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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한국노총 방문이 흔들리는 정책연대를 바로 잡을 수 있을까?

 

이 당선인은 오는 23일 오후 한국노총을 방문하기로 결정했지만, 모양새가 좋지 않게 됐다. 이 당선인이 대선 때 자신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한국노총을 한 달이 지나도록 찾지 않은 것을 두고 이미 정책연대가 '삐끗'하다는 말이 나온 터였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공식적으로는 "만나는 시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질적인 대화 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검찰·경찰·노동부 등을 통해 불법쟁의를 근절하겠다고 밝히자, 한국노총이 "공안적 방침"이라고 규탄하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방문이 될 것이라는 노총 안팎의 우려가 깊다.

 

이명박 지지한 한국노총 한달여 만에 찾아... "늦은 게 아니다"

 

이 당선인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만남은 지난 15일 실무협의를 통해 확정됐다. 이날 오전 이영호 인수위 실무위원 등 이 당선인 쪽 실무진 3명이 한국노총을 찾은 것이다.

 

이들은 재계 인사들과 만나는 동안 노총을 찾지 않은 이 당선인에 대해 노총에서 서운함을 표하는 점을 의식한 듯 "방문이 늦은 게 아니다, 계획에 잡혀 있었다"며 홀대한 게 아님을 강조했다.

 

이 당선인 쪽과 노총은 또한 19일 고위 실무협의회를 열어 구체적인 논의 주제를 조율하기로 결정했다. 이 당선인 쪽에서는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 이주호 인수위 사회교육문화 분과 간사 등이 참석하고, 한국노총에서는 백헌기 사무총장, 이민우 정책본부장 등이 나선다.

 

이에 대해 박영삼 한국노총 대변인은 "정책협약 이행방안, 정례정책협의회 운영방안뿐만 아니라, 노사민정 대타협, 노사정위원회 확대개편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어 이번 만남에 대해 "서로의 불신을 걷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시큰둥한 내부 반응 "이번 만남 큰 의미 없다"

 

그러나 노총 내에서는 '이 당선인과 이 위원장 간에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박 대변인조차 "'서로 잘하자'는 얘기만 나오는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최임식 정치기획단 국장은 "한국노총이 많은 비난을 무릅쓰고 이 당선인을 지지한 만큼 더 일찍 찾아왔어야 했다, 모양새가 우습게 됐다"며 "이번 만남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최 국장은 "이 당선인의 이번 방문은 의례적인 것일 뿐"이라며 "고위실무자 협의회에서 정책연대 이행방안에 대한 실질적인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책연대 이행을 위한 정례정책협의회 설립 또한 중요한 약속인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당선자가 약속을 지킬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가 각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작년까지 근로복지공단 노조위원장을 지낸 명록이씨는 "정책연대가 굉장히 필요하지만, 시장주의를 표방하는 이 당선인과 한국노총은 애초부터 지향점이 틀리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민영화 등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적인 정책을 바꿔낼 수 없을 것이란 얘기다.

 

 

이 당선인, 민주노총도 잇따라 방문 예정

 

이 당선인은 17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한국노총이 앞으로 새 정부와 협력해서 무파업 협력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양대 노총을 찾아가서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당선인이 친노동 정책을 내놓지 않는 한, '설득'은 일방적일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한국노총은 정책연대와 별개로 이 당선인의 핵심 정책인 한반도 대운하 등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 충돌도 예상된다.

 

인수위는 17일 검찰·경찰·노동부 등이 참여하는 '산업평화정착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가, 노동계의 반발로 4시간도 안돼 철회하는 등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당선인과 이 위원장의 만남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이 당선인은 다음 주 민주노총도 찾는다. 이 당선인 쪽과 민주노총은 15일 실무협의를 통해 이 당선인이 한국노총 방문 직후, 민주노총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 당선인의 방문은 통과의례 같은 첫 인사 자리"라며 "아직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만남이 이뤄지고 나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정책연대, #한국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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