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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23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한나라당,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23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한나라당,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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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정부,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1987년 민주화투쟁 이후 등장한 정부들이다. 민주주의의 진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1987년 이후 점점 '더 나은 정부'로 진화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 다음 정부는 어떤 정부여야 하느냐? 당연히 국민들은 더 나은 대통령, 더 나은 정부가 당선되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됐나?"

"1997년 서민, 2003년 서민, 2008년 서민이 다르다"

23일 저녁 <오마이뉴스>의 경제적 자립을 만들어가는 '깨어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들의 모임인 '10만인클럽'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노회찬 대표도 이명박 정부의 등장이 한국사회를 "1987년 이전"으로 퇴행시켰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한 발짝 더 나아가 "노무현 정부보다 더 나은 정부가 들어서지 못하고 이명박 정부가 등장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이걸 밝혀내지 못하면 이명박 정부 다음에 더 나은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보장받을 수 없다. 더 나쁜 MB(이명박), 제2의 MB가 들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보장할 것인가?"

노 대표는 지난 10년에 걸친 '민주파' 정권에서 사회경제적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한 결과 이명박 정부가 등장했다고 진단했다.

"국민들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가 뭐냐?'고 물었더니 압도적으로 '경제성장'이라고 답했다. 많은 지식인들이 그 결과를 한탄했다. 민주주의가 얼마나 중요한데 10%밖에 안 되냐고, 경제성장에 환장했냐라고. 정치적 민주주의의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긴 하지만 거기에는 포만감이 있다. 하지만 경제문제가 아프고 고통스럽다는 것이 국민의 뜻이다. 고통은 누적될수록 심해진다. 1997년 IMF 체제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사회양극화가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

'더 나은 정부'라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사회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노 대표는 이를 "1997년 서민, 2003년 서민, 2008년 서민이 다르다"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민주파 정부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국민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회양극화가 점점 벌어진 것은 모든 통계지표가 증명한다. 그때 누가 나타났나? 변신한 한나라당이 나타났다. 원래 한나라당에는 '독재의 후예'라는 지울 수 없는 문신이 있었다. 하지만 짙은 화장으로 이 문신을 지우고 '먹여 살릴 수 있는 보수'로 나타났다. '진보개혁세력이 망친 경제를 보수가 살리겠다'고."

노 대표는 "국민은 민주에는 포만감이 있었던 반면, 진짜 고민하고 아파하는 게 있었다"며 "하지만 민주당 등은 국민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여주겠다'고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에 갇히는 바람이 국민의 '진짜 고통'이 외면당했다는 것.  

"구시대 막내가 아니라 구시대를 끝내야 한나라당 극복 가능"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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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어떻게 극복될 수 있을까? 노회찬 대표는 "단순한 반MB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며 "대안 있는 반MB연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민주당 등에서 본격 제기되고 있는 '민주대연합론'을 겨냥한 발언이다. 

"2012년 대선의 쟁점을 미리 얘기하자면, 또다시 경제다. 그때 경제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을 당시보다 후퇴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운찬 총리후보자 청문회를 봤을 때 4대강사업, 부자감세, 재정적자, 노동시장 유연화 등이 계속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10여 년간 결과적으로 상황이 어렵게 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와 관련, 확신할 만한 대안을 가지고 가야 한다."

노 대표는 "신상품 보수가 일부 계층만 먹여 살린다고 한다면 우리는 서민들에게 진짜 따뜻한 진짜 밥을 먹일 수 있는 진보대연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정치적 민주연합'을 넘어선 '사회경제적 민주화연합'으로, 이른바 '민들레연합'을 주창한 바 있다.

이어 노 대표는 "한나라당을 제대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상도당, 호남당도 안 되지만 더 나아가 민주 대 반민주도 설득력이 없다"며 "지금의 정치지형을 보혁구도로 바꾸어야 한나라당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표는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등에서 노동당 같은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대안으로 좌파신당이 생기고 있는 흐름에 주목한다. 그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서민들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니까 그런 흐름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노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구시대의 막내'를 자처했다"며 "자기로서 구시대를 끝내야 한다는 비장감이 있긴 하지만 구시대를 끝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를 따라 뭉치는 구시대를 마감하고 정치지형의 변화를 동반하는 신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

노 대표는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인물보다 정책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그래야 정책공조, 선거연합 등을 거쳐 신뢰가 쌓이면 당까지 함께할 수 있는 식으로 정치지형을 발전시키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행 선거제도의 변화를 중요이슈로 삼아야"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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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노 대표는 현재의 소선거구제 하에서 특정보수정당의 지역독점 현상은 해소되기 어렵다며 선거제도의 변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진보정당에서 제기해온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선거제도를 개선하지 않고 두 번 집권한들 뭐가 달라지겠나? 독일식 정당명부제로 하면 한나라당의 영남 아성이 많이 무너진다. 물론 한나라당이 반대한다. 그렇다고 그 얘기를 하지 말아야 하나? 더 국민들 설득하고, 더 중요한 이슈로 삼아야 한다. 이것이 한나라당을 '영원히', '지속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다."

"트위터는 약자의 무기, <조선> 독자수 걱정 말라"

노회찬 대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가능성과 관련, "과거를 복원하는 식의 재결합은 바람직하지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면서도 "2012년 이전에 통합을 위한 다양한 접근과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노 대표는 "진보정당이 사실 제대로 되려면 두 당만으론 부족하다"며 "우리 사회에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있다고 보고 기존 틀을 넘어서 새로운 틀을 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당의 통합 수준을 넘어서는 더 큰 통합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어 노 대표는 "당의 전진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내년 지방선거에 (당력을) 다 떨어내야 한다"며 "16개 광역시도에 다 출마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어떤 일이든 당이 결정하는 길이면 출마든 불출마든 할 생각"이라고 말해 내년에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노 대표는 '심상정 전 대표를 얼마나 자주 만나느냐'는 질문에 "주로 상갓집에서 만나 식사한다"고 답한 뒤, "그는 담대하고 적극적이며 판단이 빠르다"며 "정치인 중에서 보기 드문 자질을 가졌다"고 평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블랙베리폰(이 사진은 휴대전화 '6534'님이 #5505 엄지뉴스로 보내주셨습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블랙베리폰(이 사진은 휴대전화 '6534'님이 #5505 엄지뉴스로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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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표적인 트위터 정치인'인 노 대표는 "트위터를 여론형성에 이용할 수 있고 적절히 대응만 하면 진보진영에 더 유리하다"며 "조선일보 독자수 걱정할 것 없이 약자의 무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현재 블랙베리폰을 이용해 트윗팅을 하고 있으며, 그를 따르는 사람(follower)만 9200여 명을 넘어섰다.


태그:#노회찬,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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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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