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신임 국가대표팀 감독이 7일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정무 신임 국가대표팀 감독이 7일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전 국가대표농구팀 감독이자 경원대 사회체육대학원 교수직에서 정년퇴임을 하는 방열 교수는 지난 11월 7일자 <스포츠2.0>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표팀과 협회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농구인이라는 정의를 한번 내려보자. 선수 출신만이 농구인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지 않다. 두 단체 모두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다. 선수 출신이나 지도자 출신이 현장감각이 뛰어난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단체를 끌고나가는 능력은 뒤떨어질 수도 있다. 분야별로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다. 농구를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이 곧 농구인이다. 선수 출신들끼리 의리를 지킨다며 뭉치다 보면 결국 다 같이 주저앉을 수 있다. 발전이 없다."

 허정무 신임 국가대표팀 감독이 7일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정무 신임 국가대표팀 감독이 7일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외국인 감독 후보들이 한국 대표팀 감독을 사양한 바로 다음날(6일), 허정무 감독을 선임하면서 이에 대한 축구협회의 선정 배경은 이렇다.

"국가대표 경기는 단기전 승부라는 점에서 FA컵과 비슷한 면이 많다. 사상 최초로 FA컵 2연패를 달성한 허 감독의 능력을 높이 샀다."

"허 감독이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전남을 이끌고 포항의 K리그 우승을 통해 축구계를 강타한 '파리아스 매직'을 잠재우며 국내 지도자의 자존심을 지킨 것이 기술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허 감독의 이 같은 강력한 지도력이 현재 대표팀에도 절실하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표현을 써야 할까? 국내 지도자의 자존심을 운운하면서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배경으로 삼은 것을 보며 매우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호주는 자존심이 없어서 거스 히딩크,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등 이웃 나라에서 퇴임했거나 퇴출된 감독을 영입했을까? 7년째 계속되는 외국인 감독의 영입으로 한국축구선수 출신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는 것이, 형편없는 실력으로 퇴보하는 한국축구의 성적표야말로 축구팬과 국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보다 더 우선적으로 고려된 성급한 감독 선임은 아닌지 묻고 싶다.

여론 수렴·공개 토론회 생략된 채 밀실 인사로 하루만에 정해진 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엠블럼 대한축구협회 엠블럼

▲ 대한축구협회 엠블럼 대한축구협회 엠블럼 ⓒ 대한축구협회

국내 감독 선임의 과정도 매우 아쉽다.

허정무 감독의 우승경력과 겨룰 만한 성적과 경험을 기록한 김정남 울산 감독, 차범근 수원 감독, 파리아스 포항 감독, 김호 대전 감독 등의 후보군을 공표해서, 여론을 수렴하고 공개 토론회를 갖는 절차가 생략된 채 밀실 인사로 하루만에 정해졌다. 이것 자체가 축구협회의 행정력의 구태와 후진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박성화 전 감독은 고려대, 허정무 감독은 연세대 출신으로 명지대 출신인 김학범 감독이 상대적으로 축구협회로부터 저평가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축구협회의 외부 인사 영입이 절실한 이유이다.

특히 허정무 감독 가장 최근 대표팀 관련 행보는 축구협회 기술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 선임과정에서 인터뷰를 했던 역할에서, 수석코치로 본프레레를 보좌했었던 것도 난센스였다. 이후 감독과 불화설을 일으키며 코치직에서 중도사퇴한 바 있으며, 이와 같은 행보가 본프레레 감독의 퇴진에 영향을 끼쳤었다. 한 마디로 감독 위에 있었던 감독의 감독자와 같은 역할을 부여했던 것이 축구협회의 행정력이었다.

외국인 감독 후보자들이 한국행을 고사했다는 뉴스만으로 마치 협회의 무능함이 도마에 오르지는 않을까 하는 자격지심과 조바심으로 또다시 악수를 둔 것이 아닐까 심히 염려스럽다.

대한축구협회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118억 국고보조금을 포함한 500억을 집행하는 사단법인체이지, 축구선수출신들만의 복지공단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투명한 예산집행과 행정, 외부 인사영입 등의 개혁을 이제는 그들 자체적으로 시행되기만을 기다리며 방치해 놓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말하고 싶다.

축구대표팀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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