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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의 유용한 교통수단이기도 한 자전거는 때론 연인의 애틋한 감정을, 때론 아이를 생각하는 모정을 싣고 달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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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자전거 선진국'이라고 할 때 주로 소개되는 나라는 네덜란드·덴마크·독일 등 유럽 국가와 이웃 일본이다. 중국이 소개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자전거 생활화'라는 측면에선 보면 중국도 빼놓을 순 없다. 중국 대도시에 가면 손쉽게 거리를 빼곡 메운 자전거 행렬을 볼 수 있다. 그 규모는 때로 자동차를 압도한다.
올해 봄 상하이에 갔을 때다. 차도 반을 메운 자전거부대는 도로의 주인공이었다. 이방인의 눈엔 자동차가 자전거를 피해 슬금슬금 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광둥성 산터우에선 자전거전용도로에 깜짝 놀랐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자동차 도로 한 차선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옆엔 성인 허리 높이의 차단막이 자전거전용도로와 자동차 차로를 막고 있었다.
자동차보다 힘센 중국 자전거언젠가 국제자전거기금(International Bicycle Fund,
www.ibike.org)에서 나온 자전거 통계를 본 적이 있다. 몇년 전 자료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전거 교통수단분담률(전체 교통수단에서 자전거가 차지하는 비율)에서 중국의 대표 도시인 텐진·센양·베이징이 각각 77%, 65%, 48%를 기록했다.
흔히 자전거 도시로 많이 알려진 일본 도쿄와 덴마크 오덴세는 각각 25%를 기록했으며, 덴마크 코펜하겐도 20%에 머물렀다. 중국 사람들이 얼마나 자전거를 많이 타는지 알 수 있다.
중국 정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 중국 자전거 보유대수는 4억6천만대다. 이는 전동자전거 5천만대를 더한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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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베이징올림픽 열기가 무르익은 가운데 올림픽 관람차 세계 각국에서 베이징을 방문한 외국인들로 시내 거리거리마다 활기가 넘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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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일부터 24일까지 중국 수도 베이징에선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TV에선 올림픽 경기와 함께 베이징 거리 풍경을 수시로 내보낸다. 그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게 자전거 행렬이다.
<아시아경제> 2월 11일자에 따르면 베이징에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전체 출퇴근자 중 30.3%다. 교통수단분담률이 1%니 2%니 하는 우리나라 처지에서 보면 입이 쩍 벌어질 일이지만, 2000년에 비해선 8.2%나 떨어진 수치다.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자동차로 교통수단을 갈아타는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도시 인구의 3분의 1은 자전거를 주 교통수단으로 쓴다.
자전거 사시려고요? '쯩'부터 꺼내시죠우리나라에서도 자전거 도난이 심각하지만 중국도 만만치 않다. 중국 공안부 통계에 따르면 해마다 도난되는 자전거는 400만대. 이 때문에 베이징 정부가 내민 카드가 자전거 실명제다. 일종의 자전거 등록제라고 할 수 있는 이 제도를 베이징 정부는 지난해 5월 전격 도입했다. 이 때문에 베이징에서 자전거를 사는 모든 시민은 신분증명을 해야 한다.
중국 자전거의 또 다른 특징은 편한 복장이다. 대부분 일상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며 심지어 웃통을 벗고 타는 성인남성이나 어르신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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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를 타는 모습도 저마다 개성만점. 더위를 못 참겠다는 듯 웃통을 벗어제낀 아저씨의 뒷태가 눈에 쏙 들어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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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형태도 대부분 생활형이다. 산악자전거형이나 사이클형보다 짐받이에 장바구니·물받이가 달린 생활형 자전거가 대세다. 장바구니엔 온갖 짐이 실려있고, 짐받이에 짐이 없으면 종종 사람이 타고 있다.
그 사람은 연인이 될 수도 있고 아기가 될 수도 있다. 학교를 마친 학생들이 동급생을 태우고 집으로 가기도 한다.
출퇴근이나 통학뿐만 아니라 청소를 하거나 장을 볼 때, 마실 나갈 때에도 많은 베이징 사람들은 자전거를 탄다. 베이징 사람들에게 자전거는 손과 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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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푸른 하늘을 드러낸 16일 쾌청한 하늘과 바람을 즐기려는 자전거족들이 베이징 시내의 항공항천대체육관을 경쾌하게 지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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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의 자전거는 산악자전거형이나 사이클형보다 생활형자전거가 대세다. 장바구니엔 온갖 짐이 실려 있고, 짐받이에 짐이 없으면 종종 사람이 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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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자전거 중엔 유난히 전기자전거가 많다. 베이징도 마찬가지. 2001년 기준 전 세계 전기자전거 판매량은 100만대였다. 그런데 2000년 중국이 생산한 전기자전거는 13만대. 생산대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04년엔 중국 천진에서만 157만대의 전기자전거를 생산했다.
사람 힘으로 움직이는 자전거에 비해 속도가 빠르고, 통제가 힘들다는 점 때문에 중국의 각 지자체는 전기자전거 금지에 나섰다. 중국 전체 도시의 30%가 전기자전거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도시에 따라 대응은 조금씩 달랐다. 2006년 광저우시는 전기자전거 사용을 전면 금지했고, 상하이는 전기자전거 사용을 격려했다. 그 해 베이징은 전기자전거 금지령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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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퇴근이나 통학 뿐만 아니라 청소를 하거나 장을 볼 때, 마실 나갈 때에도 많은 베이징 사람들은 자전거를 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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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 박스를 찢어 만든 자전거 대여 안내 문구가 캐릭터와 함께 익살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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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처럼 재미난 중국 자전거세계 어느 나라 사람보다 자전거를 많이 타는 중국 사람들이 정작 사이클에선 제대로 실력발휘를 못한다는 게 재미있다. 20일까지 금메달 45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20개를 따며 2위 미국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중국이 이번 올림픽 사이클 종목에서 따낸 메달은 동메달 한 개가 전부다.
올림픽도 재미있지만, 중국 자전거도 재미있다. 중국 자전거 문화는 일본과 다르고 유럽과도 다르다. 오히려 몇십년 전 우리나라 자전거를 떠올리면 더 가깝지 않을까.
올림픽 경기 중간중간 자전거 풍경이 나올 때 중국 사람들은 어떻게 자전거를 타는지 지켜보는 것도 2008 베이징 올림픽을 보는 또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