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민주회복민생살리기 제2차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민주회복민생살리기 제2차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1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민주회복민생살리기 제2차범국민대회'에서 전국민주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시국선언 탄압을 규탄하는 포스터를 들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민주회복민생살리기 제2차범국민대회'에서 전국민주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시국선언 탄압을 규탄하는 포스터를 들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범국민대회에 나온 1만여명 시민들의 눈에 비친 현 시국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19일 오후 4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2차 범국민대회의 구호는 다양했다. '언론악법 철회', '시국선언 탄압중단', '비정규직 해고 중단', '4대강 죽이기 중단'이 4가지가 가장 주된 주제였지만, 이외에도 용산참사 해결, 쌍용자동차 정상화 등 미리 정해진 대회 '주요 구호'만 16개나 됐다.

발언자들도 참사 반년을 하루 앞둔 용산 유가족과 59일째 옥쇄투쟁 중인 쌍용차 가족대책위는 물론,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 운하백지화국민행동 등 다양했다. 시국선언으로 징계 조치를 당한 교사·공무원들도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발언자들이 너무 많아서 사회자는 "조금만 말을 짧게 해달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고, 무대 앞에는 발언자를 향해 '(정해진 발언시간) 1분 전'이라는 피켓을 드는 자원활동가도 있었다.

개회사를 한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밤에 잠도 안 오고 떡볶이를 먹으면 설사를 하는, 신종 인플루엔자가 돌고 있다"면서 "이 병을 고치는 것은 이렇게 나와서 함께 우리의 요구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산참사] "내일, 우리는 시신을 메고 청와대로 갑니다"

용산참사 유가족인 고 이성수씨 부인 권명숙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용산참사 유가족인 고 이성수씨 부인 권명숙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여러 발언자 중에서 가장 절박한 것은 역시 용산 유가족과 쌍용차 노동자가족이었다. 고 이성수씨 부인 권명숙씨는 "지난 6개월 동안 아이들에게 신경을 못 쓴 것 같다"면서 두 아들 상훈·상현군에게 쓴 다음과 같은 편지를 읽은 뒤 "내일 다섯분의 시신을 메고 청와대로 나갈 때 다 같이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6개월이 됐지만 이 엄마는 아직 상복을 벗지 못하는구나. 한참 뛰어놀 너희가 상주가 돼 빈소를 지키는데 얼마나 힘들겠니? 엄마는 그날 생각을 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저녁에 상훈이 잠든 모습을 보면서 '엄마 잘 챙기라'고 하던 아버지가 그렇게 먼 길을 갈 줄이야. 너희가 난생 처음 본 시신이 아버지, 그것도 갈가리 난도질당한 시신이돼다니. 그래서 이 엄마는 네 아버지를 아직 보낼 수 없단다.

다행스럽게도 너희는 또래에 비해서 어른스럽게 엄마를 위로하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러나 어미 마음은 편한 것이 아니다.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어른이 되어가는 너희들. 엄마가 제일 무서운 것이 뭔줄 아니? 너희가 '테러범'의 아들, '도시방화범'의 아들로 낙인 찍히는 것이란다. 그래서 이 어미는 아버지 영정을 들고 국회도 가고 청와대도 가고 시청도 가고 검찰청도 간다. 그런데도 돌아오는 답은 네 아버지가 스스로 불질러 죽었다는 것이구나.

아들들아, 엄마는 더 울 힘도 없다. 그래서 마지막 결심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보도록 관을 메고 청와대로 갈 생각이다. 장례를 치르든지 이 어미까지 죽여달라고. 이런 선택을 하는 어미 마음을 이해해다오. 조금만 힘내서 아버지 누명을 벗기자꾸나. 사랑한다, 아들들아."

[쌍용차] "돼지김치찌개, 우렁된장찌개, 뜨끈한 밥..."

공장을 점거하고 옥쇄파업중인 쌍용자동차노조원 가족들이 '공적자금 투입' 등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공장을 점거하고 옥쇄파업중인 쌍용자동차노조원 가족들이 '공적자금 투입' 등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옥쇄투쟁도 벌써 59일째, 해결의 실마리 없이 공권력 투입을 앞둔 암울한 상황이다.

두달 가까이 남편을 보지 못한 쌍용차 가족대책위 박정숙씨의 편지도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박씨는 남편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써서 무대에서 낭독했다. 편지를 읽는 도중 박씨는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같이 무대에 올라온 가족들 중 아직 철모르는 어린이들은 저희들끼리 장난을 쳤지만, 엄마들은 대부분 눈물을 흘렸다.

"3년 동안 연애를 할 때도 매일 얼굴을 보면서도 내가 보고 싶어서 한밤중에 먼 길 달려와주던 내 사랑, 결혼한 지 11년이 지나 머리숱이 줄어드는 당신을 보면서도 아직 가슴이 두근대는데 못 본 지 한 달이 됐네요.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나서, 정당한 싸움이라고 이겨서 돌아오겠다던 당신을 믿고, 저는 '왜 위험한 곳으로 가냐'고 바짓가랑이 잡고 매달리지 않았습니다. 2~3일이면 돌아오겠지, 마음으로 울고 겉으로 웃으며 배웅했습니다. 당신이 얼마 전에 전화해서 돼지고기 두툼하게 썰어넣은 김치찌개랑 자박자박 지진 우렁된장찌개가 먹고 싶다고, 무엇보다 내가 지은 뜨끈한 밥이 먹고 싶다고 하던 말에, 저는 입술이 터지게 눈물을 참았습니다. 당신에게 언제 그 밥을 해드릴 수 있을까요?

힘있는 자들이 긴 터널을 막고 생각도 막고 있습니다. 어둡고 무섭지만, 동지들이 함께 있어서 새 길을 뚫어줄 거라 굳게 믿습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우리 사랑은 2배 3배 커져있겠지요? 항상 사랑하자던 약속 지키면서 살아가요."

[언론관계법] 야당 대표들의 불참... "양비론으로 보지 말아달라"

언론관계법도 주요 현안이었다. 마침 이날 국회에서는 언론관계법 상정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과 당직자들의 농성이 시작됐다.

야당 의원들은 하나 같이 "MB악법을 막고 이명박 정권도 퇴진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애초 대회에 참석하기로 했던 정세균 민주당 대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국회에서 나오지 못했다.

정 대표를 대신해 발언에 나선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싸우지 좀 말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는 싸워야 한다"면서 "정치권을 욕하더라도 양비론으로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도 "미디어법을 날치기한다는 것은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제도 강행 처리하고 쌍용차에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는 뜻"이라면서 "법안이 통과되면 전면 파업에 돌입하겠다"면서 언론관계법 개정 저지에 힘을 실었다.

한편, 이날 범국민대회는 4대 요구가 적힌 천을 찢는 집단 퍼포먼스를 마지막으로 저녁 7시께 모두 끝났다. 참가자들 일부는 해산한 뒤 추모콘서트가 열리는 용산 남일당 현장으로 이동했다.

1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민주회복민생살리기 제2차범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언론악법 철회' '시국선언 탄압중단' '비정규직 해고 중단' '4대강 죽이기 중단' 4가지 요구사항이 적힌 대형 현수막을 찢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민주회복민생살리기 제2차범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언론악법 철회' '시국선언 탄압중단' '비정규직 해고 중단' '4대강 죽이기 중단' 4가지 요구사항이 적힌 대형 현수막을 찢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태그:#범국민대회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4,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