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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삼봉으로 해서 월악산 공룡능선을

앞에 보이는 능선 너머로 월악삼봉이 보인다.
 앞에 보이는 능선 너머로 월악삼봉이 보인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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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에 충주를 출발하여 8시 40분에 월악산 덕주골 입구 주차장에 도착한다. 오늘의 산행목표는 월악삼봉으로 해서 월악산 공룡능선을 타는 것이다. 월악삼봉이라, 월악산을 가끔 찾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다.

그러나 월악삼봉은 덕주골 입구에서 골짜기를 타지 않고 능선을 따라 960m 고지에 오르는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세 봉우리이다. 월악삼봉은 특히 암릉미가 탁월하고 산행의 난이도가 있어 최근에 산꾼들이 즐겨 찾는 코스이다.

이 월악삼봉을 지나 960m 고지에 오른 다음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가면 헬기장이 나오고 그 앞으로 우뚝한 1094m 월악산 영봉에 오를 수 있다. 통상 월악산 영봉에 오르는 길은 동서남북의 네 방향에서 잘 나 있다.

이 경우 동쪽의 신륵사, 서쪽의 동창교, 남쪽의 덕주사, 북쪽의 보덕암이 산행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 코스를 모두 섭렵한 사람이나 기존의 코스에 식상한 사람은 월악삼봉 코스를 한번 타보는 것도 괜찮다.

송계계곡 너머 보이는 용마산과 수리봉
 송계계곡 너머 보이는 용마산과 수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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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송계면 소재지 쪽으로 약 100m쯤 내려가면 오른쪽에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이곳에서 10분쯤 오르면 삼봉의 모습이 대충 보이기 시작한다. 또 송계계곡 건너편으로는 용마산과 수리봉의 줄기가 가까이 보인다. 여기서 다시 10분쯤 능선을 타고 계속 오르면 암릉 구간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누가 월악산이 골산 아니랄까봐 벌써부터 바위들이다. 그러나 바위 사이에 자일을 묶어 놓아 오르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이곳을 지나 다시 약 5분을 오르면 평평한 바위가 널찍한 공간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 월악삼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위로 이루어진 세 개의 봉우리를 소나무들이 덮고 있는 형상이다. 우리 일행은 잠시 휴식을 취한다. 하늘에서는 싸락눈이 조금씩 내린다.

아침부터 하늘이 꾸물거리며 눈과 비가 조금씩 오더니 이곳이 산악지대라 싸라기눈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한 30분 정도 산을 올라서인지 다들 더워한다. 잠시 쉬며 물도 한 모금씩 마시고 외투도 벗고 좀 더 간편한 복장으로 변신한 다음 출발한다.
  
누가 월악산이 골산(骨山) 아니랄까봐

거북바위: 주름까지 보인다.
 거북바위: 주름까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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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부터는 암릉의 연속이다. 또 오늘 눈과 비가 섞여내려 바위가 미끄럽다. 다행히 이 코스를 잘 아는 산행대장이 우리를 안내하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따라간다. 5분쯤 가니 고인돌이나 주초석처럼 잘 다듬어진 바위들이 길을 이루고 있다.

이들을 지나 또 10분쯤 가니 거북바위가 나타난다. 거북이의 쭈글쭈글한 주름까지 표현되어 있다. 이 바위를 우회하니 일봉, 이봉, 삼봉이 나란히 서 있고, 그 첫 번째 봉우리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분명하게 보인다.

삼불바위: 석불입상처럼 보인다.
 삼불바위: 석불입상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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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에는 삼불바위가 나타난다. 바위가 세 분 부처님처럼 나란히 서 있다. 몸통 부분 위에 머리가 얹혀진 석불 형태이다. 이곳을 지나 바위를 여러 개 다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한다. 보조 자일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또 바위에 눈이 조금 쌓여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래도 다들 즐거운 표정이다. 그러나 바위 위의 공간이 꽤 넓어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다.

이곳 바위 위에서 왼쪽을 살펴보니 저 멀리 얼어붙은 월광폭포가 보인다. 월악산에는 월광이라는 이름이 두 개 있다. 그 하나가 월광폭포이고 다른 하나가 월광사이다. 월광사는 현재 폐사지로 남아있지만 신라시대 번창했던 절이다.

그곳에는 현재 축대, 탑재 부도재 등 절의 흔적만 남아있고, 그곳에 있던 원랑선사 대보선광탑비는 보물 제360호로 지정되어 국립 중앙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원랑선사(816-883)는 신라 하대의 유명한 스님으로 중국에 유학한 후 귀국하여 이 지역에 선종의 가르침을 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월광사지의 탑재와 부도재
 월광사지의 탑재와 부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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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련의 조각이 아름답다
 복련의 조각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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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서 기온이 올라가서인지 이제 눈이 비로 바뀌어 내린다. 모두들 다시 외투를 꺼내 입는다. 또 안개도 밀려온다. 산의 능선들이 안개에 휩싸여 전망이 흐려지기도 한다. 곳곳에 내년 겨울 꽃을 피우려는 꼬리 진달래의 군락도 보인다.

식생에 대해 정통한 이순욱 선생이 꼬리진달래는 보통 해발 300~400미터 이상의 산악지역에 분포하고 겨울에도 잎이 어느 정도 푸르름을 유지한다고 설명한다. 잎에 부동액과 같은 성분이 있어 그렇게 겨울을 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구비 너머 또 한 구비, 그곳에 성터가

고사목과 바위와 안개
 고사목과 바위와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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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나무들에 빗방울이 흘러내리고 빗물 일부는 얼어붙기도 한다. 겨울에 보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특히 고사목에 빗물이 흘러내리니 그 검은 색이 더 선명해 보인다. 한마디로 겨울 비오는 날의 등산화이다. 바위와 고사목, 그 아래 안개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덕주골과 송계계곡, 오늘 같은 날에나 느낄 수 있는 환상적인 풍경이다. 독일 낭만주의 화가들이 그려낸 신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다.

해발 칠팔백 미터 산중에 만들어진 덕주산성 제4곽
 해발 칠팔백 미터 산중에 만들어진 덕주산성 제4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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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사천진리라는 닉네임을 가진 우리 회원이 저 멀리 월악산 영봉 쪽을 배경으로 멋진 포즈를 취한다. 아직도 두 개의 봉우리를 넘어야한다. 또 다시 여러 번 바위를 넘고 넘으니 그 깊은 산 속에 성터가 나타난다.

이 성곽이 바로 네 겹으로 된 덕주산성의 가장 안쪽을 형성하는 제4곽인 것이다. 이것이 해발 700~800미터 고지에 있는 방어성이다. 덕주산성은 자연을 이용하여 방어선을 구축하고 취약한 지역에 석축을 쌓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축성이 어려웠을 수도 있지만 요새로서의 가치는 더욱 클 수 있었던 것이다.

성터를 지나 약 20여분을 가니 이제 마지막 한 봉우리만 남은 것 같다. 우리는 비 때문에 다들 힘들어하면서도 마지막 봉우리를 오른다. 눈과 비 때문에 미끄러워서 그렇지,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시간이 걸릴 코스는 아니다.

봉우리를 넘어 조금 평평한 장소에서 우리는 점심을 먹는다. 한마디로 빗속의 점심식사이다. 밥을 먹는데 밥과 반찬 속으로 빗물이 뚝뚝 떨어진다. 옛날 어른들 같으면 비오는 날 청승떤다고 걱정했을 텐데. 다행히 기온이 낮지를 않아 밥이 잘 넘어가는 편이다. 또 보온병에 준비한 따뜻한 물을 먹을 수 있어 괜찮다.

상덕주사 극락보전
 상덕주사 극락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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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한 굽이를 넘으니 덕주사 마애불에서 960m로 오르는 자연경관로와 만난다. 오늘 우리의 목표는 960m 봉우리에 오른 다음 만수봉으로 이어지는 월악산 공룡능선을 타는 것인데 날씨가 좋지 않아 덕주사 쪽으로 하산하기로 목표를 수정한다.

다들 아쉬운 마음이지만 안전이 제일이니까 흔쾌히 받아들인다. 이제부터는 하산길이다. 길에는 나무계단이 잘 만들어져 있어 내려가기가 편하게 되어있다. 약 20분쯤 내려가자 상덕주사의 극락보전과 마애불을 새긴 바위의 옆모습이 보인다. 


태그:#월악삼봉, #거북바위, #삼불바위, #덕주산성, #상덕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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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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