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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회는 마음대로 짓밟아도 된다는 잘못된 사고방식을 고치기 위해 차가운 복도에서 먹고 자면서 싸웠습니다. 주민등록도 없는 동포들이, 투표권도 없는 동포들이 큰 교회는 생각하지도 못한 일들을 해냈습니다. 단속반원과 법무부가 미워서 싸운 게 아니라 이 나라의 죄악을 고치기 위해 싸웠고 끝내 이겼습니다."

 

도시빈민운동의 대부이자 민주화운동 원로인 이해학(62) 성남주민교회 담임목사가 열하루 동안의 농성으로 법무부장관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등의 약속을 받아낸 중국동포들을 '고무 찬양'했다. 주로 60~70세의 고령인 200여명의 중국동포들은 겨울 찬 기운에 시달리며 조국의 냉대와 잘못된 법집행에 대해 맞서 싸운 것이다.

 

이 목사는 또한 "자기 조국에서 천대 받고, 단속의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동포들을 지켜 달라"면서 "약한 사람을 함부로 짓밟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도 축복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식민지 조국으로 인해 조국 땅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재중동포 200만명과 구소련 동포 60만, 일본의 무국적 동포 15만명 등이 언제쯤 불법체류 단속과 강제추방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조만간 양성화될 것"
 

지난 25일 수원출입국 단속반원들의 '양주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에 속한 '중국인교회'(담임목사 김해성) 교회 난입으로 촉발된 농성 해단식이 6일 오전 9시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총연합 강당에서 열렸다.

 

김해성(47) 목사는 경과보고에서 법무부장관의 공식사과와 재발발지 약속 등을 받아냈다고 밝히면서 "정부는 조만간 23만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에 대한 양성화 조치 등을 진행할 것"이라면서 "중국 동포 전문인력에 대한 비자발급을 조속히 발급하고, 동포들의 자유왕래 시행 등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우삼열(37)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 사무처장은 격려사에서 "교회에 진입해도 된다는 오만한 공권력에 맞서 싸운 동포 여러분들이 한국 교회와 40만 이주노동자와 중국 동포들을 살렸다"면서 "특히, 고령의 동포 여러분이 단속이 두려워 불안에 떠는 이주노동자에게 희망을 주었다"면서 감사했다.

 

허성필(69 길림성 연길시)씨는 "2010년도에 재외동포법 전면시행에 대한 완전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성과를 올렸다"면서 "국회에서 법을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이를 시행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며, 재외동포법이 하루 빨리 전면 시행돼 고국을 자유롭게 왕래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 소속 교인 200여명은 사건 발생 다음 날인 11월 26일부터 ▲재외동포법 전면시행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 ▲교회난입에 대한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등을 요구하며 서울 종로 5가 한기총과 한국기독교연합회관 복도에서 농성을 전개했다.

 

한편, 교회난입 진상조사단은 5일 사건 현장인 경기도 발안 '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에 속한 '중국인교회'를 방문해 진상조사를 벌였다. 또한 중국인 2명이 수원출입국 직원으로부터 이 사건과 관련된 위협적인 조사와 완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이들을 면회해 의견을 들었다.

 

농성이 빨리 끝나게 된 배경은?

 

재중동포들은 자신들을 외국인 취급하면서 불법체류 단속대상으로 삼는 한국 국회와 정부를 대상으로 '재외동포법 개정'과 '자유왕래'를 촉구하면서 3차례에 걸친 장기농성을 벌였다.

 

재중동포들은 지난 2003년 11월 15일부터 83일 동안 재중동포를 차별하는 재외동포법 개정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여 국회의 법 개정과 노 대통령의 공포를 이끌어 냈다. 재외동포법이 개정됐음에도 법무부가 시행하지 않은 채 불법체류 단속대상으로 삼자 2005년 8월 24일부터 115일간의 농성으로 ▲2006년부터 방문취업제 시행 ▲자진출국한 불법체류 동포는 1년 뒤 재입국과 3년간 취업비자(H2) 신설 등의 성과를 얻어냈다.

 

교회난입 사건으로 촉발된 이번 농성은 재중동포들의 3차례 농성 가운데 가장 짧은 11일이다. 김해성 목사는 5일 공개사과문을 주고받는 자리에서 법무부 추규호 본부장에게 "농성을 빨리 마무리하게 해주어서 감사하다"는 덕담을 전했다. 그렇다면 농성이 빨리 끝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법무부와 협상에 나섰던 이철승(44·목사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소장) 외노협 공동대표는 "지난해 법무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놓고 수차례 회의를 거듭하면서 해결 방법에 대한 의견이 상당히 접근한 바 있다"면서 "이번 협상은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진행됐으며, 법무부가 노동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합의가 도출됐다"고 밝혔다.

 

이철승 대표는 또한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가 아니라 이들의(미등록자) 자진출국과 재입국 등의 양성화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했는데 시기는 못 박지 않았다"면서 "김해성 목사의 강력한 요구로 2005년 시행된 (미등록) 중국동포를 대상으로 한 자진귀국 프로그램 성공 사례와 비슷한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성 목사는 2005년 이해찬 국무총리를 만나 자진귀국 프로그램에 의한 미등록 재중동포 문제해결 방식을 제시했다. 정부가 김 목사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추진된 자진귀국 프로그램으로 8만 명의 재중동포들이 자진출국해 불법체류 문제가 상당히 해소됐다. 자진출국 동포들에게는 1년 후 재입국 되도록 했다.

 

이번 협상의 최대 수혜자는 MOU(인력송출 양해각서)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는 방글라데시 등 12개 MOU 체결국가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양성화 조치의 대상이었으나 이번 협상 과정에서 MOU 미 체결국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포함시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양성화 조치대상 인원도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10월 현재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23만여명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중국동포, #재외동포법,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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