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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순 운주사 와불.
화순 운주사 와불. ⓒ 이돈삼

'징검다리'지만 황금연휴를 맞는다. 집에서만 지내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들이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하루쯤은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오면 좋겠다. 재충전의 기회도 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5월 2일이 석가탄신일이다. 종교에 상관없이 절에 가보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절을 생각하면 웅장한 대웅전과 근엄한 불상, 정교한 탑 등이 먼저 떠오른다. 교회나 성당도 마찬가지겠지만, 절은 왠지 엄숙해야 할 것만 같다. 나들이를 가더라도 절에서는 발걸음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아이들이랑 같이 갈 때면 더욱 조심스럽다.

하지만 웅장하고 정교한 멋보다 상대적으로 소박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절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전남 화순군 도암면에 있는 운주사다. 운주사는 깊은 산 속도 아니고 들판에 선 석불과 석탑이 부담 없이 다가온다. 정겹게 느껴지는 이유다.

 운주사 석탑들.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이다.
운주사 석탑들.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이다. ⓒ 이돈삼

운주사는 절도 절이지만 절 언저리 산골짜기에 줄지어 서 있는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곳이다. 탑의 모양이 천차만별이다.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하다. 제멋대로다. 호떡이나 항아리 모양의 돌과 다듬지 않은 자연석을 크기대로 쌓아올린 것도 있다.

돛대 모양으로 만들어진 탑도 있다. 제기 위에 떡을 포개놓은 것 같은 탑도 있다. 탑의 층수도 다양하다. 누워 있는 부처도 있다. 마치 아이들이 만들다 만 공작물처럼 산비탈과 논두렁, 밭이랑, 바위틈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운주사의 탑과 석불들이 남도지방의 전형적인 하층계급의 문화유산으로 꼽히는 것도 이런 연유다. 정교한 맛도 없다. 일반적인 규범을 무시한 채 아주 파격적인 생김새를 하고 있다. 단순하고 투박해 부처의 위엄이나 자비로움은커녕 내 부모·형제나 이웃처럼 정겹다.

 운주사 석탑들. 생김새가 제멋대로다.
운주사 석탑들. 생김새가 제멋대로다. ⓒ 이돈삼

운주문화축제도 펼쳐진다. 지난해까지 매년 10월에 열렸는데, 올해부터는 석가탄신일이 있는 5월로 옮겨 치른다. 축제는 5월 1일부터 사흘 동안 펼쳐진다. 탑 쌓기, 예불, 점심공양, 탑돌이, 석불 세우기, 천불천탑 만들기, 108염주 만들기, 컵등 만들기 등 독특한 체험프로그램이 다채롭다.

산사음악회와 전통혼례, 사생대회, 마당극과 들소리 공연, 거리음악 연주 등 보고 즐길 거리도 많다. 운주사 옛 사진 공모전, 옛 농기구와 생활용품 전시회, 해설이 있는 운주사 탐방 등도 있다. 전통 민속놀이, 천연염색 체험도 가능하다.

 화순 백아산. 산나물 집단 재배단지다.
화순 백아산. 산나물 집단 재배단지다. ⓒ 이돈삼

운주사에 들렀다가 백아산을 찾아도 좋겠다. 백아산은 해방 전후 지리산과 함께, 아니 지리산보다도 더 빨치산의 활동이 치열했던 곳이다. 그렇게 아픈 과거를 지닌 백아산이 지금은 산나물 단지로 변신하고 있다. 백아산 대판골을 중심으로 산나물 단지 100㏊가 조성됐다.

산나물 종류도 곰취, 산마늘, 곤달비, 두릅, 달래, 엄나무, 오가피, 초피, 참나물, 머위, 산부추, 곤드레 등 200여 종에 이른다. 농약 한 방울, 화학비료 한 줌 주지 않은 채 자연에서 자유분방하게 큰 것들이다.

백아산 일대가 산나물 단지로 변하게 된 것은 대처에서 살다 고향으로 돌아온 한 젊은이의 덕이다. 오마이뉴스에 '시골풍경'을 연재했던 김규환 시민기자가 20년 타향살이를 끝내고 4년 전 이곳으로 들어와 산나물을 심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는 귀향 이후 날마다 낫과 괭이를 들고 풀을 베고 칡덩굴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산나물 씨를 뿌렸다. 그런 김씨를 보고 또 산나물의 미래를 밝게 본 사람들이 투자를 하고, 화순군에서도 지역특화작물로 산나물을 선정하면서 그렇게 됐다. 한 사람의 노력이 지역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봄동과 산나물의 만남.
봄동과 산나물의 만남. ⓒ 이돈삼

 백아산에서 산나물을 재배하고 있는 김규환씨. 고사리를 삶아 말리는 등 축제손님 맞을 채비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백아산에서 산나물을 재배하고 있는 김규환씨. 고사리를 삶아 말리는 등 축제손님 맞을 채비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이돈삼

5월 1일부터 5일까지 산나물축제도 연다. 축제도 색다르다. 여느 축제와 달리 행사장에 마이크도 없고 음악, 공연 같은 것도 일절 없다. 새소리, 물소리와 함께 숲길을 걸으며 산나물을 보고 또 산나물로 만든 음식을 맛보며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축제다. 숲길을 걸으며 산이 키워낸 산나물과 들꽃을 오감으로 만나고 즐기는 마당이다.

행사장에서 맛볼 수 있는 산나물 음식도 100여 가지나 된다. 곰취와 참나물, 두릅 등으로 만든 산나물 쌈밥과 비빔밥, 장뇌삼으로 더 알려진 산양삼밥 등등. 산나물 도시락, 산나물 김밥, 산나물 화분도 살 수 있다. 소포장의 산나물 세트도 구입할 수 있다. 산나물을 심고 산나물떡과 복조리, 가죽부각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백아산 대판골에 군락을 이룬 산나물 '곰취'.
백아산 대판골에 군락을 이룬 산나물 '곰취'. ⓒ 이돈삼

뿐만 아니다. 화순엔 가볼 만한 곳도 많다. 화순군 능주면 남정리는 개혁사림파의 거두였던 정암 조광조가 기묘사화 때 훈구파에 밀려 귀양 왔다가 사약을 받고 죽은 곳. 여기에 '조광조 선생 적려유허비'와 복원된 초가가 있다.

화순군 도곡면 효산리와 춘양면 대신리 일대에는 500여기의 고인돌이 군집을 이루고 있다. 이 고인돌군은 사적 제410호로 지정돼 있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화순읍 만연산과 안양산에 오르면 일주도로를 따라 요즘 영산홍과 철쭉꽃이 만개해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보고 즐기는 것 못지않게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화순은 두부로 널리 알려져 있는 고장이다. 흑두부와 색동두부가 색다른 맛을 자랑한다. 색동두부는 색동옷처럼 여러 색깔을 지닌 컬러두부를 일컫는다. 다슬기를 이용한 회와 비빔밥도 별미다. 흑염소 요리도 화순의 대표적인 먹을거리에 속한다.

산나물에, 두부에 웰빙 먹을거리가 푸짐하고 색다른 볼거리도 많은 화순으로 '징검다리 연휴' 여행계획을 세워보는 건 어떨까. 몸과 마음이 모두 행복해하는 나들이가 될 것이다.

 화순 만연산과 안양산 일주도로에 활짝 핀 영산홍과 철쭉.
화순 만연산과 안양산 일주도로에 활짝 핀 영산홍과 철쭉. ⓒ 이돈삼

 화순의 별미 색동두부.
화순의 별미 색동두부. ⓒ 이돈삼


#운주사#화순운주문화축제#백아산#산나물축제#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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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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