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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에는 공공병원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대전의료원이 없다. 대전시민들은 대전의료원이 없다는 사실을 잘 느끼지 못한다. 원래 없으니까 없어도 뭐가 불편한 건지 모른다.

 

사실 대전의료원은 하나의 병원이고 대전시에는 인구 천명당 3.3개의 종합병원 병상수를 가지고 있다(전국 평균은 2.6개이다. 모두 2005년 기준이고 통계청 홈페이지 www.kosis.kr을 가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모두 민간병원이라는 것이다. 대전시 당국은 "민간의료기관이 이렇게 많은데 왜 공공병원이 필요하냐"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가용 차량이 많으면 대중교통에 대한 투자가 필요없을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이다. 자가용 차량이 많으면 교통혼잡과 교통체증이 증가한다. 이러한 문제는 원유소비 증가와 약속에 늦게되는 사람이 증가하는 등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이뿐 아니라 서민의 교통이용 욕구도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에 대한 투자 필요성이 커지게 된다.

 

공공병원도 마찬가지이다. 민간의료기관이 많아짐으로 인해 의료의 질이 향상되고 인테리어 등 쾌적성이 증가하지만 그 부작용으로 의료비용이 비례하여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필요성이 의심되는 처치의 증가 혹은 빈번한 외래 방문의 요구 뿐 아니라 선택진료비 증가 등 환자의 본인부담 비용의 증가는 결국 서민의 병원 이용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06년 조사자료에 의하면 지방의료원은 비슷한 규모의 타 민간병원에 비해 동일한 질병으로 이용할 경우 입원환자는 약 70%, 외래는 약 65%의 저렴한 진료비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따라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 의료급여 대상자의 이용율이 타 병원에 비해 약 1.8배 정도 높다(문정주, 지역거점공공병원 정책과 전망, 공공보건의료사업지원단, 2007).

 

실제 잘 운영되고 있다는 대구의료원에 가보면 대전에 있는 병원들에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수한 분만실이다. 하지만 분만에 필요한 모든 검사와 시술은 빠짐없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저렴한 비용으로 분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농촌에 시집 온 외국인 며느리 등 서민이 애용하고 있다.

 

또 하나의 사례로 수원의료원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치과진료실을 들 수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치과 진료는 시간도 노력도 많이 들기 때문에 일반 민간병원에서 시행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방의료원은 장애인 치과진료실을 만들어 구강관리가 소홀하기 쉬운 뇌졸중 환자 등 장애인에 대한 저렴한 치과 진료를 제공한다.

 

다른 사례로는 대구의료원의 전염병 환자 및 행려환자 격리병동을 들 수 있다. 결핵 등 전염병 환자의 격리 수용은 비록 투약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더라도 2주 동안은 꼭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에는 내성이 있는 결핵균의 출현이 많아지고 있어 공기살균소독 등 안전장치가 되어있고 일반 병동과 격리된 전염병동이 꼭 필요하다.

 

지방의료원은 병원내부에 별도의 병동이 따로 설치되어 있어 이러한 환자 진료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보건소에서 입원이 필요한 저소득계층 결핵환자를 발견하여도 곧바로 지방의료원에 의뢰하면 된다. 하지만 대전은 어떤가? 불과 두어달 전 대전 동구 보건소에서 발견한 어떤 결핵환자는 마땅히 의뢰할 곳이 없어서 결국 대전역 앞 노숙자 진료센터에 의뢰가 되었고 여기서도 어디로 보내야 할지 고민고민하다가 마산 결핵병원까지 보내게 되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여성폭력원스톱서비스센터이다. 대전에도 이 기관이 있지만 대구의료원에 있는 여성폭력원스톱서비스센터와는 차이가 있다. 다름이 아니라 성폭력 뿐 아니라 여성폭력에 대해서도 진료비 무료 감면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성폭력은 지방자치단체 예산에서 지원이 되지만 가정내 폭력은 진료비 지원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지방의료원은 의료의 공공성을 가져야 하고 그것이 지역사회 지방의료원이 있는 이유이기 때문에 자체 예산으로 진료비 무료 감면 혜택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보건소 직원들과 연계하여 가정방문 및 방문보건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거동이 어렵거나 다양한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재가 중증장애 환자에게 체계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예방적 건강관리 및 만족도 높은 양질의 환자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또 노숙자 가운데 추가적인 검사나 간단한 수술 및 입원 처치가 필요한 경우도 서울, 대구 등 지방의료원이 있는 지역은 비교적 간단하게 치료가 가능하지만 대전은 그렇지 않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찾아보면 매우 많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지방의료원의 공공성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민간의료기관이 많아도 공공병원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민간병원이 하지않는 아니 하지못하는 의료의 공공성을 도맡아서 담당하기 때문이다.

대전은 인구가 150만이 넘어가고 있고 곧 200만 인구를 내다보는 큰 도시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도 지방의료원이 없어서 지역사회의 각종 의료 정책 현안을 실행할 수단이 없는 상태다. 중앙정부의 이러한 지방의료원 지원 시책으로부터도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전의 현실이다.

 

왜 똑같은 세금을 내고 대전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아야 하는가? 대전시는 구체적인 대전의료원 설립계획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


태그:#지방의료원,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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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초빙교수입니다. 공공의료 현안 및 정책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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