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신임 국가대표팀 감독이 7일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정무 신임 국가대표팀 감독이 7일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대한축구협회(회장 정몽준)는 7일 오전 허정무 전남 드래곤즈 감독을 신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유영철 축구협회 홍보국장은 "허정무 감독, 전남과 합의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축구협회는 가삼현 사무총장이 유럽에 직접 가서 후보군으로 압축된 제라르 울리에(프랑스)와 믹 매카시(잉글랜드)를 상대로 협상을 했고 성사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울리에는 가족과 프랑스 축구협회의 반대로, 매카시는 구단의 반대로 모두 무산됐다.

 

국내파 가운데 허정무 전남 감독 최종 결정

 

6일 무산 소식이 전해지자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긴급하게 모여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논의를 한 끝에 국내파로 가기로 의견을 모으고 김학범 성남 일화 감독, 장외룡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 허정무 전남 감독으로 후보를 압축했다.

 

당초 올해 포항 스틸러스를 우승으로 이끈 브라질 출신의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도 물망에 올랐지만 국내파 선임 원칙에 따라 배제됐고 허정무 감독이 7일 새벽 최종 결정됐다.   

 

오후 3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허정무 감독은 이영무 기술위원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의 대표팀 운영 방안과 자신의 축구철학 및 최근 한국 축구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 세세하게 털어놨다.

 

먼저, 허 감독을 선임한 이 위원장은 "단기전에 능한 감독이라 판단해 허 감독을 선임했다. 정신력, 선수 장악력, 승리욕 등 모든 것을 키워줄 수 있는 훌륭한 지도자"라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이애 화답하듯 허 감독은 "나를 선택해준 기술위원회와 팬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지만 부담감과 사명감을 동시에 느낀다. 축구 인생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2000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맡은 국가대표 감독직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축구 인생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

 

 허정무 신임 국가대표팀 감독이 7일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정무 신임 국가대표팀 감독 ⓒ 유성호

단 하루 만에 선임된 것을 인정이라도 하듯 허 감독은, 7년간 국가대표 감독이 외국인으로 이어졌던 상황의 장·단점을 묻는 질문에 "급하게 이뤄져 많이 생각 안 해봤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외국인이냐 한국인이냐를 떠나 대표팀을 잘 이끌고 책임감 있게 목표를 갖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허 감독은 최근 각급 대표선수들의 도덕적 해이를 잘 알고 있다는 듯 앞으로 대표 선수 선발에 있어 '정신력'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현재 한국축구에 거품이 낀 것은 사실이다"며 "예전과 비교해 환경, 여건이 좋아졌지만 선수들이 몸과 마음은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1980년대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PSV 에인트호벤에서 뛴 것을 상기하며 당시 동료는 철저한 프로의식을 갖추고 있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진돗개'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허 감독은 "내 모든 축구 인생을 걸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해서 부딪힐 것"이라며 당장 내년 2월부터 열리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경기에 나서는 자세를 밝혔다. 팬들에게도 "국내 지도자라고 선입견을 가지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성원을 부탁했다.

 

감독직과 마찬가지로 공석인 코칭스태프 선임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는 인물이 있지만 그분의 뜻을 알아야 한다"며 조심스럽게 표현했다. 더불어 그는 "기술위원회가 외국인 감독에 준하는 지원을 약속했다"며 현 기술위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한편, 허 감독은 전남과 내년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감독에 선임됐다. 이에 대해서 그는 "당혹스럽지만 내가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협회와 구단이 풀어야 할 일이고, 구단이 양해해줘 나도 수락할 수 있었다"며 협회의 일방통행 감독 선임이 사실임을 다시 한 번 인정했다.

2007.12.07 17:22 ⓒ 2007 OhmyNews
축구 대표팀 감독 허정무 감독 기술위원회 이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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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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