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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아고라 논객 미네르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아고라 논객 미네르바
ⓒ 오마이뉴스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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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로 시끄럽습니다.) 이렇게 된 까닭은 그의 분석이 정부보다 더 정확하고 논리적이기 때문입니다. 누군지 찾아내고 입을 다물게 하기보다는 미네르바의 한 수에 귀를 기울이는 게 맞아 보입니다."

지난 18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신경민 앵커가 내놓은 클로징 멘트다. 이는 시장이 강만수 경제팀을 신뢰하지 않고, 오히려 다음 아고라 논객 미네르바를 신뢰하는 상황을 비꼰 것으로, 누리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현재 미네르바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다. 미네르바 신드롬(혹은 논란)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언론에서도 무척 뜨겁다. 하지만 '미스터 오럴 해저드', '리만 브라더스'라는 불리는 강만수 장관은 연일 퇴진론에 휩싸이고 있다.

'한낱' 인터넷 논객에 불과한 미네르바와 경제 정책 당국의 수장인 강만수 장관의 운명이 이렇게 엇갈린 이유는 무엇일까?

오락가락한 위기 판단 vs. 정확한 상황 예측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회의에 참석,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회의에 참석,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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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와 강만수 장관의 가장 큰 차이는 현 위기에 대한 분석력에서 출발한다. 지난 7~8월부터 위기를 강조해온 미네르바는 이후 리만 브라더스를 도산을 비롯해 물가폭등·환율상승·주가폭락 등의 상황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반면, 강만수 장관은 "위기가 아니다"고 강조하다가 결국 심각한 위기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미 통화 스왑 협정 뒤 강 장관은 "위기는 끝났다"고 밝혔지만, 금융시장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선, 두 사람이 지난 9월 리먼 도산으로 인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가시화되기 이전,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진단했는지 살펴보자. 당시 외환보유고 감소에 따른 '제2의 IMF'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6월까지 강만수 경제팀은 경기 부양에 힘을 쏟느라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심화시켰다. 유가와 원자재값의 계속된 상승에 7월 환율의 가파른 상승(평가절하)이 맞물려 물가가 폭등했고, 민생고가 더욱 커졌다. 강만수 장관은 7월 23일 "외환보유액이 2100억달러면 적정하다는 것은 (전문가) 다수의 견해"라며 엄청난 외환보유고를 외환시장에 쏟아 부었다.

하지만 미네르바는 "예로부터 시장 이기는 정부 없다고 했는데 환율 불장난하더니 잘하는 짓이다"(7월 19일), "외환시장의 개입은 현 정부의 자금 여력 상 9월 그 이상을 넘기기 힘들다"(8월 1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융권 부실에 대한 우려를 계속 제기했다.

결국, 정부의 외환보유고는 갈수록 줄어들었지만 환율은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또한, 정부의 감세 정책에도 경기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강만수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만 갔다. 미네르바의 완승이었다.

근거 없는 낙관론 vs. 냉정한 현실 인식

9월은 경제 위기설로 시작됐다. 이는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외국인 채권 만기가 집중된 9월에 외국인들의 돈이 우리나라를 빠져나가면서 경제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당시 강만수 경제팀은 "9월 위기설은 없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9월 1일 국회 기획재정부 업무현안 보고에서 "경제 규모가 늘어나면서 채권·채무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데, 외국은행들이 보유한 차입 금액을 고려하면 위기 관련 예측은 과장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환율 급등과 관련, "눌려 있던 환율이 상당히 올라간 것"이라며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미네르바는 9월 4일 "9월 위기설은 IMF처럼 빵 터지는 게 아니라, 9월부터 위기가 시작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8월 31일 "중요한 건 채권이 만기 된다는 게 아니라, PF(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과 그에 따른 중소기업 대량 도산, 대량 실업 그리고 인플레이션 폭등"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9월 10일 '리먼 부도→미 증시 폭락→국책 모기지 구제 효과 상쇄→미 정부 재정 적자+미 금융권 파멸→미 정부의 리먼 추가 구제 금융→초장기 침체'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미국발 세계 경기 침체를 예상했다.

서로 다른 예측을 내놓은 강만수 장관과 미네르바. 고개를 숙인 건 이번에도 강 장관 쪽이었다. 9월 15일 리먼의 도산으로 인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심화되자, 한국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강 장관의 안일한 상황 인식을 다시 한 번 빛을 발한다.

강 장관은 9월 17일 국회에서 "(금융위기 상황을) 알기 어렵다, 누구는 시작이라고 하고 누구는 끝났다 하더라"며 예측을 포기했다. 하지만 이틀 뒤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선 "외환보유액과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고려하면 (위기를) 무리 없이 헤쳐나갈 수 있다"며 낙관론을 펼쳤다.

시장의 신뢰 상실 vs. 열광의 대상

지난 10월 16일 원·달러환율은 전날보다 133.5원 폭등해 10년 10개월만의 최대상승폭을 기록했다. 사진은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의 당시 모습.
 지난 10월 16일 원·달러환율은 전날보다 133.5원 폭등해 10년 10개월만의 최대상승폭을 기록했다. 사진은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의 당시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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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들어 금융시장 혼란이 가속화되자, 강만수 장관은 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실토하고 만다. 그는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동성 위기와 실물경제 위기가 동시에 오고 있다"고 밝혔고, 같은 날 시중은행장 간담회에서 "외화 유동성 확보하기 위해 해외자산을 조속히 매각하라"고 주문했다.

지금껏 위기를 강조해왔던 미네르바는 7일 "이젠 사실상 제 2차 IMF에 돌입했다. 정부의 환율 통제력이 상실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환율 폭등을 예측하기도 했다. 5일 "내일 장 초반부터 환율이 폭등한다"고 밝혔고, 실제 6일 환율이 폭등했다. 누리꾼들은 미네르바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강만수 경제팀은 비웃음의 대상이 됐다. 선진국들의 구제 금융 조치가 이뤄진 후인 13일 강 장관은 미국 방문 도중 기자들과 만나 "환율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6일 원·달러환율은 전날보다 133.5원 폭등해 10년 10개월만의 최대상승폭을 기록했다.

시장의 신뢰를 사실상 온전히 잃어버린 강 장관에게도 기사회생의 순간이 있었다. 10월 30일 한미 통화스왑 체결이다. 당시 강만수 경제팀은 "외환위기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1월 중순 들어 환율은 다시 폭등하고 주식 시장은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

강만수는 가라 vs. 미네르바를 앉히자

민생민주국민회의는 17일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경제파탄, 민생파탄 강만수 퇴진 국민캠페인 '종부세는 살리고, 강만수는 나가고'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국민해고통보서 보내기 운동, 퇴진 촉구 서명운동, 대중집회 등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생민주국민회의는 17일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경제파탄, 민생파탄 강만수 퇴진 국민캠페인 '종부세는 살리고, 강만수는 나가고'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국민해고통보서 보내기 운동, 퇴진 촉구 서명운동, 대중집회 등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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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네르바와 강만수 장관의 모습은 극명하게 대비를 이루고 있다. "정보 당국이 미네르바를 찾은 것은 경제관료로 기용하기 위해서다"라는 지난 20일 자 <한국일보>에 실린 서화숙 편집위원의 '패러디' 칼럼이 사실로 받아들여졌을 정도다.

미네르바 신드롬은 현재 진행형이다. 미네르바가 17일 발간된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주가는 500포인트로 떨어지고, 부동산 값은 지금의 절반으로 떨어진다"며 "자칫 잘못하면 내년 3월을 못 버티고 일본 자본에 편입되는 파국을 맞이할 수 있다"고 전하자, 많은 언론이 이를 주목했다.

강만수 경제팀이 운영하는 한국 경제의 위기 역시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강 장관은 21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참석해 내년 경제성장률이 2% 중후반대에 머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정부의 정책적인 노력에 따라 4%대의 경제성장률을 이룰 수 있다고 한 입장에서 불과 20여일만에 후퇴한 것이다.

이젠 강만수 장관 퇴진론도 모자라 "강만수 장관 대신 미네르바를 경제 관료로 앉히자"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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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네르바, #강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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