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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먹을 게 없네요. 그동안 우리가 먹었던 식품첨가물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오늘 당장 집에 가면 주방에 있는 양념이나 장류 같은 것에 어떤 첨가물이 들어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봐야겠어요.” 

다섯 살과 초등학교 3학년 두 남매를 둔 주부 정성미(대전 유성구 어은동)씨는 식품첨가물에 대한 강좌를 듣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고 한다. 그 불편함이 어디 정씨 뿐일까? 날마다 음식을 준비하는 주부들이라면 같은 마음일 것이다.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먹을거리, 식단을 준비하는 엄마들을 내내 집중하고 긴장하게 했던 강의였다.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먹을거리, 식단을 준비하는 엄마들을 내내 집중하고 긴장하게 했던 강의였다.
ⓒ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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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참여하고 협동으로 만드는 건강한 마을, 건강과 생명의 공동체 민들레 의료생활 협동조합(의료생협)에서 4월 민들레 건강강좌가 열렸다. 4월 16일(수)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 30분 동안 진행된 내용은 ‘우리가 모르는 식품첨가물’이다. 한밭레츠 사랑방엔 엄마들과 어린아이들이 방울토마토와 강냉이를 간식으로 먹으며 신금주(한밭생협식품위원장)씨의 강의를 들었다.

강의하는 신금주씨도 주부이며 엄마이다.
 강의하는 신금주씨도 주부이며 엄마이다.
ⓒ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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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첨가물에는 도대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리가 먹고 있는 드링크제나 과자, 빵, 어묵, 케찹, 햄, 간장, 고추장, 짜장면, 초컬릿 등에 들어가는 식품첨가물 중에는 향을 내주는 합성착향료, 소르빈산 칼륨이나 벤조산나트륨 같은 방부제, 합성감미료, 먹음직스러운 색깔로 눈에 띄게 하는 발색제 따위들이 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한 어린이가 냉장고를 열고 ‘바나나 우유’를 꺼내는 광고가 있었다. ‘우리 엄만 다르다’고 말하는 아이 손에 들려있던 것은 바나나 우유가 아니라 바나나‘맛’ 우유였다. 실제로 바나나가 들어있지 않지만 진짜 바나나가 들어 있는 것처럼 진한 바나나향을 내주는 합성착향료가 들어간 것이다. 가공식품 속에 들어있는 식품첨가물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어떤 영향을 주는지 강의를 듣는 내내 뱃속이 편치 않았다.

바나나맛 우유에는 바나나가 없다. 딸기맛 우유에도 딸기는 없다. 언뜻 노란 바나나와 빨간 딸기가 들어있을 것 같은 우유 속에는 바나나와 딸기 향을 내는 물질이 들어있을 뿐이다.  

우리 아이들 먹을거리 엄마의 판단이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 아이들 먹을거리 엄마의 판단이 정말 중요합니다.
ⓒ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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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의 일이었다. 동네 꼬치를 파는 가게 문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기엄마도 있고 초등학생들과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많다. 이틀 동안 ‘반액세일’을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이리와봐요~ 여기 꼬치하나 사가지고 가서 애들 줘. 오늘 지나면 원래가격으로 받으니까, 나두 지금 기다리구 있는 거야.”

아는 엄마가 장을 보고 가는 내게 손짓을 했다. 세일한다고 얼핏 보기는 했는데 오늘을 기다려서 꼬치나 소시지를 살 생각은 없었다.

세일 전의 가격은 닭꼬치 한 개에 1200원, 소시지는 1000원이다. 세 가지 맛(김치맛, 카레맛, 치즈맛)이 나는 수제소시가 500원, 닭꼬치 600원이면 그 동안 사먹던 값에 견줘 얼마나 싼가. 어른과 아이들은 20~30분을 서서 기꺼이 기다렸다가 한 봉지씩 들고 갔다. 가게 안에서 소시지와 닭꼬치를 구워주는 사람들은 연기를 뒤집어쓰면서도 구워진 고기 위에 소스를 바르느라 정신없이 손이 바빴다. 바로 옆 김밥 집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했다.

나도 소시지 한 개와 닭꼬치 두 개를 주문하고 기다렸다. 아는 엄마를 만나지 않았다면 길에서 20여 분을 기다리는 일이 무척 지루했을 것이다. 소시지를 한 입 베어 먹고 목구멍으로 넘기는데 혀끝이 아릿했다. 이 맛의 정체가 뭘까 잠시 생각하다가 언젠가 같은 맛을 느꼈던 기억을 떠올렸다. 쥐포를 구워먹었을 때도 꼭 같은 아릿함. 이제 생각하니 입맛을 마비시키는 그 맛이 그동안 모르고 먹었던 식품첨가물이었나? 내가 먹은 소시지는 카레맛 이었는데 그러면 카레를 넣고 만든 게 아니라 카레향을 넣었던 것일까? 김치향, 치즈향을 내는 첨가물은 정말 기가 막히게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냄새를 낸다. 다 먹고 나서 드는 개운하지 않은 또 하나의 생각이 길게 꼬리를 문다. '조류바이러스가 한창 뉴스에 나오는데 그래서 반액세일을 한 건가?' 싶은 것이다.

닭꼬치와 구운 카레맛소시지.
 닭꼬치와 구운 카레맛소시지.
ⓒ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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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크제에 들어가는 ‘아스파탐’이란 첨가물은 단맛이 설탕의 200배이다. 이 물질은 뇌종양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뇌종양은 뇌세포가 파괴된다는 말이다. 아이들에게는 주의력 결핍과 과잉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피곤해서 마셨던 드링크음료, 먹고 나면 반짝 기력이 솟는 것 같았는데 정말은 그게 아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과 소시지는 어떤가? 아질산나트륨이라는 발색제가 발라져 싱싱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빈혈증과 호흡기능을 약화시키고 간장암을 유발하게 하는 이 물질이 독일에서는 1970년 이후로 육가공품에 한해서 금지를 시켰다고 한다. 대형마트나 슈퍼에서 행사 때 하나를 더 얹어주는 햄. 이젠 제대로 알고 먹어야겠다.

식품첨가물을 먹으면 우리 몸은 낯선 이물질로 인식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고 간과 신장에 무리를 일으킨다. 또 뇌와 신경에 영향을 주어 지능과 감정을 통제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방해한다. 억제력이 떨어지고 감정조절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대형마트의 싸고 양이 많은 제품들은 소비자들이 찾기 때문에 결코 없어지는 일은 기대할 수 없다.

대부분 과자와 빵의 원재료로 들어가는 수입밀가루는 먼 곳에서 배로 40일 이상을 보관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썩지 않기 위해 방부제와 성장억제제, 발아방지제 등의 여러 화학약품을 많이 뿌리게 된다. 빵을 만드는 곳에서는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미 방부제가 들어있는 수입밀가루이기 때문에 안전한 우리 밀을 권장하는 것이다.

식품첨가물로 불안한 우리들 먹을거리에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건을 구입할 때 표기내용(원재료명)을 꼼꼼하게 읽어보고 가능하면 가공도가 낮은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가격이나 맛, 색깔, 조리법 같은 사소한 궁금증을 갖고 값으로 판단하지 말고, 엄마들이 먼저 입맛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 몸의 배출을 순조롭게 하는 김치나 청국장 등의 음식을 자주 먹고, 기름을 적게 사용하는 요리법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 예전엔 지금처럼 고기를 자주 먹지 않았다. 생일날이나 잔칫날에 먹었던 고기를 요즘은 얼마나 흔하게 먹고 있는가. ‘고기는 귀하게 나물은 많이’ 먹었던 옛날전통식으로 섭취하는 것도 건강한 음식습관의 대안일 수 있다.  

“요즘 장에 가면 봄나물 많이 나와 있던데 나물 좀 해야겠어요.”

강의를 듣던 한 주부가 말한다. 데치고 무치는 게 번거롭기는 해도 식구들 건강을 생각하면 그게 무슨 대수이랴. 이제부터라도 ‘고기는 귀하게 나물은 많이’ 해먹자.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식품첨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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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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