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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유용한 교통수단이기도 한 자전거는 때론 연인의 애틋한 감정을, 때론 아이를 생각하는 모정을 싣고 달린다.
 베이징의 유용한 교통수단이기도 한 자전거는 때론 연인의 애틋한 감정을, 때론 아이를 생각하는 모정을 싣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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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자전거 선진국'이라고 할 때 주로 소개되는 나라는 네덜란드·덴마크·독일 등 유럽 국가와 이웃 일본이다. 중국이 소개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자전거 생활화'라는 측면에선 보면 중국도 빼놓을 순 없다. 중국 대도시에 가면 손쉽게 거리를 빼곡 메운 자전거 행렬을 볼 수 있다. 그 규모는 때로 자동차를 압도한다.

올해 봄 상하이에 갔을 때다. 차도 반을 메운 자전거부대는 도로의 주인공이었다. 이방인의 눈엔 자동차가 자전거를 피해 슬금슬금 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광둥성 산터우에선 자전거전용도로에 깜짝 놀랐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자동차 도로 한 차선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옆엔 성인 허리 높이의 차단막이 자전거전용도로와 자동차 차로를 막고 있었다.

자동차보다 힘센 중국 자전거

언젠가 국제자전거기금(International Bicycle Fund, www.ibike.org)에서 나온 자전거 통계를 본 적이 있다. 몇년 전 자료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전거 교통수단분담률(전체 교통수단에서 자전거가 차지하는 비율)에서 중국의 대표 도시인 텐진·센양·베이징이 각각 77%, 65%, 48%를 기록했다.

흔히 자전거 도시로 많이 알려진 일본 도쿄와 덴마크 오덴세는 각각 25%를 기록했으며, 덴마크 코펜하겐도 20%에 머물렀다. 중국 사람들이 얼마나 자전거를 많이 타는지 알 수 있다.

중국 정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 중국 자전거 보유대수는 4억6천만대다. 이는 전동자전거 5천만대를 더한 숫자다.

2008 베이징올림픽 열기가 무르익은 가운데 올림픽 관람차 세계 각국에서 베이징을 방문한 외국인들로 시내 거리거리마다 활기가 넘치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열기가 무르익은 가운데 올림픽 관람차 세계 각국에서 베이징을 방문한 외국인들로 시내 거리거리마다 활기가 넘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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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일부터 24일까지 중국 수도 베이징에선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TV에선 올림픽 경기와 함께 베이징 거리 풍경을 수시로 내보낸다. 그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게 자전거 행렬이다.

<아시아경제> 2월 11일자에 따르면 베이징에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전체 출퇴근자 중 30.3%다. 교통수단분담률이 1%니 2%니 하는 우리나라 처지에서 보면 입이 쩍 벌어질 일이지만, 2000년에 비해선 8.2%나 떨어진 수치다.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자동차로 교통수단을 갈아타는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도시 인구의 3분의 1은 자전거를 주 교통수단으로 쓴다.

자전거 사시려고요? '쯩'부터 꺼내시죠

우리나라에서도 자전거 도난이 심각하지만 중국도 만만치 않다. 중국 공안부 통계에 따르면 해마다 도난되는 자전거는 400만대. 이 때문에 베이징 정부가 내민 카드가 자전거 실명제다. 일종의 자전거 등록제라고 할 수 있는 이 제도를 베이징 정부는 지난해 5월 전격 도입했다. 이 때문에 베이징에서 자전거를 사는 모든 시민은 신분증명을 해야 한다.

중국 자전거의 또 다른 특징은 편한 복장이다. 대부분 일상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며 심지어 웃통을 벗고 타는 성인남성이나 어르신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자전거를 타는 모습도 저마다 개성만점. 더위를 못 참겠다는 듯 웃통을 벗어제낀 아저씨의 뒷태가 눈에 쏙 들어온다.
 자전거를 타는 모습도 저마다 개성만점. 더위를 못 참겠다는 듯 웃통을 벗어제낀 아저씨의 뒷태가 눈에 쏙 들어온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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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형태도 대부분 생활형이다. 산악자전거형이나 사이클형보다 짐받이에 장바구니·물받이가 달린 생활형 자전거가 대세다. 장바구니엔 온갖 짐이 실려있고, 짐받이에 짐이 없으면 종종 사람이 타고 있다.

그 사람은 연인이 될 수도 있고 아기가 될 수도 있다. 학교를 마친 학생들이 동급생을 태우고 집으로 가기도 한다.

출퇴근이나 통학뿐만 아니라 청소를 하거나 장을 볼 때, 마실 나갈 때에도 많은 베이징 사람들은 자전거를 탄다. 베이징 사람들에게 자전거는 손과 발이다.

모처럼 푸른 하늘을 드러낸 16일 쾌청한 하늘과 바람을 즐기려는 자전거족들이 베이징 시내의 항공항천대체육관을 경쾌하게 지나고 있다.
 모처럼 푸른 하늘을 드러낸 16일 쾌청한 하늘과 바람을 즐기려는 자전거족들이 베이징 시내의 항공항천대체육관을 경쾌하게 지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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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자전거는 산악자전거형이나 사이클형보다 생활형자전거가 대세다. 장바구니엔 온갖 짐이 실려 있고, 짐받이에 짐이 없으면 종종 사람이 타고 있다.
 베이징의 자전거는 산악자전거형이나 사이클형보다 생활형자전거가 대세다. 장바구니엔 온갖 짐이 실려 있고, 짐받이에 짐이 없으면 종종 사람이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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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자전거 중엔 유난히 전기자전거가 많다. 베이징도 마찬가지. 2001년 기준 전 세계 전기자전거 판매량은 100만대였다. 그런데 2000년 중국이 생산한 전기자전거는 13만대. 생산대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04년엔 중국 천진에서만 157만대의 전기자전거를 생산했다.

사람 힘으로 움직이는 자전거에 비해 속도가 빠르고, 통제가 힘들다는 점 때문에 중국의 각 지자체는 전기자전거 금지에 나섰다. 중국 전체 도시의 30%가 전기자전거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도시에 따라 대응은 조금씩 달랐다. 2006년 광저우시는 전기자전거 사용을 전면 금지했고, 상하이는 전기자전거 사용을 격려했다. 그 해 베이징은 전기자전거 금지령을 취소했다.

출퇴근이나 통학 뿐만 아니라 청소를 하거나 장을 볼 때, 마실 나갈 때에도 많은 베이징 사람들은 자전거를 탄다.
 출퇴근이나 통학 뿐만 아니라 청소를 하거나 장을 볼 때, 마실 나갈 때에도 많은 베이징 사람들은 자전거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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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박스를 찢어 만든 자전거 대여 안내 문구가 캐릭터와 함께 익살스럽다.
 종이 박스를 찢어 만든 자전거 대여 안내 문구가 캐릭터와 함께 익살스럽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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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처럼 재미난 중국 자전거

세계 어느 나라 사람보다 자전거를 많이 타는 중국 사람들이 정작 사이클에선 제대로 실력발휘를 못한다는 게 재미있다. 20일까지 금메달 45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20개를 따며 2위 미국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중국이 이번 올림픽 사이클 종목에서 따낸 메달은 동메달 한 개가 전부다.

올림픽도 재미있지만, 중국 자전거도 재미있다. 중국 자전거 문화는 일본과 다르고 유럽과도 다르다. 오히려 몇십년 전 우리나라 자전거를 떠올리면 더 가깝지 않을까.

올림픽 경기 중간중간 자전거 풍경이 나올 때 중국 사람들은 어떻게 자전거를 타는지 지켜보는 것도 2008 베이징 올림픽을 보는 또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태그:#자전거, #베이징,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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