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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 주식에 올인하여 실패한 후 지금 힘들게 살고 있는 40대 후반의 가장입니다. 이 대통령의 말이 지금 제 귀에 제대로 들리지 않습니다. 이미 망할 사람은 다 망한 상태인데, 더 어떻게 망하라는 얘기인지요? 지금 주식을 사라구요? 지금 주식살 돈이 있으면 당장 먹고 죽고픈 심정입니다.

장밋빛 전망 믿고 주식에 올인했지만

지난 7월 25일 코스피지수가 종가기준 2000포인트를 돌파해 2004.22포인트로 마감하자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지난 7월 25일 코스피지수가 종가기준 2000포인트를 돌파해 2004.22포인트로 마감하자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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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주식시장이 곧 2천을 돌파한다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을때 그동안 모아 놓은 돈과 적금을 깨서 5천만원 가량으로 주식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 주가지수 3천에 도달한다고 한 장밋빛 전망을 믿은 것이 큰 화근이 되었습니다. 주식으로 약간의 재미를 본 후 조금 더 벌어보자며 집을 담보로 1억원을 더 대출을 받아 주식투자를 크게 했습니다. 주식에 제 인생을 올인한 것이죠.  그러나 그게 패가망신의 지름길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지만,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여겼습니다.  인생살이가 뜻대로만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올초부터 뼈저리게 느끼며 이익보다 원금손실이란 말에 더 익숙한 생활을 살고 있습니다. 직장일보다 증권 시황에 더 눈이 돌아가다보니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여러번 상사에게 꾸지람도 받고, 홧김에 술로 지샌 밤도 많았습니다.

요즘 주식투자에 실패해서 자살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저는 가슴이 뜨끔뜨끔합니다. 돈이 인생의 전부인양 무지개를 좇다가 결국 죽음을 택한 사람들을 보며 그사람들의 심정이 얼마나 힘들까 하고 헤아립니다. 작년 말에 아내가 말릴 때 그말을 들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로또 맞았으면 좋겠다는 친구의 헛웃음

한때 1100선이 붕괴됐던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모습.
 한때 1100선이 붕괴됐던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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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친구와 술을 한잔 하면서 "한달 대출이자에 짓눌려 생활이 말이 아니"라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친구가 제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우정보다 더 급한 게 그 친구의 사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아이들 학원비에 친구 역시 대출을 끼고 집을 산지라, 한달에 들어가는 은행이자 빼고나면 매달 적자 살림이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친구가 돈을 빌려줄 형편이 안되는 것을 저도 뻔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돈 얘기를 꺼낸 제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때 친구의 눈빛에서 나타난 그 미안함은 어쩌면 나에 대한 미안함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감 등이 깊이 들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친구는 나를 도와주지 못하는 자신을 한탄하며, 뾰족한 수가 없었는지 로또라도 맞았으면 좋겠다고 헛웃음을 지어보였습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로또 판매량이 많다던데, 로또라도 사서 이 어려움을 탈출하고 싶은 부질없는 마음도 듭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가 경기침체기다 보니 지금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은 저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가장들이 다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어려운 현실을 굳이 대통령과 정부탓으로 돌리고 싶진 않습니다. 사람들은 IMF보다 더 어렵다고 난리들인데, 아직 회생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마치 빛이 보이지 않은 까만 동굴속을 더듬 더듬 기어가는 듯한 기분으로 살고 있습니다. 내가 이럴진대, 저보다 훨씬 더 캄캄한 동굴속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더 힘들겠지요. 그 심정을 누가 알겠습니까?

또 주식을 사라는 대통령, 답답합니다

대출이자 부담으로 집을 팔려 해도 계속 부동산값이 떨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보면서, 정말 엎친데 덮친격이란 생각뿐입니다. 살고 있는 집을 정리하고 증권사에서 빌린 대출금이라도 갚고, 조그만 집에 전세라도 가서 맘 편하게 살고 싶습니다. 이런 소박한 바람마저 지금으로서는 기대난망인 걸 보면 참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어서 집이라도 빨리 팔려야 숨통이 트일 텐데, 언제 그날이 올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제 아내의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날이 갈수록 야위어가는 아내 모습 볼 낯이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면 주가지수 3천을 돌파하고, 금방 부자될 것 같았는데, 지금 전 이렇게 쪽박신세가 되었습니다. 이젠 살던 집마저 팔아 증권사에서 빌린 돈을 갚아야 할 형편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또 주식을 사라고 합니다. 저 같은 사람을 얼마나 더 만들어야 이런 소리 안 들을까요? 어제 이 대통령의 주식 사라는 뉴스에 하루 종일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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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내용을 미디어다음에도 올렸습니다.



태그:#주식, #이명박대통령, #무지개꿈, #쪽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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