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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 좋다.”


시각을 통해 들어오는 꽃의 자태가 월하선녀다. 하늘거리는 모습이 긴 치맛자락을 하늘거리면서 하강하는 선녀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다. 하늘나라에서 지상으로 소풍 나오는 모습이다.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속의 생각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 역력하게 드러나고 있다. 어찌나 눈이 부신지 입을 닫을 수가 없다.

 

 

  어디 그 뿐인가. 코끝을 자극하는 감미로운 향이 온 몸에 배어든다. 부드럽고 유연한 코스모스의 정취에 맡길 수밖에 없다. 의지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렇게 하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그냥 빠져 들어 가버리는 것이다. 무위자연이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지평선 축제가 열릴 예정인 김제에는 코스모스 꽃이 한창이다. 도로 양편에 활짝 피어 있는 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자동차의 물결로 넘쳐나고 있는 4차선의 도로가 아니다. 자동차 2 대가 정겹게 오고갈 수 있는 2 차선의 도로여서 더욱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길과 꽃이 한 몸이 되어 있어 나 또한 꽃이 되어버린다.

 

 

  코스모스 너머로 보이는 풍요로움이 마음을 더욱 넉넉하게 만들다. 벼 알들이 어찌나 알차게 채워졌는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바라만보아도 배가 부를 정도다. 코스모스 향에 취해 넉넉한 가을 들녘 속에 서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워진다. 가벼워져 하늘로 훨훨 날아오를 것만 같다.

 

  무엇을 더 바란단 말인가? 눈에 꽉 차 있고 코로 그윽해져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히 족하다. 오관을 통해서 감지하게 되는 가을이 배어들어 온 몸에 충만하다. 여지가 없다. 세포 구석구석까지 물들여 버렸다. 말을 하면 코스모스의 고운 색깔이 새어나올 것만 같고 몸을 움직일 때마다 풍요로움이 번져날 것만 같다.

 

 

  정녕 가을이다. 가을이 풍요롭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코스모스 피어 있는 들녘에 서서 가을이 넉넉하고 여유가 넘쳐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귀로 들어서 느끼는 감정하고는 사뭇 다르다. 실제로 체험하는 것하고는 그 강도가 분명 다르다. 눈을 감고 있어도 온 몸으로 느끼게 되는 기쁨을 주체하기 어렵다.

 

 

  가을의 한 가운데에 서서 가을처럼 살고 싶다. 욕심내지 않고 충만함을 만끽하면서 자유를 누리고 싶다. 어제의 일은 흘러가는 강물에 흘러 보내 버리고 내일의 일이란 내일의 일로 미루어 둔 채로 오늘 이 순간을 즐기면서 살아가야 하겠다. 번뇌는 모두 욕심이 만들어낸 망상일 뿐이다. 코스모스 흠뻑 취하였다.<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김제시에서 촬영(07.9.23)


태그:#향,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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