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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치욕! 꽃미남 아롱사태> 포스터. '에픽 하이'의 미쓰라 진이 MC '밋으라'로 변신했다.
 Mnet <치욕! 꽃미남 아롱사태> 포스터. '에픽 하이'의 미쓰라 진이 MC '밋으라'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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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모든 잘 생긴 인간들이 멸종하는 그 날까지. 달려라. 모스트 라지 사이즈. 스펙터클 액션 스릴러. 블록버스터 꽃미남 프로젝트. 꽃미남 아롱사태!"

MC의 장렬한 외침이 끝나자마자 기막힌 여자 목소리가 차분한 목소리로 안내한다.

"눈엣 가시 같은 주위의 꽃미남 꽃미녀 깨끗이 처리해 드립니다."

꽃미남, 꽃미녀가 아닌 세상 모든 인간들의 심금을 울리고 염통을 간질이며 텅 빈 얼굴에 단 웃음의 꽃비를 내려주는 프로가 나타났다. 이름 하여 <치욕! 꽃미남 아롱사태>다. 뭐 이런 TV 프로가 다 있냐? 진짜 있다. 그것도 인터넷도 아니고 뉘 집 블로그도 아니다. 케이블TV Mnet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방송(12월26일 첫방송)하는 프로다.

흥! 꽃미남, 네가 실제 그렇게 멋질 수 있을까?

어찌나 골 때리고 B급 마인드, 아니 '쌈마이 기질'이 담뿍 담긴 프로인지, 보고 나면 허파만 아니라 골에도 구멍이 생길 지경이다. '웃음의 골다골증'이랄까? <치욕! 꽃미남 아롱사태>에 비하면 <재용이의 순결한 19>는 얌전한 정도가 아니라 싱겁다. 아니 우아하다.

프로 이름도 그렇다. 아롱사태라니? 아롱사태란 '소의 뒷다리 윗볼기의 밑에 붙은 고깃덩어리에 붙은 살'로 쇠고기 가운데서도 아주 맛있기로 소문난 핵심 살코기 부위다. 이러니 <치욕! 꽃미남 아롱사태>라는 제목부터 꽃미남 핵심 살코기에 치욕을 안겨주겠다고 작심하고 나선 프로가 아닌가?

TV만 틀면 꽃미남들이 차고 넘치며, 저마다 타고난 아름다움을 뽐내는 바람에 겉으론 웃지만 속으론 많은 정상인들 울화를 돋우는 프로들로 넘쳐나는 이 마당에, 되레 그들의 치부를 샅샅이 발라내 치욕을 안겨줘, 안꽃미남·안꽃미녀들에게 쾌감을 듬뿍 안겨주겠다는 의도가 빤히 내다보이는 프로라니? 그야말로 꽃미남들 '가관의 퍼레이드'요, 빈정대는 웃음 속에 MC인 미쓰라가 이 프로에서 콕 집은 대로 "과연 네가 일상속에서도 그렇게 멋질 수 있을까?"다.

타블로가 보컬인 그룹 '에픽 하이'의 미쓰라 진이, 분노의 오덕 킬러 '밋으라'로 온몸을 내던졌다. 물론 저 가슴털은 가짜.
 타블로가 보컬인 그룹 '에픽 하이'의 미쓰라 진이, 분노의 오덕 킬러 '밋으라'로 온몸을 내던졌다. 물론 저 가슴털은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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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 프로를 진행하는 MC가 누구냐? 꽃미남에 한맺힌 개그맨? 아니다. 그룹 '에픽하이'의 미쓰라 진이다. 하늘하늘한 타블로 옆에서 육덕진 몸매로 육덕지게 쿵쿵쿵 뛰면서 랩을 하던 바로 그 미쓰라 진. 어쨌든 잘 생긴 얼굴과 잘 나가는 '간지'를 뽐내던 랩퍼 '미쓰라 진'이다.

그랬던 그가 글쎄 새까만 바가지 머리 가발을 덥석 뒤집어쓰고, 과거 전영록이나 끼었음직한 커다란 잠자리테 뿔테 안경에 돌로 문질렀음직 하게 얼룩얼룩한 돌청 재킷, 짝 달라붙었지만 스키니진이라기보다 그냥 쫄바지로 보이는데다 발목이 잘록해 털이 숭숭 난 발목 살이 훤히 보이는 청바지에 새하얀 '니코보코' 운동화를 신고, 요염한 혹은 험하게 망가진 자태로 말한다.

"관리 한 번 잘못하여 핍박 인생 25년. 이제 드디어 그 세월의 한을 풀 때가 왔다. 잘난 것들은 콱 다 죽어버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를 소개하는 단정한 자막이 뜬다. "분노의 오덕 킬러. 밋. 으. 라."

꽃미남에겐 치욕을, 보는 이에겐 발작 웃음을

아니,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출산드라'의 큰오빠 같은 라인과  자태를 뽐내시는 걸까? "음악에 미친 나머지, 내 관리를 못한 거야." 믿거나 말거나. 뒤를 이어 나타난 꽃미남을 보고 그가 한 마디 내뱉는다.

"망할 놈의 유전자들. 엄마가 뭘 해줬길래 그렇게 태어났어?"

이럴 수가. 나도 언젠가 수백번은 되뇐 문구를 저리 말해주시다니. 공감의 감동이 물결쳐, 익사하지 마시라. 물론 이건 시작일 뿐이다. 바로 '꽃미남에겐 치욕'이요, 시청자에겐 '기쁨'을 안겨주는 극비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이보다 노골적이고 이보다 치욕적일 수 없다. 이름 하여 '아롱사태 파파라치'. 실은 대단한 거짓말로(실은 좀 어설프게) 무장한 '몰래카메라' 부대의 출현이다. 꽃미남의 약점을 캐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무적의 '아롱사태 파파라치' 부대랄까.

<치욕! 꽃미남 아롱사태> 1탄은 '스파이로 몰린 꽃미남'이었다. 수사관처럼 보이는 남자들이 꽃미남을 연행한다. 물론 눈을 가린 채다. 당최 이게 무슨 일인지 아무 것도 모른 채로 질질질 수사관이 이끄는 대로 취조실(실은 엠넷 사무실)로 끌려간 꽃미남. 일단 거친 분위기로 기선을 제압한 수사관(실은 배우), 사진을 찍는다며 미장원에서 방금 세게 볶고 나오신 듯 한 아줌마머리, 일명 뽀글 머리 가발을 씌우고 머리띠까지 해준다.

그 다음 혀를 쭉 내밀라며 위로 올려라, 아래로 올려라 민망한 포즈를 시키더니 급기야 가짜 거짓말 탐지기를 내세워 묻는다. "너, 여자 몇 명 만났어?" "열 명이요" "삐……." 가짜 거짓말 탐지기가 울린다. 잔뜩 쫄은 꽃미남은 계속 숫자를 올리고 "150명?"에 이르자 거짓말 탐지기가 조용하다. (정말일까?)

그걸로 끝이 아니다. 수사관, 고문기가 있다며 넌지시 고문기 선택권을 꽃미남에게 넘긴다. "가스 냄새 맡을래? 코끝에 침 묻힐래?" 당황하다 못해 쫄 대로 쫀 꽃미남 말까지 더듬는다. "코코코코끝에 침……."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사관, 버럭 화를 내며 버럭 소릴 지른다. "하. 이 새끼, 전기 충격기 준비해." "아. 알았어요. 가스 할게요. 가스 할게요. 네?"

<치욕! 꽃미남 아롱사태> 1회 촬영장. 이 프로 컨셉만큼 눈이 현란하다.
 <치욕! 꽃미남 아롱사태> 1회 촬영장. 이 프로 컨셉만큼 눈이 현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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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황이 그리 웃길 수가 없다. 앞에 '간지 작렬'하던 꽃미남은 어디로 가고, 비굴의 산꼭대기를 맨몸으로 달리는 꽃미남이라니. 통쾌함이 온몸을 30만 볼트로 휩싸고 지나간다. 이유? 내가 꽃미녀가 아니라서라는 말로 설마 재봉틀로 온몸을 박아대는 소릴 하실 생각은 아니겠지?

비굴함이 뚝뚝 떨어지는 그 장면을 보며 미쓰라, 상큼하게 느끼함이 작렬하는 목소리, 아주 진한 참기름 100병을 대번에 들이킨 듯 한 목소리로 말한다.
"대성공. 얼짱 내면에 숨겨진, 비굴 본능과 어리버리 본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꽃미남들은 영화 <미저리>의 현신 같은 스토커 누나(실은 아줌마)에게 납치되고, 친구집에 놀러갔는데 오로지 가운만 입은 변태 아버지가 쓰다듬고, 친구 엄마는 펄쩍 뛰는 미꾸라지탕과 물만 부었는지 살아있는 뱀탕을 먹으라고 내준다. '신내림'을 받았다는 소복 차림 여동생은 툭하면 나쁜 귀신을 쫓는다며 버럭 소리를 질러대 귀신 이전에 간 떨어지게 만든다.

그뿐인가? 자기 프로에 출연 시켜주겠다길래 이게 꿈이냐 싶어 만난 남자 PD는 계속 꽃미남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어찌나 들이대는지 멋모르는 꽃미남을 갈등의 늪으로 빠뜨린다. 이 프로가 이런 프로다. 꽃미남 친구들과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꽃미남을 '대략'이 아니라 '왕짱' 난감한 상태에 빠뜨리고 그 꽃미남이 찌질하게 대처하거나 질질 짜는 장면은 고스란히 몰래 카메라에 담아 시청자들과 같이 보며, 시청자들 속마음에 넘실댈 말들을 그보다 한 술 더 뜨는 자막과 미쓰라의 해설로 씹어댄다. 그뿐 아니다.

얼짱 내면에 숨은 비굴 본능, 어리버리 본능을 확인하라

꽃미남 파파라치의 테러가 끝나자 꽃미남과 통화하는 미쓰라. 한껏 우롱당한 불쌍한 꽃미남에게 미쓰라가 묻는다. "가장 쪽팔렸을 때가 언제야?" 질문도 참 '아롱사태'스럽기도 하지.

거기다 '피해자의 모임' 여성들의 점수 매기기까지 따른다. 1차로 사진만 보고 비주얼 점수를 매긴 뒤, "꽃미남들을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 내면의 진실 된 인간성을 확인해보는 지상 최대의 데인저러스 사기극. 꽃미남 아롱사태 타임"이라는 '몰래 카메라'가 끝나면 이젠 꽃미남의 인간성과 성격에 대한 투표를 다시 한다. 그 날 나온 꽃미남 가운데 최고 꽃미남, 이름 하여 '공공의 꽃' 뽑기다.

그야말로 우아한 꽃미남의 세계가 아니라, 진짜 웃기는 꽃미남의 세계요, 꽃미남 희롱사태다. 이러니 보고 있자면, 주책을 뒤로 하고 낄낄대며 뒤집어지거나 "히히히" 같은 요상한 웃음소릴 자기도 모르게 내고 있는 자신과 만나기 일쑤다. 그리하여 지금껏 고작 4회 방송이 나갔지만, "이거 대박 캐 웃김"이란 소감이 주를 이루고, 당최 어떻게 이런 프로가 있는지 포털 검색이 뒤따른다.

꽃미남의 치욕은 바로 우리의 기쁨이라는 솔직한 인간 본능에 충실한 이여, 모두 모이라. 그리고 웃어라. 어떻게? 불결하게.


태그:#치욕! 꽃미남 아롱사태, #미쓰라, #엠넷, #꽃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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