도하고 있다"고 따졌다.
 
여당과 총리의 이례적인 날선 공방이 이어지자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보통 야당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여당이 옹호하는데 오늘은 여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더 크다"며 "총리가 말이 안되는 소리를 하니까 그러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늘어난 '맷집' 자랑한 정 총리... 의원들 발언 정면을 맞받아쳐
 

하지만 이날 정 총리도 평소와는 다르게 의원들의 발언을 정면으로 맞받아치는 등 늘어난 '맷집'을 자랑했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비판에 "세종시는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만든 아이이디어"라거나 "정치집단의 보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정치인들의 말이) 달라져 안타깝다"고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계 의원들을 겨냥 맹비난을 퍼부었다.
 
또 친이계 임동규 한나라당 의원이 정 총리가 맘껏 발언하도록 멍석을 깔아주자 "유권자로부터 표를 얻겠다는 정치적 복선을 깔고 추진한 것을 국민과 약속이라고 하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거듭 박 전 대표를 비판했다.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이 "총리가 충청도에 갈 때마다 경찰 수천명이 투입된다, 계란세례도 받았는데 부끄럽지 않느냐"고 따지자 정 총리는 "뭐가 부끄럽나, 지역 정치인들이 비합리적으로 주민들의 여론을 호도하지 않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총리는 또 행정부처 이전에 따른 행정비효율의 계량화된 수치를 내놓으라는 요구에는 "총리가 매일 연필로 계산하고 있어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총리는 여전히 '퀴즈형' 단답식 질문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정 총리는 지난해 정기국회 때 '731 부대'를 항일독립군이라고 답했다 큰 창피를 당한 바 있다.
 
앞서 유정복 의원이 "정부는 몇 개의 부처청이 있느냐"고 묻자 정 총리는 답변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이 자리가 그런 개수를 답변하는 장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발 본질을 가지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응수했다.
 
하지만 양승조 민주당 의원은 "총리가 정부부처 수를 모른다는 것은 자기 식구 수를 모르는 것과 같다"고 핀잔을 줬다. 그러자 정 총리는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것을 물어야지 퀴즈하듯 물어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듭 불만을 나타냈다.
 
야 "궤변, 핑계, 변명 막장드라마 수준"... 여 "금도 넘어선 인신공격적 비방"
 
야당들은 정 총리의 답변 태도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궤변과 핑계,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세종시 원안을 찬성하는 사람들을 비하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국무총리답지 못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김창수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정 총리가 세종시 원안을 주장하는 의원들을 계파 보스만 따르는 사람들로 비하했다"며 "정 총리의 발언이 도를 넘어 '막장 드라마'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반면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에 대한 금도를 넘어선 인신공격적 비방을 했고 총리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모욕을 주는 발언을 거침없이 했다"고 두둔했다.
 
대정부 질문 첫날,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맷집'을 선보인 정 총리와 한나라당 친박계·야당 의원들의 공방은 5일 외교통일분야 대정부 질문으로 이어진다.
 
 

[4신 : 4일 오후 7시 6분]
 
'친이' 질문에 느긋해진 정 총리 "정치인이 국민의 뜻 외면"
 

매번 의원들이 대정부질문을 할 때마다 일어서서 답변에 나서야 했던 정운찬 총리는 친이계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문 때에나 다소 휴식을 얻었다. 17대 대통령 취임 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던 '친이' 백성운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 정 총리가 '소신'을 펼 기회를 주기도 했다. 
 
백성운 한나라당 의원 : "행정도시건설법 제정을 위한 본회의 표결에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도 총 121명 의원 중 19%인 23명만 참여해 8명만 찬성했다. 여야 합의로 법이 마련됐다는 일각의 주장도 맞지 않는데 총리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운찬 총리 : "의원께서 말한 바와 같이 정부가 행정수도 위헌 판결 이후 후속대책을 논의하며 행정기관 중 일부를 내려보낸다는 전제 하에 행정도시건설법안을 내놓은 것이다. (행복도시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있었다든가 여야 합의로 마련됐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많다."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으며 세종시 수정안의 '대의'를 충분히 설명한 정 총리는 "국민 다수는 기업 투자 중심의 현 수정안을 지지하는데 국회의원 다수는 원안을 지지하는 것 같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또 "정치는 결국 국민의 뜻을 따라가는 것인데 정치인이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있다"며 다시 한 번 야당과 친박계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세종시는 이미 정책 문제가 아니라 정쟁적 문제가 됐다. 정책으로 접근하자면 원안은 구호만 거창하지 국가균형발전,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정쟁으로 접근하지만 과거 거친 엉터리 기획을 만든 사람뿐만 아니라 그에 동의한 사람에 대한 책임이 내포된 문제라 생각한다. 평소와 달리 목소리를 높여 죄송하지만 이 문제는 정치인이 자신이 속한 정당의 입장을 국민의 대표라는 의무보다 우선해 정쟁으로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충청도 주민들 이제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빨리 해 달라'고 한다"
 

야당 의원들과 친박계 의원들은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대전 서구갑)은 정 총리의 '소신' 발언 내내 소리 내어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백성운 의원에 이어 대정부질문에 나선 정범구 민주당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여당 의원들은 계파 보스의 입장을 충실히 따르는 이가 됐고, 국가 전체 발전을 고민하는 사람은 정쟁을 일삼는 이가 됐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 총리는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일부 의원이 그렇다는 말"이라며 "충청도 주민들도 처음에는 만나주지 않았지만 이제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싸게 싸게(빨리 빨리)해달라'고 말한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또 정 의원이 "세종로에 있는 정부 부처를 옮긴다고 해서 붙인 세종시가 '빈 껍데기'가 됐다, '빈 껍데기' 도시에 이제 '운찬시', '명박시'라 이름 붙이는 것이 낫겠다"고 몰아붙이자, 정 총리는 "저는 수정안이 빈 껍데기가 아니라 원안이 빈 껍데기라고 생각한다"며 적극적으로 항변했다.
 
김정 친박연대 의원이 세종시 수정을 둘러싼 논란이 있기 전부터 세종시 수정안이 거의 나와 있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할 때도 정 총리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정 총리는 "이미 지난 2008년 지역발전위원회에서 세종시 자족기능 보완방침을 정했고 이에 따라 행복도시건설청 차원에서 자족기능 보완 방안을 검토해왔다"며 "언론에 보도된 문건은 아직 대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능한 인센티브를 수차 문의해와 불가피하게 제시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이 이어 "세종시 문제로 총리실이 무려 16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전용해 사용했다"고 지적하자, 정 총리는 "나라의 중대사인 만큼 세금을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고 알았다, 다시 한 번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를 위해 꼼수를 쓴 것 아니냐"는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이 자리(국회)에서 꼼수니 사기니 그런 말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3신 : 4일 오후 5시 30분]

 

정운찬 "계란 세례? 지역 정치인들 여론 오도 때문"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 : "총리가 충청도에 갈 때마다 몇천명의 경찰이 동원된다. 주민들의 계란세례도 받았다. 부끄럽지 않나?"

정운찬 총리 : "뭐가 부끄럽나, 지역 정치인들이 비합리적으로 주민들의 여론을 오도하지 않았나."

 

오전 질의에서 여야의 파상 공세에 진땀을 뺀 정 총리가 오후 들어서는 공세 모드로 전환했다.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의 추궁에 정 총리는 팽팽한 설전을 펼쳤다.

 

정 총리는 계란 세례 등 충청도민들의 극렬한 반대가 "지역 정치인들의 여론 오도 때문"이라고 맞받아친데 이어 "처음에는 주민들이 잘 몰랐지만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여론이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민 의원도 가만 있지 않았다. 이 의원은 "후안무치"라며 "세종시 수정안이 잘 된 일이라면 환영을 받아야지 왜 계란 세례를 받느냐"며 "충청도민들이 주말에 나들이 가려고 해도 총리가 내려와 항의도 해야하고 경찰은 이를 막느라 가족들에게 원망을 듣는다, 그래서 국무총리를 가정파괴범이라고 부른다"고 직격했다.

 

이에 정 총리도 "아니, 경찰이 주중이나 주말이나 할 일이 있으면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그럼 총리로서 자랑스럽냐"며 정 총리가 답변을 하려고 "존경하는 이상민 의원님"이라고 운을 떼자 "존경하지 마세요, 총리한테 존경받고 싶은 마음 없다"고 맞받아쳤다.

 

급기야 이 의원이 지난해 정 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진 서울대 총장 재직시절 기업 사외감사 등 소득 누락 문제를 끄집어내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으면 화장실 냄새를 못맡게 마련"이라고 하자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 "인신공격하지 말고 질의를 하라"는 고함이 터져 나오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2신 보강 : 4일 오후 2시 35분]

 
한나라당 의원에게 야유 받은 정운찬 총리
 
양승조 민주당 의원 : "총리는 '부처 이전 시 나라가 거덜 날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총리의 막말 아닌가."
 
정운찬 국무총리  : "부적절한 언어를 쓴 것에 대해선 사과드린다. 그러나 세종시에 행정부처가 내려가게 된다면 국가안위와 관련된 중요사항에 대한 신속한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또 현대 행정이 복합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세종시 원안대로 될 경우) 품질 있는 정책을 만들기 힘들어 우리 사회의 장래가 어둡다고 생각한다."
 
양승조 민주당 의원 : "과천시에만 정부부처가 7개 있고 국가안위에 대해 신속히 대응해야 할 육해공 본부 계룡대는 대전에 있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4일 오전 국회 대정부질문. 예상대로 세종시 문제를 놓고 정운찬 국무총리를 상대로 격론이 벌어졌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하며 21일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양승조 의원은 "양치기 소년은 두 번의 거짓말로 양을 모두 잃어버렸는데 대통령은 20여 차례나 거짓말을 하며 표를 도둑질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만약 수정안을 고수할 거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정 총리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러나 정 총리는 '벽'과 같았다. 정 총리는 "세종시가 원안대로 가는 것이 오히려 충청인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공약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 사과까지 했는데 대통령을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지나친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시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자신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또 권태신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세종시 원안대로 하면 사회주의 도시가 된다"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도 "외부 자문 교수가 세종시 설계가 사회주의권 국가의 도시와 비슷하다는 의견을 낸 적이 있어 (권 실장이)그를 소개한 것인데 와전된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한편 정 총리는 자신이 '세종시 세일즈맨', '세종시 총리'로 불리는 것에 대해 "세종시가 국가대사이라는 점에서 이해한다"면서도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호도하는 것은 품격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며 은근슬쩍 의원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그는 "비판을 받는 것이 억울한 게 아니라 학교에서 우리 사회가 품격 있는 사회가 되도록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있다", "이 자리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국민의 심부름꾼인 저를 비롯한 공무원들에게 궁금한 점을 묻는 자리로 취조하듯 정부 부처가 몇 개이냐 묻는 게 아니다", "현재 충청도민들은 수정안에 반대하면서 다니는 정치인 때문에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믿지 않거나 의사 표출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총리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의원들은 야유를 보냈다. 특히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아닌 한나라당 의원들에게서 터져 나오는 야유 소리가 더 컸다.
 
정 총리가 "과천은 서울권이고 (정부 부처)수장이 서울에 없는 것과 있는 것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하자, 한나라당 의원석에선 "총리, 서울권이 아니고 수도권이라 해야 맞소"라고 소리가 터져 나왔다.
 
양 의원에 앞서 대정부질문에 나선 유정복 한나라당 의원은 정 총리가 쓴 <가슴으로 생각하라>를 들고 나와 "이 책 총리가 직접 쓴 게 맞냐, 지금 '연기'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정 총리는 이 책 서문에 "나는 아무리 사소한 약속이라도 꼭 지키려고 노력했고 무엇보다도 상식과 신의를 강조하며 살아왔다"며 "사람과 장소에 따라 다른 말을 하는 것은 정치적 융통성이 아니라 '연기'처럼 여겨졌다"고 썼다.
 
유 의원은 이어, "이 책에서 그렇게 강조한 약속은 어떤 경우를 얘기하는지 예를 들어달라"며 "이 책에서 쓴 것과 달리 총리가 수정안을 주장한다면 총리의 약속이나 원칙은 그저 말뿐이고 행동은 따로 하는 위선적인 사람이란 얘기가 된다"고 비난했다.
 
정 총리의 수난은 금방 끝나지 않았다. 유 의원이 "총리, 정부가 총 몇 개의 부처로 구성돼 있는지 아냐"고 묻자 정 총리는 예상외의 질문에 당황한 듯 답하지 못했다. 의원들 사이에선 "행정부 수장인 총리가 부처 수도 모른다"는 비아냥거림이 터져 나왔다.
 

 
정 총리 박근혜·친박 직격 "보스에 따라 말 달라져"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을 반대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계' 의원들도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를 순서에서 그는 "세종시는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만든 아이디어이고 정치인들이 지금 지역에 내려가서 하는 말도 국가의 장래와 경쟁력보다는 그 지역에서 표를 많이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른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정 총리는 이어 "(정치인들의 말이) 정치적 집단의 보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져 안타깝다"고 작심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어 질의에 나선 박주선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약속한 원형지 공급의 문제점을 따졌다. 박 의원은 "세종시 블랙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다른 지방의 혁신도시와 기업도시에도 원형지 공급을 약속했는데 원형지가 얼마나 있는지 아느냐, 국토난개발에 대한 영향평가는 해봤느냐"고 따졌다.
 
정 총리의 답변은 "전국에 원형지가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르겠다"였다. 그러면서 정 총리는 "만약 혁신도시나 기업도시, 국가산업단지에 만약 원형지가 있다면 그 곳에 입주하는 기업들에게도 (원형지를) 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다소 무책임한 대답을 내놨다.
 
이에 박 의원은 "원형지가 있는지 확인도 안하고 무조건 준다고 했느냐"며 "국가 빛은 산더미처럼 쌓아가고 있는데 혈세로 (재벌들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주선 의원은 미리 배포한 자료를 통해서도 "혁신도시 중 원형지 분양이 가능한 곳은 2009년 12월 현재 전북혁신도시의 농생명클러스터 673만3000㎡(204만 평) 1곳 외엔 없다"며 "원형지 분양을 하지 않은 국가산업단지도 2009년 12월 말 미분양된 면적이 전체의 0.4%에 불과할 정도로 잘 추진되어 왔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결국 원형지 분양 방침은 '세종시 백지화안'을 밀어붙이기 위한 졸속정책"이라며 "전국토를 대기업과 건설사에게 퍼줘 '난개발 특허권'을 부여하겠다는 망국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1신 : 4일 오전 9시]

 

5일간 대정부 질문... '세종시 수정안' 놓고 격돌

 

4일부터 5일간 열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은 '세종시 여론전'이 될 전망이다.

 

국회는 4일 정치분야를 시작으로 5일 외교·통일·안보분야, 8·9일 경제분야, 10일 교육·사회·문화분야에 관한 대정부질문을 진행한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세종시 수정 관련 법안 국회 제출시기를 3월 초로 잡고 이때까지는 당 내 세종시 관련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방침이지만, 대정부 질문에 나서는 의원들 면면을 보면 '세종시 여론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나라당 원내지도부는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자력발전소 공사 수주와 G20정상회의 유치 등의 치적을 적극 내세우는 것과 함께 당내 분란을 심화시킬 수 있는 세종시와 관련한 질의를 최대한 자제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미 친이·친박 각 계파별로 견해가 분명하고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논란을 벌여온 만큼, 각 계파에 속한 의원들이 대정부질문이라는 '공식무대'에 세종시 논란을 끌어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정부질문 5일 동안 세종시 빠지는 날은 없을 듯

 

4일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서는 의원들의 면면을 봐도 이 같은 상황이 쉽게 감지된다.

 

서울시의회 의장 출신으로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에 극력 반대해온 임동규 의원, 안국포럼 출신으로 친이 직계인 백성운 의원 등이 세종시 수정의 당위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이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친박계 핵심 유정복 의원은 국토균형발전 논리로 수정안을 반박할 계획이다.

 

여당 내 분란 못지 않게 야당의 세종시 수정 반대 공세도 거셀 전망이다. 4일이면 삭발단식 21일째를 맞는 양승조 민주당 충남도당 위원장과 자유선진당 '세종시 삭발 5인방' 중 1명인 이상민 정책위의장의 대정부 공세는 이들의 투쟁방식만큼이나 강도가 셀 것으로 보인다.  '행정도시건설청'이 이미 정 총리 지명 다음날인 지난해 9월 4일 세종시 입주 예정기업인 외국기업 SSF에 보낸 문건에 '세종시 개정안'을 적시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정치분야가 끝나도 대정부질문에서 세종시라는 주제가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정옥임·김동성 등 친이계 의원들은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해외의 행정부처 이전 사례를 모아 비효율성을 부각시킬 계획이고 친박계 핵심인 유기준 의원 등이 반대논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유선진당은 이번 대정부질문을 세종시 수정안의 부당성을 알리는 기회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어서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내내 정운찬 총리와 이하 장관들은 세종시 문제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세종시 말고도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튀어나올 뜨거운 이슈들은 많다. 대표적인 것이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법제도개선'으로 여야는 정부를 사이에 두고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 위원으로 연일 우리법연구회 해체를 촉구한 주성영 의원이 외교·통일·안보분야 질문에 나서 법원에 대한 이념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이고, 민주당은 율사 출신 박주선 의원과 이춘석 의원이 '정치 검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번 대정부질문에서 4대강사업의 문제점, 아프간 파병의 부당성 등도 지적할 계획이다.

 

정 총리, '731부대의 망신' 만회하고 설 민심 얻을 수 있을까

 

정부 측도 이번 대정부질문에서 난타당하지만은 않겠다는 태세다.
 
정운찬 총리는 3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나를 비롯해 각 부처 장관이 정부 정책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국정에 대한 지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정 총리는 지난달 말부터 각 부터 장관 및 실무자들과 회의를 열고 세종시 문제, 남북관계, 각종 경제 이슈 등을 꼼꼼히 점검하면서 답변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대정부질문에서 '731부대'를 '항일독립군'이라고 답했던 '망신살'을 만회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도 있지만, 대정부질문 뒤 설 연휴(13~15일)가 닥쳐오는 만큼 정 총리의 활약이 세종시에 대한 설 민심 형성에 영향을 상당한 끼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태그:#대정부질문, #정운찬,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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