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길손을 유혹한다.
▲ 메밀꽃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길손을 유혹한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땡볕이다. 지난 26일 찾아간 학원농장은 모처럼 가을 햇볕이 유난히 따갑다. 눈부신 햇살에 답이라도 하듯 하얀 메밀꽃은 톡톡 꽃망울을 터트린다. 원두막이 있는 메밀밭 샛길은 붉은 황토가 양탄자처럼 깔려 있다. 밟는 느낌이 감미롭다. 원두막은 여행객들의 웃음꽃이 만발했다.

학원농장은 진의종 전 국무총리와 그의 부인 이학 여사가 1963년 10월에 지금의 농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는 장남인 진영호씨가 대를 이어 1992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봄에는 광활한 구릉지대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싱그러운 보리 물결, 여름에는 해바라기 꽃 잔치가 펼쳐진다. 가을철에는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메밀 꽃밭이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지금은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시차를 두고 메밀을 심어 아직 농장본관 주변에는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길손을 유혹한다.

원두막은 여행객들의 웃음꽃이 만발했다. 엄마와 아이는 메밀꽃에 취했다.
▲ 원두막 원두막은 여행객들의 웃음꽃이 만발했다. 엄마와 아이는 메밀꽃에 취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가을햇살이 유난히 따갑다. 눈부신 햇살에 답이라도 하듯 하얀 메밀꽃은 톡톡 꽃망울을 터트린다. 메밀밭사이 길은 붉은 황토가 양탄자처럼 깔려있다. 밟는 느낌이 감미롭다
▲ 황토길 가을햇살이 유난히 따갑다. 눈부신 햇살에 답이라도 하듯 하얀 메밀꽃은 톡톡 꽃망울을 터트린다. 메밀밭사이 길은 붉은 황토가 양탄자처럼 깔려있다. 밟는 느낌이 감미롭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메밀, 우리 몸 어디에 좋을까?

성질이 서늘하고 찬 음식에 속하는 메밀은 체내의 열을 내려주고 염증을 가라앉히며 배변을 용이하게 해준다. 몸에 열기와 습기가 많은 체질의 사람이 메밀을 먹으면 몸 속에 쌓여 있던 열기와 습기가 몸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기운이 난다.

마디풀과의 한해살이 풀인 메밀은 모밀 또는 메물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한자어로는 교맥(蕎麥)이라 쓴다. 중앙아시아 북부가 원산지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재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밀은 추운 날씨나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며, 영양가가 높고 저장성이 강한 특성을 지녔다. 메밀은 씨를 뿌린 후 60∼100일이면 수확을 한다.

메밀국수는 육수에 면을 넣고 오이채와 무김치 위에 길게 자른 김, 깨 송송 뿌리고 계란지단으로 고명을 올렸다.
▲ 메밀국수 메밀국수는 육수에 면을 넣고 오이채와 무김치 위에 길게 자른 김, 깨 송송 뿌리고 계란지단으로 고명을 올렸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메밀의 약효를 보면 <본초강목>에 메밀은 위를 실하게 하고 기운을 돋우며 오장의 노폐물을 배출시킨다고 기록되어 있다. <동의보감>에는 메밀이 비위장의 습기와 열기를 없애주며 소화가 잘 되게 하는 효능이 있어 1년 동안 쌓인 체기가 있어도 메밀을 먹으면 체기가 내려간다고 기록되었다.

메밀의 알곡에 들어 있는 루틴(Rutin)은 혈관 벽의 저항력을 향상시켜서 고혈압 환자나 동맥경화증 같은 혈관계 질환 환자에게 좋다. 루틴은 수용성이어서 메밀을 삶을 때 물에 우러난다. 메밀국수를 먹을 때는 메밀 삶은 물을 함께 먹어야 좋다.

또한, 메밀은 일반 곡류에 없는 필수 미량요소와 비타민류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메밀은 특히 잇몸 염증을 없애주므로 치근막염이나 잇몸출혈에 좋으며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입 냄새를 없애준다.

메밀묵은 상추 잎을 숭덩숭덩 썰어 넣고 오이와 양파 당근을 채 썰어 버무려냈다. 순식간에 접시가 비워진다.
▲ 메밀묵 메밀묵은 상추 잎을 숭덩숭덩 썰어 넣고 오이와 양파 당근을 채 썰어 버무려냈다. 순식간에 접시가 비워진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메밀묵과 메밀국수

농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서 먹는 메밀묵과 메밀국수의 맛은 정말 좋다. 메밀묵은 단단한 느낌이다. 상추 잎을 숭덩숭덩 썰어 넣고 오이와 양파 당근을 채 썰어 버무려냈다. 순식간에 접시가 비워진다. 한 접시에 7천원 하는 메밀묵의 양은 허기가 져서일까? 아무튼 시골인심에 조금은 못 미치는 느낌이다.

메밀꽃을 바라보며 메밀요리를 먹는 기분은 가히 어디에도 견줄 곳이 없다. 오후 2시, 식당은 분주하다. 한참만에 메밀국수가 나왔다. 메밀국수는 육수에 면을 넣고 오이채와 무김치 위에 길게 자른 김, 깨 송송 뿌리고 계란지단으로 고명을 올렸다. 얼음을 갈아 넣어 시원함이 가을 반짝 더위를 가시게 해준다.

후루룩~쩝. 육수 맛이 새큼하고 개운하다.
▲ 말아 놓은 메밀국수 후루룩~쩝. 육수 맛이 새큼하고 개운하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반찬은 달랑 무김치 하나. 하지만 부족하다는 느낌이 없다. 육수의 시원함과 무김치의 달큼하고 아삭아삭한 맛에 깜빡 빠져.
▲ 무김치 반찬은 달랑 무김치 하나. 하지만 부족하다는 느낌이 없다. 육수의 시원함과 무김치의 달큼하고 아삭아삭한 맛에 깜빡 빠져.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후루룩∼쩝. 육수 맛이 새큼하고 개운하다. 반찬은 달랑 무김치 하나. 하지만 부족하다는 느낌이 없다. 육수의 시원함과 무김치의 달큼하고 아삭아삭한 맛에 깜빡 빠져. 단출한 메밀국수지만 맛과 기분은 그런 대로 괜찮다.

메밀국수는 실내에서 먹는 것보다는 본관 앞의 벤치에서 메밀밭을 구경하며 먹거나, 뒤편에 있는 기다란 초옥의 마루에서 드넓은 잔디밭과 풀섶의 코스모스를 감상하며 먹는 것이 좋을 듯하다. 제철 음식이 최고다. 제철 음식을 산지에서 먹는다면 그 맛은 더 말할 나위 없다.

메밀밭에는 꽃잎 꽃잎 벌들이 꿀을 딴다. 알록달록 사람들의 발길도 끝없이 이어진다. 갈바람이 스칠 때마다 하얀 메밀은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곤 한다. 이 가을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얀 메밀밭을 걸어보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메밀꽃, #메밀묵, #메밀국수, #학원농장, #고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