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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달력에는 ‘큰 열매보리수’ 사진을 담았고, 아래에는 ‘▲ 주체 53(1964). 6·19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에서 사업을 시작하시였다. ▲ 주체 15(1926). 6·5 우리 나라 반일민족해방운동의 탁월한 지도자 김형직선생님께서 서거하시였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6월 1일은 국제아동절, 5일은 해군절, 6일은 조선소년단 창립절이라고 표시했는데 우리의 어린이날과 국군의 날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달력에 소개된 김형직 선생은 고 김일성의 부친으로, 북한 주민들은 그가(김형직) 아들인 김일성에게 혁명유산을 남겨준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특히 일본제국주의를 타도하기 위한 반제사상은 선군사상의 역사적 시원으로 받아들여 배우고 있다고 합니다.  
 
 
7월 달력에는 ‘평양 백살구’ 사진을 담았고, 아래에는 ‘▲ 주체 83(1994). 7·8 위대한 김일성 동지께서 서거하시였다. ▲ 1894. 7·10 우리 나라 반일민족해방운동의 탁월한 지도자 김형직 선생님께서 탄생하시였다. ▲ 주체 21(1932). 7·31 우리 나라 녀성운동의 탁월한 지도자 강반석녀사께서 서거하시였다. ▲ 7·27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 녀성운동의 탁월한 지도자’라고 소개하는 ‘강반석 녀사’는 김일성의 모친이자 김정일 위원장의 조부모를 말합니다.
 
 
8월 달력에는 ‘대성 올추리’ 사진을 담았고, 아래에는 ‘8·15 조국 해방의 날’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남북이 함께 기념하는 국경일 가운데 하나이지요. 8·15 조국 해방의 날 외에도 ▲ 북한 공군 창설을 기념하는 공군절(8·20). ▲ ‘총폭탄정신’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충성하고 효자가 되겠다는 청년들을 기념하는 청년절(8·28)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9월 달력에는 ‘올검정 포도’ 사진을 담았고, 아래에는 ‘▲ 주체 37(1948). 9·9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창건하시였다. ▲ 주체 38(1949). 9·22 항일의 녀성영웅 김정숙 동지께서 서거하시였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 옆에 남북이 함께 민속명절로 정한 추석(9·14 한가위)을 소개하고 있어 가슴을 찡하게 하더라고요.

 
 
10월 달력에는 ‘큰 열매대추’ 사진을 담았고, 아래에는 망치와 낫, 붓이 그려진 로동당 마크와 ‘▲ 주체 34(1945). 10·10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조선로동당을 창건하시였다. ▲ 주체 86(1997). 10·8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조선로동당 총비서로 추대되시였다. ▲ 주체 15(1926). 10·17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타도 제국주의동맹을 결성하시었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11월 달력에는 ‘노을 올사과’ 사진을 담았는데, 국경일이나 기념일이 없었습니다. 특별하게 기념하는 날이 없는 남한의 11월과 비슷하더군요. 북한도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29년 10월30일 광주-나주 간 통학열차에서 일어났던 광주학생의거를 기념일로 정하고 있다는 보도를 봤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무런 설명이 없어 의아했습니다.    
 
 
12월 달력에는 ‘대성밤 1호’ 사진을 담았고, 아래에는 ‘▲ 주체 80(1991). 12·24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높이 모시였다. ▲ 주체 6(1917). 12·24 항일의 여성영웅 김정숙 동지께서 태어나시었다. ▲ 12·27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절’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설이나 추석 등 전통명절만을 명절로 취급하는 남한과 달리 북한에서는 정권 수립일, 로동당 창건일 등 각종 기념일도 모두 명절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추석이나 설날보다 김일성·김정일 생일을 더 귀하게 여기고 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남북의 문화적 이질감이 깊어질 수밖에요.
 
명절과 기념일을 소개하면서 김일성·김정일 부자 이름은 모두 굵게 처리했는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요. 지금도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을 죽은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쩌다 남쪽 관광객들이 북한 안내원에게 ‘김일성은 죽었다’고 말하면 화를 낸다고 하는군요. 북한 주민들은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부활을 믿는 이상으로 ‘김일성종교’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상과 이념의 벽을 넘어야 하는 통일의 길은 멀고 험난합니다. 하지만, 민간인들의 교류를 더욱 확대해서 언어와 생활 방식, 그리고 소중한 전통문화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것부터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태그:#통일, #북한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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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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