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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여행을 계획하고 싶은 날이 있다. 화창한 날씨가 아까운 가을 오후,경산 시외 버스 터미널로 달려간다. 큰 보따리를 든 아줌마들이 매표소 직원과 한참을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뿐 대합실은 썰렁하다.자가용의 대중화로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이는 드물어져서 가을 낭만을 즐기고픈 젊은이들 몇만 어슬렁댄다.

"차 왔다. 같이 타고 가자." 초면에 대뜸 반말인 아줌마들을 따라서 차에 올라탄다. 승객이 채 다섯명이 될까 싶은 버스 안에서 두세명의 스님들이 반가운 얼굴로 동료를 부른다.밖에서는 영락없는 보통의 아가씨들이고 놀랍게도(?) 그들도 속세의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속세의 이야기를 한다.한 번쯤은 권해도 될 법하지만 낯선이에 대한 지극한 경계심인지 자신들 끼리 조그만 토스트를 맛나게 먹으며 누구는 출가 할 시기가 됐는데 아직 마음을 못 정하고 있더라는 둥의 이야기를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흘려들으며 창밖을 보니 어느새 경산 자인면을 지나고 있다. 경산은 일연,설총,원효의 출생지로서, 이른바 삼성현의 고장이라는 모토아래 관광도시로 도약 중인 곳이다.운문사에 가는 중, 경산 자인면을  지나는 동안에도 여러 문화재를 많이 만날 수 있다.

뒤쪽에는 그네를 뛸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옛날식 나무그네라서 새로운 감이 있다. 그 근처 찜질방과 식당길을 지나면 '계정숲'이라는 경산의 또다른 볼거리가 있다. 도심 속에서 사적을 보유한 체육공원식 숲길이다.
▲ 경산 자인단오제 알림 조형물 뒤쪽에는 그네를 뛸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옛날식 나무그네라서 새로운 감이 있다. 그 근처 찜질방과 식당길을 지나면 '계정숲'이라는 경산의 또다른 볼거리가 있다. 도심 속에서 사적을 보유한 체육공원식 숲길이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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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속력을 내고 셔터 소리도 바빠질 즈음 ,눈앞에 시원한 산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잘 생겼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씩씩한 남자처럼  늠름한 모양새다.

산세가 수려하고 시원하다.바위가 적당히 드러난 형상에 반한 수 많은 화가들이 스케치 여행지로 이 산을 찾아온다.
▲ 운문산 산세가 수려하고 시원하다.바위가 적당히 드러난 형상에 반한 수 많은 화가들이 스케치 여행지로 이 산을 찾아온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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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가을 하늘과 초록산이 강한 조화를 이룬다. 어느 것 하나 내것이 아니라고 여기며 속세를 떠났을 차안의 비구니승들도 매일 이 곳을 지나며 이 자연 만큼은 자신의 것으로 마음에 담아두고 싶지 않았을까?

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물이 매우 맑다
▲ 운문댐 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물이 매우 맑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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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운문사 입구에 차가 도착했다. 비구니승들도 보따리를 움켜쥐고 긴 챙이 달린 밀짚모자를 쓰며 내린다. 산채 비빔밥, 촌닭 등을 파는 식당가를 걸어서 긴 소나무 길쪽으로 간다. 입구에서 매표원이 지루한 듯 기지개를 켜고 있다가 돈을 받으러 일어서서 온다.

양 갈래로 늘어선 소나무 숲길을 30 여분을 걸어가야 운문사가 나온다
▲ 운문사 입구 소나무길 양 갈래로 늘어선 소나무 숲길을 30 여분을 걸어가야 운문사가 나온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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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 덕분에 물빛이 맑아보였다
▲ 운문사 가는길에 만난 맑은 시냇가 가을 햇살 덕분에 물빛이 맑아보였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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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따라 들어가면 문화재 해설사가 상주하는 코너가 있고 절의 입구에 도착하게 된다. 야생화와 비구니승들이 재배하는 채소밭 주변에서 사진 촬영하는 사람들이 많다.
▲ 운문사의 낮은 기와 담장 이 길을 따라 들어가면 문화재 해설사가 상주하는 코너가 있고 절의 입구에 도착하게 된다. 야생화와 비구니승들이 재배하는 채소밭 주변에서 사진 촬영하는 사람들이 많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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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 특별히 관리하는 일명'처진 소나무'이다.일년에 막걸리 다섯말씩 부어 주며 신심을 다해 관리 한다.봄이 되면 스님들이 나무를 빙 둘러싸고 땅에 고랑을 파서 막걸리를 붓는 장면은 큰 장관이라 한다.
▲ 운문사 처진 소나무 절에서 특별히 관리하는 일명'처진 소나무'이다.일년에 막걸리 다섯말씩 부어 주며 신심을 다해 관리 한다.봄이 되면 스님들이 나무를 빙 둘러싸고 땅에 고랑을 파서 막걸리를 붓는 장면은 큰 장관이라 한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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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관리에는 나름의 이유와 목적이 있을 것이다.이 종은 따가운 가을 햇살아래 절  한가운데에 내버려진 느낌이 있었는지 관람객들 마다"종을 왜 저래 놔뒀을꼬?","종이 떨어졌네?" 라는 의구심을 자아냈다.원래 저렇게 두는건가 물어보고 싶게 만들기도 했다. 날씨 탓인지 약간은 초라해 보이기도 했다
▲ 약간의 비애라고 할지.. 문화재 관리에는 나름의 이유와 목적이 있을 것이다.이 종은 따가운 가을 햇살아래 절 한가운데에 내버려진 느낌이 있었는지 관람객들 마다"종을 왜 저래 놔뒀을꼬?","종이 떨어졌네?" 라는 의구심을 자아냈다.원래 저렇게 두는건가 물어보고 싶게 만들기도 했다. 날씨 탓인지 약간은 초라해 보이기도 했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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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조각상 중 오른쪽에는 새끼인 듯한 것이 매달려 있었다.법당 안은 먼지와 나무의 부패로 조금 아쉬웠다.
▲ 향냄새로 가득한 마당 두 개의 조각상 중 오른쪽에는 새끼인 듯한 것이 매달려 있었다.법당 안은 먼지와 나무의 부패로 조금 아쉬웠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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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선의 곡선, 저고리 앞섶의 곡선, 그리고 처마의 곡선의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것들이다. 생활 속에서 실제로 보는 이 아름다움은 새로운 감흥을 자아낸다.
▲ 한국의 미 버선의 곡선, 저고리 앞섶의 곡선, 그리고 처마의 곡선의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것들이다. 생활 속에서 실제로 보는 이 아름다움은 새로운 감흥을 자아낸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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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기와 지붕과 자연 속에 자리잡은 이 조형물을 만들기 위해서 석수장이는 얼마나 고된 인고의 시간을 거쳤을까!그는 돌을 다듬으며 마음 속에서 이미 부처님을 만났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 소박한 불심 산과 기와 지붕과 자연 속에 자리잡은 이 조형물을 만들기 위해서 석수장이는 얼마나 고된 인고의 시간을 거쳤을까!그는 돌을 다듬으며 마음 속에서 이미 부처님을 만났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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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하나하나 세워넣어서 벽의 문양을 만들었다.현대 건축에 적용해도 과히 낯설지 않을 듯한 저 조화!
▲ 시간을 넘어 돌을 하나하나 세워넣어서 벽의 문양을 만들었다.현대 건축에 적용해도 과히 낯설지 않을 듯한 저 조화!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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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내부를 다 돌고 나니 입구 쪽에 작은 관광품 가게가 있다. 켜놓은 라디오에서 조그만 찬불가 소리가 흘러나온다. 대체로 가격이 저렴한 관광상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종류도 다양한 편이다. 하지만 그 상품들은 다른 사찰의 가게에서도 팔리는 공장식 물건일 뿐이라는 사실이 씁쓸하다.

왔던 길을 걸어나오니 저 멀리서 승복을 입은 또다른 비구니 승이 얼굴 가득 수심을 안고서 고개를 숙인 채 걸어온다. 때마침 차를 세워놓고 뭔가를 조사 중이던 한전 직원이 황급히 다가서며 질문을 던지자 경계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며 멈칫 물러서는 모습니다. 출가를 해서 고통과 번민이 사그라드는 것이 아니라 더욱 심연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는 것임을 알아가는 중인걸까?

새로운 자아를 만나고 스스로에게 당당해지며 자신의 삶에서 행복이란 단어를 찾을 때까지 그 비구니승도 속세의 사람들과 같은 과정을 거치며 살아가겠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가을 바람 부는 경북 청도로 나선 외출, 한번 쯤은 자아를 찾아서 떠나보는 것도 의미 깊지 않을까?


태그:#운문사, #가을, #경산, #경산 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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