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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 확진자의 격리치료를 담당하였다. 선별진료를 통한 적극적인 환자발견과 역학조사를 통한 접촉자 격리로 확진자 발생을 최대한 억제했던 것도 중요했지만, 증상이 있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아무도 받으려 하지 않을 때 공공병원 중심의 격리치료 체계는 상황을 완화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물론 코로나19 중환자가 급증하던 시기 공공병원의 부족한 진료역량으로 위기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보건소와 공공병원이 국민에게 존재의미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평소에도 국민보건을 위해 잘하면 좋지 않았는가 지적할 수 있고 그러한 지적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만큼 사회적으로 역할을 부여하고 충분한 뒷받침을 해주었던가 생각하면 진주의료원 폐원 사건을 통해 드러난 부실한 여건에서 그만큼 역할 한 것도 칭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싶다.

실제 코로나19 기간 동안 공공병원 관련해서 놀랄만한 일들이 있었는데 그동안 경제성이 없단 이유로 진척이 안 되던 대전의료원, 서부산의료원, 경남서부의료원(진주시에 지어지기로 최종 결정났음)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 받았고, 경영적자와 인력난 등으로 외면받았던 광주광역시와 울산광역시의 지방의료원 설립 추진이 이루어졌으며(울산의료원 설립은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가 신속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음) 그동안 인구규모에 비해 공공의료가 빈약했던 대구와 인천에 각각 제2대구의료원과 제2인천의료원 추진 결정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국립중앙의료원이 이사 가기로 했었던 서울 서초구 원지동 부지에 재난거점형 서울시립병원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성남의료원 신설 외에 거의 전무하다시피했던 공공병원 신축이 봇물터지듯 결정되었다. 이외에도 경기 북부, 충북 제천, 충남 당진 등 공식화되지는 못했지만 논의가 활성화된 곳도 있고 군단위로 작은규모의 병원 혹은 병원화 보건소(보건의료원)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곳으로 경남 하동, 충북 단양, 경기 가평 등이 있다. 실로 공공병원 역사에서 보면 많은 변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건 좌초 위기에 놓인 울산의료원 설립이다. 2022년 경실련 발표에 따르면, 울산은 5개 필수의료과목 모두 미흡한 광역지자체로 선정될 정도로 열악한 지역임에도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평가의 문턱을 넘지 못하였다. 해당 예비타당성 평가 기준은 그동안 기재부가 공공병원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개선을 약속한 뒤 새로 개정한 기준으로 시행한 첫 번째 평가였음에도, 전혀 공공병원 운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설립 좌초 등의 문제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건 지역사회 의료공공성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체계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코로나19 전담병원을 맡았던 공공병원의 운영 적자를 제대로 보상해주지 않고 있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공공병원들은 지난해 말부터 일반진료를 개시했지만 코로나19 직전 환자진료하던 수준을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아직 부족하다. 현재 공공병원의 병상가동율은 40~50% 수준이고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전 진료 기능 및 환자이용량 수준을 회복하려면 약 3-4년이 걸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정부는 약 6개월 정도의 회복기 지원만 해준 상태이고 추가지원은 없다고 한다.

보건복지 분야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실에 상당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한국사회가 코로나19 대응에 성공적이었다는 국내외 흔한 평가에 크게 공감하지 않으며 지난 약 3년간의 신종감염병 대응과정을 냉철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공공병원에 경영효율성이라는 기준을 들이대며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않으면 코로나19 같은 신종감염병이 다시 우리 공동체를 들이닥칠 때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이에 건강정책학회, 농촌간호학회, 한국건강형평성학회,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 한국지역사회간호학회에서는 공동으로 코로나19 이후 팽당하는 공공병원에 대한 회복기 지원대책을 시급히 만들고 중장기적 지역사회 발전방안을 제대로 수립하라는 취지의 성명서을 발표하였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이었던 전국 지방의료원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한국사회에서 공공병원은 무슨 의미인가? 한때 이 질문이 의미있었던 때는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이 결정되던 시기였다. 그런데 다시 이 질문이 무겁게 다가오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최근 공공병원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공공병원들은 그동안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 되어 약 3년동안 전체 병원 기능을 코로나19 진료에 가동하였지만 이제 코로나19 비상사태가 종료됨에 따라 그동안 감소한 의료진 및 환자수를 정상화 시키는 회복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이 마치 처음 개원하는 것처럼 환자수 증가가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병원의 경영적자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 사실상 이는 정부의 공공병원 포기 정책에 다름아니라는 것이 지방의료원 현장에 있는 의료진들의 절절한 주장이다.

위급한 상황에서 긴요하게 역할을 하도록 했다가 이제는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은 공공병원 입장에서는 벼랑에 빠진 사람 구해놓으니 오히려 가진 것 다 내놓으라는 처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정부가 신종감염병 대응을 위해 공공병원을 동원했으면 어디까지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어려울 때 3년동안 그렇게 수고를 시켰고 그때문에 지금 어려운 처지에 있다면 당연히 배려가 있어야 한다. 정부는 회복기를 6개월에서 1년으로 정해서 일괄 정했다고 하지만 병원마다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다. 틀에 밖힌 지원이 아니라 최소한 코로나19 이전시기만큼 정상화 될때까지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지방자치단체도 책임을 져야하지만 중앙정부가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줄 때 지방자치단체도 상응한 책임감을 보여줄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모든 공공병원들이 전체 병원기능을 멈추어 코로나19 진료에 몰두하다 보니 평소 공공병원을 자주 이용하던 사회 취약계층에게는 의료이용이 어려워지는 혹독한 시기이기도 했다. 즉, 만약 또다시 새로운 감염병이 우리 사회를 휩쓸더라도 공공병원의 일반 진료기능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전 보다 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며 정부의 정책과 예산지원도 이러한 취지에 맞추어야 한다.

더구나 현재 지역 필수의료가 붕괴하고 있어 공공병원을 방치하는 것은 사실상 지역주민의 건강 문제를 방치하는 것과 같다. 더욱 강화하고 활성화시켜 지역완결적 의료를 강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미 있는 병원의 충분히 예측가능한 불가피한 손실을 방치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 사람들은 "공공병원 덕분에"라는 말을 속으로 몇번이나 되뇌었으리라. 심지어 민간병원마저도 공공병원이 초기 확진자를 많이 받아줘서 그 고마움을 많이 느꼈다고 했었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도 지금의 공공병원 방치 정책은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공병원에 한없이 미안한 일이다. 더구나 기후위기 등 다양한 이유로 또 다른 신종감염병이 닥쳐올지 모르는데 어떻게 미래 감염병 대응을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미래가 없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지방의료원의 경영현실을 다시 진단하고 지역에서 충분한 공공의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때까지 필요한 운영비를 중앙정부 주도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제공하여 안정적인 인력운영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더멀리는 공공병원이 사회안전망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도록 충실한 발전계획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태그:#공공병원, #코로나19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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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초빙교수입니다. 공공의료 현안 및 정책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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