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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데이(oneaday). 말 그대로 하루에 한 가지만 파는 '단순한' 인터넷 쇼핑몰이다. '안 파는 게 없는' 대형 오픈마켓인 G마켓·옥션과는 정반대의 콘셉트다. 규모도 게임이 안 된다. 지난해 G마켓·옥션의 거래액은 5조8000억원으로 오픈마켓 전체 시장의 87.2%를 점유했다. 이에 비해 원어데이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110억원이며, 올해 흑자도 아니다.

 

그런데도 원어데이는 인터넷 쇼핑업계 안팎에서 주목받는 '작지만 강한' 사이트다. 지난해 월 평균 매출액이 2억5000만원인데, 올해는 9억2000만원으로 370% 성장했다. 지난 7, 8월부터는 브레이크 이븐 포인트(수지균형점)를 맞췄다. 1년 6개월만에 (월 수지)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내년 예상 매출액은 올해의 3배인 360억원. 최근의 경기 침체와 별다른 홍보 없이 이룬 성과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나쁜 성적표가 아니다.

 

원어데이가 초반에 관심을 모았던 건 이준희 대표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었다. 그는 옥션의 공동 창업자였다. 1997년 옥션을 만들었던 그가 10년 만에 정반대 콘셉트의 쇼핑몰을 들고 나와 화제가 됐다. 초기에 업계는 물론 지인들조차 '반신반의'했다. 그런 우려에도 원어데이는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이 대표는 "반드시 되는 사업"이라고 믿었기에 초조해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향후 성장 전략을 더 고민했다"고 한다.

 

 

하루 한 가지 상품에 집중... '지름신' 유도

 

'배짱'처럼 여겨질 만한 이 대표의 성공 자신감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집중'이다. 매일 24시간 집중한다. 한 가지 상품에 집중한다. 상품 스토리, 상품상세정보, 판매리포트, 상품토크 등 모든 메뉴는 당일에 판매되는 한 가지 상품에 집중돼 있다. 이는 구매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원어데이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그날 파는 하나의 제품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해당 상품에 관심 있는 구매 잠재층을 '지름신'에게 인도하는 아주 좋은 장치다.

 

그렇다면 문제는 상품의 신뢰성과 가격. 그리고 그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 욕구다. 원어데이 가격 정책은 "시중 최저가보다 10~80% 싼 가격"이다. 상품 검증은 MD(기획자)를 포함한 직원들이 직접 써보며 사전에 평가한다. 또한 오픈마켓과는 달리 반품 등 소비자 불만을 원어데이에서 직접 해결한다. 이 대표는 그 무엇보다 "퀄리티(제품의 질)가 최우선 조건"이라고 한다.

 

원어데이측에 따르면, 지금까지 하루 최다 판매량은 약 1만개(7월 25일 위닉스 영구 제습제), 평균적으로는 4000~5000개가 팔린다. 최고 매출액은 지난 4월 1일 판매된 후지필름 FinePix 디지털 카메라로 하루 매출액이 2억7000만원에 달했다. 소비자들의 1차 검증 관문은 통과한 셈이다.

 

"커뮤니티가 있는 쇼핑몰". 이준희 대표의 '원어데이'에 대한 정의다. 그는 원어데이가 벤치마킹한 미국의 '우트닷컴'과의 비교우위도 '상품 토크'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욕설을 제외하고는 어떤 소비자 불만 글도 지우지 않는" 전략도 이 때문이다. 그런 탓에 원어데이 상품 토크에 가보면 간혹 제품 불만은 물론 "재고 상품만 내놓느냐"는 문제제기까지 다양한 글이 뒤섞여 있다.

 

지난해 4월 25일 문을 연 원어데이는 사이트 오픈 이전에 내부에서 '풍년상회'로 불렸다. 이 대표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주인과 흥정해 가격도 깎을 수 있는" 정감있는 온라인 동네가게를 만들겠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풍년상회'는 사람으로 따지자면 엄마 뱃속에 있을 때의 '태명'이었던 셈이다.

 

지난 21일 오후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원어데이 사무실에서 이준희 대표를 만났다. 24시간 내내 전쟁 치르듯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는 인터넷 쇼핑몰 대표답지 않게 이준희 대표는 느릿한 말투로 원어데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했다.

 

"상품토크가 비교 우위...비판 댓글도 안 지운다"

 

- '하루에 한 가지를 판다'는 콘셉트는 2004년 문을 연 미국의 '우트닷컴'이 먼저 시작한 걸로 알고 있다. 이를 벤치마킹한 것인가.

"그렇다. 우트닷컴을 보고 '아,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다'라고 생각했다. 원어데이는 지난해 4월 오픈했지만 사업 구상은 그보다 훨씬 전에 했다. 물품 소싱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어서, 이 계통에 오래 몸 담고 있던 후배와 의기투합해서 시작했다." (※ 지난해 4월 25일 처음 문을 연 원어데이가 처음 선보인 제품은 4기가짜리 MP3로, 당시 10만원 후반대 제품을 9만9000원에 팔았다.)

 

- 상품 정보, 판매 리포트 등 사이트 구성요소가 우트닷컴과 비슷하다. 디른 점이나 비교우위가 뭔가.

"원어데이가 내세웠던 것 가운데 하나가 상품토크에 대한 문화다. 이를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댓글 문화의 부작용도 많지만, 우리는 그런 부작용도 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상품토크에선 어떤 얘기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욕설 이외에는, 회사 비판 글이라고 해도 삭제해본 적이 없다. 그런 상품토크와 커뮤니케이션이 우트닷컴과의 비교우위다." (※ 원어데이의 상품토크 코너는 이용자들이 댓글로 질문을 하면 MD와 상품 판매자가 한두 시간 안에 답변을 해주는 '쌍방향'으로 진행된다.)

 

- 상품토크에 가보면 호의적인 상품평도 있지만, 간혹 "재고 상품을 소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365일 '신상'만 내놓을 수는 없다.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원어데이를 방문한다. 돈 많은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매일 다른 상품을 내놓아야 하다보니 가격대도 고려해야 하고 제품군도 고려해야 한다."

 

"다음날 팔 제품은 기자에게도 얘기 안 해"

 

- 시중 최저가보다 10~80% 정도 싼 가격에 물건을 팔고 있다고 했는데.

"한 가지 상품을 유통하다보니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짧은 시간에 한 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하다 보니까 제품에 대한 홍보도 많이 된다. 간혹 판매자가 홍보 마케팅 차원에서 역마진으로 가겠다며 손해를 감수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원어데이와 인연을 맺어 제품 브랜드가 알려진 업체들도 있다. 나중에 사세 확장에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데, 그 때 보람을 느낀다."

 

- 다음날 나올 제품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다음날 팔 제품은 기자한테도 얘기 안 한다. 그걸 철칙으로 삼고 있다. 아침에 커피 한 잔 마시듯 뉴스를 한 번 보듯 잠깐이라도 들르고 싶은 사이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 원어데이의 가장 큰 장점과 단점을 꼽는다면.

"최대 장점은 집중력이다. 상품에 대한 집중력도 물론이고, 회사 역량에 대한 집중력이다. 수천가지의 상품을 서비스하면 모든 제품에 전력을 다하기 어렵다. 그러나 원어데이는 하루에 한 가지만 팔기 때문에 집중할 수 있다. 단점은 오픈마켓처럼 거대한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카테고리를 넓혀 가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 비즈니스 모델이 좋았다고 하더라도, 초기에는 상품 판매처나 구매자에게 인지도가 없어 고생했을 텐데.

"처음부터 사이트에 대해서 별로 걱정을 안 했다. 어느 정도 쇼핑몰에 대한 지식도 있었고, 만들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일 어려운 건 상품 공급이었다. 약속을 하고 가면 십중팔구 '너희가 뭔데 우리 제품을 싸게 줘야 하느냐'는 말을 들으며 문전박대 당했다. 초기에는 물건을 사다가 팔기도 했고, 그래서 손해도 봤다. 규모가 작아서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지금은 물건을 사다가 파는 구조가 아니라, 물건을 판만큼 상품이 입고되는 형태다. 지금은 상품토크 문화를 어떻게 발전시킬지가 고민이다."

 

 

"대형 슈퍼마켓 아닌 '풍년상회' 같은 분위기 주려 해"

 

- '원어데이'라는 이름이 '하루에 한 가지를 파는 쇼핑몰'이라는 뜻의 고유 대명사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 이름이 어떻게 만들어졌나.

"사업자 등록을 하기 몇 개월 전에는 내부에선 '풍년상회'라고 불렀다. 대형 쇼핑몰은 커다란 슈퍼마켓 같은 분위기인데, 원어데이는 풍년상회 같은 분위기를 주자는 것이었다. 주인하고 가격도 깎고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다가 친구가 '원어데이'가 어떠냐고 해서 그렇게 이름을 정했다. 원어데이의 상품토크가 잘 되는 까닭은 (풍년상회 마인드로) 이용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중간에 사은품이 변경되거나 추가되고, 심지어 가격이 낮춰진 사례도 수십 건이나 된다."

 

- 원어데이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겉으로 보기에 (하루에 한 가지 상품만 파는 것을 두고) 정말 다른 형태의 쇼핑몰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쇼윈도의 디스플레이를 약간 다르게 한 것일 뿐이다. 본질과 핵심은 커뮤니티가 있는 쇼핑몰이라는 거다. 파는 게 한 가지이기 때문에 토론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 '신뢰할 수 있으면서 싼 제품',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인터넷 쇼핑몰의 과제였는데.

"원어데이는 그게 가능했던 모델이다. 하루 한 가지만 팔기 때문에 100% 검증할 수 있다. 샘플과 실제 제품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직원들이 2~3주 정도 직접 사용을 해보고 '이 정도면 되겠다'고 하는 제품 검증 과정을 거친다." (※ 원어데이는 상품 기획자인 MD가 7명, 전체 직원이 18명이다. 원어데이에 소개되는 모든 상품은 이들이 먼저 사용하고 테스트를 하는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원어위크'에 주로 소개되는 음식도 먼저 먹어본다.)

 

- 공동구매는 사는 사람들이 많으면 가격이 내려간다. 그런데 원어데이는 사는 사람들이 몇 명이건 간에 일단 최저가로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제품 판매처로서는 수량을 예측하기 힘든 딜레마를 겪을 것 같은데.

"풀어야 할 숙제 가운데 하나다. 초기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얼마의 수량을 준비해야 하는지 예측하기 어렵다. 앞으로 향상된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물건은 좋은데 수량이 적어서 팔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앞으로는 기획 생산을 통해 그런 딜레마를 풀어나갈 계획이다.

 

(계획된) 물건을 다 소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처음부터 많이 고민했다. 원어데이는 일반적으로 카테고리를 넓혀가면서 매출을 늘리는 쇼핑몰이 아니다. 따라서 이용자들이 (인터넷과 접속해) 보는 장소와 시간에 따라서 카테고리를 나눠야겠다고 생각한다. 성별이나 성향에 따라 카테고리를 달리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카테고리를 넓혀가면서 판매자 제품을 소화해주는 게 원어데이가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한 가지' 제품만 소개받는 방식이다.)"

 

- 제품 판매 시간이 0시부터 24시까지다. 그렇게 정한 까닭은. 오전 9시부터 다음날 8시 59분 59초까지 만 24시간을 할 수도 있지 않았나.

"(0시와 24시가) 하루의 시작이고 끝이니까. (0시가 아닌 시간을 기준으로 하려면) 별도의 홍보 마케팅을 해야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루의 시작을 0시로 알고 있지 않나. 그걸 오전 9시부터라고 인식시키려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 후발업체인 카르페디엠은 밤 11시를 하루 시작 시간으로 하고 있다. "SBS가 뉴스시간대를 KBS나 MBC보다 한 시간 당긴 것과 비슷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묻자 이 대표는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한 제품 올리기까지 4~5주... 30개중 1개 선택"

 

- 한 제품을 사이트에 올리기까지의 과정은.

"스케줄 확정하는 걸 나열이라고 하는데, 나열되기 전까지는 가격 조사, 상품 테스트, 상품 평에서 합격점에 들어야 한다. 상품 나열은 3~4주 정도 분량이 사전에 확정돼있다. 한 제품에 대한 테스트 과정은 대략 1~2주일 정도 시간이 걸린다. 처음 준비 단계부터 최종적으로 사이트에 오르기까지는 대략 4~5주일 정도 소요된다. 처음 준비한 상품이 사이트에 올라가는 비율은 10% 미만이다. 업체에서 직접 의뢰한 제품은 30개 가운데 1개가 선택된다고 보면 된다."

 

- 3~4주일치 제품이 사전에 확정돼 있다면, 순서는 어떻게 정하나.

"대표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가 제품 선정과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MD들과 회의를 많이 해봤는데 공정한 선택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로 이전의 기록을 바탕으로 판단한다. 요일별로 이용자들의 구매 성향이 다르다. 예컨대, 월요일엔 사용자들이 이성적으로 판단한다. 또한 월급날과 카드로 돈이 빠져나가는 날의 구매 성향도 다른 날과는 차이가 있다. 고가 제품들은 연속해서 내보내기 부담스러워 적절히 안배한다."

 

- MD들이 제품을 고르는 기준은 어떤 것인가.

"MD들한테 강조하는 게 '머릿속에서 생각해낼 수 있는 제품은 극히 적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나오는 정보도 한정돼 있다. MD들이 노력해야 할 일은 많은 제조업체, 수입 총판들과 만나는 것이다. 머릿속으로 이런 상품이 좋겠다고 하더라도 실제 그런 상품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 그래서 제조사들과 인연을 쌓는 게 MD들이 할 일이다. 제품 선정의 제1 조건은 퀄리티다. 그 다음이 가격 경쟁력이다." (※ 이 대표는 회원들이 정말 원하는데 가격을 도저히 맞출 수 없는 제품은, 역마진으로 손해를 보며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서비스를 한다고 귀띔한다.)

 

- 제품 생산업체가 아닌데, 불량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어떻게 처리하나.

"사전에 검증을 하기 때문에 불량률이 1%도 안 된다. 제품 불만 사항에 대한 처리는 사전에 물품을 공급하는 업체와 계약을 맺고 시작한다. 처음 원어데이를 시작하면서 '정말 쇼핑몰에 대한 소비자 불신의 벽이 높구나'라는 걸 많이 느꼈다. 오픈마켓에서는 불량 제품을 잘 안 바꿔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원어데이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판매한 지 한 달이 지난 제품도 불량품일 경우 반품이나 환불을 해준다."

 

- 지금까지 어떤 분야·종류의 상품들이 많이 팔렸나.

"IT 관련된 상품이 가장 많다. 초반엔 더 많았고, 지금도 50~60% 정도다. '다품종 소량'인 의류 같은 경우 원어데이 성격과는 잘 안 맞는다." (※ 원어데이는 인기있는 상품을 다시 판매하는 '앙코르전'을 열기도 한다. 기준은 앙코르 요청 수와 상품 후기다. 소모품일 경우 해당 제품의 소모 사이클을 보고 타이밍을 결정한다고 한다.)

 

"인터넷 음식 구매 거부감 깨고 싶어"

 

- '원어위크'에는 주로 과일이나 식품 등이 많이 소개되는데, 공산품보다 검증도 어렵고 품도 많이 들 것 같은데.

"가장 불신의 벽이 높은 게 음식이다. '인터넷에서 음식을 사는 건 아니다'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 음식은 가격 경쟁력보다는 질과 맛이다. 사과를 판매하려고 하면, 10종류를 테스트를 한다. 어떨 때는 직원들이 맛보고 투표를 하기도 한다. 샘플과 실제 제품이 같은 질인지 확인하는 노력도 많이 한다. 김치를 판매할 때는 (MD가) 공장에 가서 양념 넣는 걸 감시한 적도 있다."

 

- 지금껏 팔았던 상품 가운데 제일 인상 깊었던 건 무엇인가.

"지난해 7월에 판매한 프랭클린 전자수첩이다. 당시 5000개가 넘게 팔렸다. 4월 25일 사이트를 오픈한 지 3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별다른 광고도 하지 않았다. 그 때까지 원어데이의 성공을 100% 확신하지는 못했는데, 100%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심어준 제품이다."

 

- 예상 외로 대박이 나거나, 잔뜩 기대했는데 쪽박이었던 경우는.

"일일이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초기에는 그런 게 많았다. (MD들이) 자기 취향으로 물건을 보게 되니까, '이건 나한테 필요하니 잘 팔릴 것 같다'는 생각으로 선택한 경우가 많았다. '잔뜩 기대했는데 왜 안 나가지'라는 생각이 들거나, '이건 뭐야' 하며 떨어뜨리려고 했다가 올렸는데 대박이 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예측이 들어맞은 경우가 50%도 안됐다. 하지만 (판매 데이터 등을 근거로 산출하기 때문에) 지금은 그런 오류가 별로 없다."

 

- 0시에 상품을 올려놓고, 한두 시간 판매되는 추이를 보면 그 날의 흐름을 알 수 있나.

"저가 상품은 0~1시에 팔리는 물량으로 전체적인 판매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 고가 상품은 오전 9~10시 때 팔리는 게 전체적인 물량을 결정한다. 0~1시는 상대적으로 충동적이고, 오전 9~10시는 이성적으로 판단한다. 고가 제품일수록 마감 한두 시간을 남기고 구매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남자들은 밤에 많이 사고, 여자들은 아침에 많이 사는 경향이 있다."

 

- 오프라인과의 접목을 생각하고 있나.

"초창기 시내에 사무실을 차려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팔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익률이 나지 않을 것 같아 취소했다."

 

- 원어데이만의 독특한 사내 문화가 있다면.

"처음 다락방 같은 사무실에서 몇 명이서 구상하다가 이곳 (우면동) 사무실로 옮겼다. 사무실에 칸막이도 안하고, 긴 책상 하나만 들였다. 그러면 직원들 간에 의사소통이 안 될리 없다고 본 것이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의사소통 부족 현상을 절대 겪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지금까지 그런 분위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잘 된다.

 

대표 아래의 직급을 모두 없애고, 팀장으로 통일했다. 상하관계를 안 만들고 있다. 수평적으로 의사소통이 잘 되는 게 더 중요하다. 대부분 회사들이 평사원, 대리, 과장 식으로 단계를 만들어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한다. 우리는 격식을 차리거나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 말자는 거였다. 이러한 시스템이 대규모 회사에서는 어렵겠지만, 우리 규모에서는 가능하다. 원어데이는 다른 오픈마켓처럼 마케팅과 같은 인력을 크게 늘리지 않아도 되는 구조다.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는 회사 크기가 열 배 이상 커져도 고작 2~3명 늘어나는 수준일 거라고 본다."

 

- 옥션을 그만 두고 난 뒤 원어데이를 만들기까지 서너 회사를 거쳐온 걸로 아는데.

"세 개 회사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일을 해왔다. 성공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다. 결국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해야 한다고 느꼈다. 원어데이를 하면서 (인터넷 쇼핑몰이) 내게 맞는 일이라는 걸 느꼈다. 내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게 내게 맞는 일이라고 본다. 난 관리형 CEO는 절대 못할 것 같다. 이런 쪽의 아이디어를 접목해 나가는 게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다. 그래서 원어데이를 하면서 고향에 다시 돌아온 느낌이 든다."

 

- 원어데이가 망하지 않는 한 마지막까지 올인할 생각인가.

"어떤 경우라도 원어데이는 계속 가지고 가고 싶은 사이트다. 사람을 느슨하게 만드는 사이트가 아니라는 게 매력이다. 매일 승부하는 야구팀 같아서 직원들도 덜 지루하다고 생각할 거다. 특히 MD들은 자기가 내놓은 상품에 대해서 매일매일 흥분한다. 밤 12시에 나오는 최종 결과를 보고 실망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한다. 지루할 틈이 없다.

 

나는 정체되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매번 '이걸 마지막으로 하겠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나 몇 년 후에 보면 다른 일 하고 있더라. 와이프가 점을 봤는데, '팔자가 그렇다'고 나왔단다. 새로운 걸 하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 없다. 원어데이는 매일 새로운 일이니 내 성향에도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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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원어데이, #이준희, #오픈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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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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