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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후보 경선승리 며칠 후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와 만나 “이번 대선은 ‘친북좌파’와 ‘보수우파’와의 대결이기 때문에 중요하다”라고 했던 이명박 당선인이 25일 오전 11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17대 대통령 취임식을 갖습니다.

 

이 당선인은 노무현·김대중·김영삼 등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3부 요인과 국내외 인사, 4만5천여명의 일반 국민이 참석하는 자리에서 "실용과 통합의 시대 열겠다"라는 내용의 취임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제 살리기와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정신에 근거한 ‘신 발전체제’를 천명할 것으로도 전해지는데, 남북 관계의 진전 없이는 경제도 국민통합도 어렵다는 걸 인식했으면 합니다. 통일의 사전 단계인 평화가 보장돼야 경제도 살아나고 국민통합도 이룰 수 있으니까요.

 

평화통일은 정상들의 만남도 중요하지만 민간인들의 교류 활성화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산가족을 비롯한 남북 주민들이 자주 만나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해서 북한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2008년 달력(평양출판사)을 소개합니다. 달력은 유행가와 함께 그 사회와 시대를 반영한다는 말이 있지요.

 

게재된 사진은 지난 1월 29일 ‘개성공단협력병원 그린닥터스’를 방문했을 때 벽에 걸린 달력을 보고, 북한주민들의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카메라에 담아두었던 것입니다.

 

달력 겉표지 상단의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삽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4년 전에 고인이 된 김일성을 지금도 우상화하고 있기 때문이었지요. 김일성 탄생(1912)을 상징하는 ‘주체 97’을 ‘2008년’ 앞에 적어놓은 것에서도, 김일성 숭배 사상이 북한 주민들에게 뿌리깊이 박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음력 날짜와 절기를 표시하고도 ‘십간 십이지(十干十二支)’에서 따오는 ‘무자(戊子)년’이란 표시가 없어 문화 차이를 실감했습니다. 매수도 보통 12매인 남한 달력과 달리 앞뒤로 인쇄된 6매이고, 종이질도 훨씬 떨어져 물자 부족의 실상을 보는 듯했습니다.

 

풍성한 과일 사진은 평소 듣던 공산당, 괴뢰군, 주적 등의 이미지와 상반되어 묘한 감정이 일더군요. 특히 ‘Happy New year!’라는 신년인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을 ‘세계의 독재자’로 표현하고 미국을 ‘침략제국주의’라고 비판했던 북한이니까요.

 

 
1월 달력에는 ‘광명을 복숭아’ 사진을 담았고, 상단에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의 건강을 삼가 축원합니다’라고 적혀 있는데, 김일성·김정일 부자 세습 체제가 확고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1월을 ‘2008 January 1’로 표시하고, 요일도 한글과 영어를 혼합해 표시한 것은 남한 달력과 다르지 않았는데, 1월 1일을 ‘양력설’이라고 적어 놓은 게 이채롭더군요. 
 
 
2월 달력에는 ‘대성단벗’ 사진을 담았고, 사진 아래에는 ‘주체 31(1942) 2·16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탄생하시였다’라고 적었는데, 그 옆에 소개한 ‘2·7 설명절 2·21 정월대보름’을 보며 통일의 절실함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2·16)에는 북한 전역에서 해마다 축하행사가 열린다고 합니다. ‘예순여섯 번째 생일을 맞는 올해도 남북 정상선언을 이행할 것을 다짐하는 중앙보고대회와 사진 전람회를 개최했다’라고 소개하는 조선중앙TV 보도를 ‘KBS 남북의 창’을 통해 알았거든요.
 
 
3월 달력에는 ‘큰 박피호두’ 사진을 담았는데, 30일과 31일을 맨 윗줄에 적어놓아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3·8절’로도 불리는 ‘국제부녀절’(3·8)이 빨갛게 표시되어 있어 공휴일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북한 가정에서는 이날을 여성을 배려하는 날로 인식, 남성들이 가사를 돕고, 언론에서는 여성운동을 발전시킨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충성으로 받들 것을 강조한다고 합니다.
 
 
4월 달력에는 ‘큰 알앵두’ 사진을 담았는데, 김일성 생일과 인민군 창건일 등 국가명절과 기념일이 가장 많이 들어 있었습니다.  
 
사진 아래에는 '▲ 4·15 태양절 주체 1(1912). 4·15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탄생하시였다. ▲ 주체 21(1932). 4·25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조선인민군을 창건하시였다. ▲ 주체 81(1992). 4·13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원수칭호를 받으시였다. ▲ 주체 81(1992). 4·20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 칭호를 받으시였다. ▲ 주체 82(1993). 4·9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으로 추대되시였다. ▲ 1892. 4·21 우리 나라 녀성 운동의 탁월한 지도자 강반석녀사께서 탄생하시였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북한은 김일성·김정일로 시작해서 김일성·김정일로 끝나는 사회라는 것을 달력에서도 느낄 수 있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 스스로 변하도록 노력해야지 압력이나 정치적 공방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5월 달력에는 ‘나무딸기’ 사진을 담았고, '주체 25(1936). 5·5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조국 광복회를 창건하시였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5·1경기장’이라 명할 정도로 북한이 내세우는 국제노동절(5·1)은 빨간 글씨로만 적었지, 소개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습니다.
 
조국 광복회는 김일성이 항일투쟁을 했던 조직의 이름으로, <조선일보>도 보천보 전투와 동북 항일연군 교도여단 제1교도 영장(대대장) 등 김 전 주석의 항일경력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통일부를 폐지하겠다는 이명박 당선인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동아일보>는 김일성의 보천보 전투를 보도했던 동판에 금박을 칠해 북한에 선물했으며, 북한은 이를 국제친선전람관에 전시하고 관람객들에게 선전하고 있으니, 모순도 이런 모순은 없을 것입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태그:#통일, #북한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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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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