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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학창시절 주목받지 못하던 농구선수였다. 창단한 지 2년 밖에 안 되는 수준 낮은 팀의, 그것도 키가 150cm도 채 되지 않는 가드를 데려갈 중학교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도대회 이상 우승 경력이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나 뿐만 아니라 우리팀 모두가 스카우트 되지 못했다.

 

함께 운동하던 친구들 지금은 서로 각자의 길로

 

그 뒤 우리는 공부를 했고, 또 다른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고, 농구 심판이 되기도 했다. 학생이라는 신분은 운동을 포기해도 다른 일을 시작하기에 늦지 않았다. 그렇게 나의 운동 선수 시절은 추억에서만 가끔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어렸을 때 운동하면서 너무 맞았기 때문이었을까.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며 나는 농구 뿐만 아니라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을 싫어했다. 축구는 좀 했지만 그나마 비인기종목은 나에게도 뉴스에서만 스쳐가는 그저 그들만의 리그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면서 자의든 타의든 이모부가 감독으로 계신 한 고등학교 야구부를 꾸준히 관찰하게 되었다. 나는 그들을 통해 운동선수로서 산다는 것에 대한 연민과 함께 그들과 함께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 있었다.

 

이모부 휘하의 운동선수들은 '잘하는 것'에 대한 꿈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꿈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성취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실패하는 것에 그리 두려워하지 않았다.

 

또한 그들은  지금 관중이 없다고 하더라도 좌절하거나 서운해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열심히 하다보면 분명 '잘 하는 나'도 찾고, 관중이 꽉 들어찬 구장에서 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흘러도 우리 생애의 최고의 순간은 시합에서 승리하던 때

 

영화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예고편을 보는 내내 난 그들과 내 친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문소리가 야채 가격을 소리 질러 외치는 장면에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가, 김정은이 일본에서 선수겸 감독으로 있었다는 장면에서는 농구심판이 된 친구가, 그리고 아줌마가 아닌 어린 선수들은 이모부 학교의 어린 야구선수들이 떠올랐다.

 

지난 2004년의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들 또한 나의 지난날과 다름 없이 운동을 해왔을 것이며, 영화와 같이 지금 핸드볼과는 전혀 상관 없는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역시 올림픽 이후 우리는 잊혀졌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관중 없는 구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뒤늦게야 나타난 이 영화에 거는 기대가 크다. 부디 소위 인기종목에서 소외됐지만, 올림픽 결승전에서 19번의 동점을 기록하고, 연장전에 연장전, 승부 던지기까지 갈수록 그들이 얼마나 뜨거운 눈물과 피눈물을 흘렸는지 잘 표현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문소리와 김정은을 비록한 모든 연기자들이 수개월을 고된 핸드볼 훈련을 받았던 만큼 운동선수의 눈이, 운동선수의 목소리가, 운동선수의 땀을 영화 안에서 만날 수 있기도 고대한다.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이 개봉하면 열일 제쳐두고 아침 일찍 영화를 본 뒤 이모부 학교를 한 번 찾아가 봐야겠다. 아니면 그들과 함께 영화를 봐야겠다. 영화가 끝난 뒤 '지금의 노력이 훗날 너희들을 진정한 운동선수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다.

 

또 지난날 함께 운동했던 친구들을 만나 우리들만의 이야기를 해야겠다. '지금은 서로 각자의 길을 가고 있지만, 어쩌면 우리들의 생애 최고의 순간 역시 시합에서 승리하고 하이파이브를 할 때가 아니었냐'고 물어봐야겠다.

 

예고편을 보고 또 보고 있음에도 자꾸만 가슴이 떨려오는 건 나도 그들과 같은 운동선수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일까? 어서 빨리 시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아니 미리 예매부터 해 놓아야겠다. 그래야 그들을 만날 수 있다는 안심 덕분에 떨리는 가슴을 조금이나마 안정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부디 그들의 땀이 많은 관객들의 눈물로 승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


태그:#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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