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획-창살 없는 감옥, 보안관찰]

국가보안법, 형법, 군형법 반란죄 등으로 실형을 언도받은 뒤 재범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된 자들에게 내려지는 보안관찰처분. 1987년 폐지된 사회안전법의 하위 지침으로 1989년 대체 제정되어 지금에 이른다.

출소 후에도 자신의 사생활에 관한 일거수일투족을 경찰에 신고해야 하며, 검찰과 사법경찰에 의해 사찰과 감시를 받아야 하는 보안관찰대상자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보안관찰대상자들은 신체의 자유를 비롯해 거주이전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 인권 침해는 심각하나 잘 알려지지 않은 보안관찰. 보안관찰대상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들과 보안관찰의 문제점, 그 대안에 관해서 짚어본다.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세계인권선언 제18조)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구두, 서면 또는 인쇄, 예술의 형태 또는 스스로 선택하는 기타의 방법을 통하여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상을 추구하고 접수하며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 2항)


1948년의 세계인권선언, 1966년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등에서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양심과 사상, 종교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또 우리 헌법 제19조 역시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명시한다.

그러나 뚜렷한 법률상의 명시에도 우리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여전히 침해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보안관찰처분' 역시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대표적인 법 중 하나다.

보안관찰처분은 국가보안법, 형법, 군형법상의 일부 죄목에 대한 위법행위 등을 한 이들을 대상자로 하여 형벌집행 후 "보안관찰해당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이유가 있어 재범의 방지를 위한 관찰이 필요한 자"(법 제4조 1항)에 대하여 재범의 위험성을 예방하고, 건전한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보안관찰 처분을 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사회의 안녕을 유지함을 목적으로"(법 제1조) 하는 법이다.

이 보안관찰법에 따라 보안관찰해당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기 합계가 3년 이상이면 '보안관찰처분 대상자'가 되며, 보안관찰처분대상자 중 보안관찰처분이 내려지고 원시신고 등의 의무를 이행한 자가 '피보안관찰자'가 된다.

보안관찰처분은 법무부 소속의 '보안관찰처분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법무부 장관이 결정함으로써 부과된다. 보안관찰처분의 기간은 2년이며, 무제한으로 갱신할 수 있다. 또 보안관찰처분의 집행은 검사의 지휘 아래 사법경찰 관리한다.

보안관찰 처분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인적사항과 가족의 재산상황 등 각종 내용을 신고해야 하며, 3개월간의 주요활동 사항 등을 정기적으로 관할 경찰서장에거 신고해야 한다. 또 주거지를 이전하거나 10일 이상 주거지를 이탈할 때도 미리 신고를 해야 한다.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시위장소를 출입할 수도 없으며, 보안관찰대상자들 간의 회합이나 통신도 금지돼 있다.

보안관찰대상자에 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그러나 상당수 공안사범들이 현재 보안관찰대상자로 감시와 사찰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보안관찰처분을 받은 이들이 보안관찰 처분 취소소송을 하기도 했지만 많은 비용과 물리적인 시간의 문제, 또 승소 확률이 매우 낮은 것 등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학계와 인권운동 단체들은 보안관찰법 제정 초기부터 많은 비판을 제기해 왔다. 보안관찰처분의 '재범의 위험성'을 근거로 자유제한 처분을 내리는 것이 사생활과 양심,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였다. 게다가 이미 국가보안법 등으로 집행 받은 사람에게 또다시 보안관찰처분을 내린다는 것이 헌법의 '이중처벌 금지의 원칙(헌법 제13조1항)'에 위배한다는 것 등이었다. 그러나 보안관찰처분은 여전히 공고히 유지되고 있다.

▲ 보안관찰 처분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인적사항과 가족의 재산상황 등 각종 내용과 3개월간의 주요 활동 사항 등을 정기적으로 관할 경찰서장에거 신고해야 한다. 또 주거지를 이전하거 10일 이상 주거지를 이탈할 때도 미리 신고를 해야한다. 또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시위장소를 출입할 수도 없으며 보안관찰대상자들간의 회합이나 통신도 금지돼 있다.
ⓒ 김진아
보안관찰, 광범위한 인권 침해

"담당경찰이 일상생활 전 부분에서 아주 못살게 군다. 내 모든 것을 감시하고 간섭한다. 이렇게 말이 안 되는 일이 어디 있는가. 무엇보다 사생활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누군가 늘 감시하고 있다는 불안감과 거기서 오는 피해의식은 엄청나다.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의 폭력이 언제, 어디서 내게 가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교도소 담장 밖으로 내보내기만 했지 완전히 감옥살이다." (사례48 피보안관찰자, 1998년 보안관찰처분)

"출소한 지 3년이 넘었는데도 일상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장기적인 계획도 세우지 못할뿐더러 신경 쓰느라 그에 대한 스트레스는 말도 못한다. …이것은 국가보안법 감옥살이를 하고 나와서 보안관찰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사례37 보안관찰처분대상자, 신고의무불이행으로 2001년 체포되었다가 풀려남)

"처음 보안관찰처분결정 후 취소소송을 생각했으나 그 당시에는 그럴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보안관찰을 당했는데, 누군가 나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나의 일상에 대한 일지를 쓰며 창문에 붙어서서 나를 늘 지켜본다는 사실이 나를 감옥생활의 연장에 살게 했다. 보안관찰법의 규정대로 아무 일도 하지 않았어도, 누구를 만나는 것 자체로 구속될 수 있다는 것이 끔찍했다. 내가 거기에 묶여 있다는 심리적 압박이 너무나 컸다." (사례23 보안관찰처분취소자, 1999년 보안관찰처분 결정, 2001년 취소소송 2002년 승소)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와 함께 <보안관찰대상자 인권침해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피보안관찰자와 보안관철처분대상자 5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보안관찰대상자들은 모두 한결같이 보안관찰처분에 대한 인권 침해와 일상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보안관찰법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보안관찰의 절차와 처분, 갱신 등 전 과정에 걸쳐 보안관찰대상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법학자들 역시 보안관찰법상의 문제가 인권 침해 소지가 높다는 것을 밝히며 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보안관찰처분의 가장 큰 문제는 '재범의 위험성'에 관한 점이다. 이미 형기의 전부 혹은 일부를 마친 자에게 추측된 '재범의 위험성'의 근거가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조국 교수(서울대 법대)가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에서 "재범 위험성은 행위에 의해 구체화된 위험성이 아니라 추측된 위험성에 지나지 않는다"며 "보안관찰처분은 '행위의 반사회성'이 아니라 '내심의 반사회성'을 평가하여 부과되기 때문에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추측된 재범의 위험성을 근거로 내려지는 보안관찰처분은 명백하게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또 보안관찰처분에 부과되는 의무 사항들이 광범위하게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보안관찰법상의 신고의무는 헌법상 신체의 자유(헌법 제12조)를, 또 거주·이전의 자유(헌법 제12조)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3개월마다 한 번씩 회합·통신을 비롯해 재산 상황 등 모든 것을 보고 해야 하는 것은 프라이버시(헌법 제17조)를 침해한다. 또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헌법 제21조)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보안관찰대상자들이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처럼, 이사를 할 때마다 신고해야 하는 것을 비롯해 3개월마다 그간에 자신의 행적에 대해 낱낱이 밝혀야 하는 데 대한 스트레스와 끊임없이 감시를 받는다는 데 대한 정신적 압박감 또한 중대한 인권 침해의 근거가 되고 있다.

게다가 보안관찰처분에서 승소했다 하더라도 보안관찰처분대상자로 머물러 있어야 하며, 보안관찰처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구제방법이 없다는 점, 2년에 한 번 보안관찰처분의 갱신 근거가 모호하다는 점 등 각종 문제점을 안고 있는 실정이다.

보안관찰의 뿌리

각종 인권 침해의 요소를 담고 있는 보안관찰처분. 보안관찰처분의 뿌리는 일본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에 대항하는 좌파인사들을 잡아들일 목적으로 1931년 4월 총독부 지시 아래 각 도 경찰부가 작성한 '요시찰인취급내규시행세칙'이 바로 그것이다.

'상습적으로 도당을 만들어 집단적인 위력을 악용할 우려가 있는 자', '불온행위 또는 불온문서·도서를 밀매, 반포하려는 자' 등을 요시찰인물로 규정하고 있는 이 세칙은 1936년 '조선사상범보호관찰령'으로 시행된다. 이에 좌파, 우파를 막론하고 전향하지 않은 사람들은 사상범이라 하여 보호관찰의 대상이 됐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보안관찰처분의 뿌리다.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1975년 사회안전법이 제정, 사회안전법에 따라 전향을 거부한 좌익수는 만기한 형량 이후에도 수십 년 동안 '보호감호처분'을 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1988년 사회안전법은 폐지됐으나 이 법에 의해 가능했던 여러 보안처분 중 보호관찰처분은 없어지지 않았다.

이런 뿌리를 두고 있는 보안관찰처분이 지금까지 두고두고 이 땅에 살아남아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형기를 채우고 출소한 사상범에게 확인할 수 없는 범죄가능성으로 인신을 구속하고 자유를 제한하는 보안관찰처분. '보안관찰대상자 인권침해 실태 조사' 보고서는 이 보안관찰처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재범의 위험성이라는 추상적 근거의 명확성을 입증해야 하며 보안관찰대상자의 신고의무를 폐지하고 기간에 제한을 두어 보안관찰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보안관찰 처분이 법원의 판결을 통해 부과되도록 해 보안관찰처분에 대한 정당한 법집행 과정에서 피보안관찰자가 최소한의 의견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권을 침해하고 자유를 옭아매는 보안관찰처분의 폐지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이외에 법 개선이나 폐지의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시대가 변했고 사회의 민주주의도 한 단계 올라섰다고 말한다. 인권의 보편성과 가치에 대한 논의도 한층 많아졌다. 이제 더는 근거를 찾기 힘든 보안관찰처분에도 메스를 들 때가 되지 않았을까.

"자신의 양심과 사상에 대해 침묵할 수 있는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는 그 강도가 높든 낮든, 그 방식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간에 허용돼서는 안 된다. 좌파 사상범의 양심도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할 양심인 것이다." - 조국 교수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 중에서

시대는 장강같이, 악법은 거품같이
피보안관찰자 손준혁의 편지

▲ 손준혁씨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얼마 전 모 인사와 나눈 대화에서 임기 중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못해서 아쉽다며, 지금은 국가보안법이 실질적으로 적용되지 못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해 들었다. 자기 임기 중에 할 일을 못 하고 뒤늦게 후회하며 푸념하는 이야기를 듣자니 정말 아쉽다.

나는 김대중 정부 취임과 더불어 한총련 관련자로 수배생활을 시작했고, 4년 수배생활을 하다가 구속되어 1심에서 4년, 항소심에서 3년으로 선고를 받고 2년을 꽉 채워 징역 생활을 하던 중 노무현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사면, 석방되었다. 내 청년 시절 6년은 평범한 사회인의 생활이 될 수 없었다.

사면, 석방이 끝이 아니었다

출소하고 나서도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것이 있었는데, 그게 '보안관찰법, 보안관찰처분 대상자'라는 딱지였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사면으로 떠들썩하게 언론에 보도되면서 출소했으나, 출소한 사실에 대해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보안관철법 위반자가 되었고, 벌금 100만원을 받았다. 물론 담당 경찰관이라는 사람은 나를 찾아와 강압적인 자세로 위협을 하기도 했고 때로는 아주 저자세로 협조를 요청했다.

비록 보안관찰법 위반자가 되었으나, 나를 보안관찰법 위반자로 만들었던 첫 사건(한총련 관련 국가보안법)에 대해 또 한차례 사면을 받았고 복권 조치되었다. 그러나 사면복권과는 상관없이 검찰은 나를 보안관철처분 대상자에서 '보안관찰자'로 신분격상(?) 시켰다.

이때 나는 결혼도 한 상태였고, 민주노동당 당직자로 국회 본청 의정지원단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으며, 검찰이 이야기하는 안정적 수입도 보장되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 재범(?)의 가능성이 커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나는, 지금, 보안관철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사회적으로 공인받은 국회의원이 나에 대한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여, 신분상 문제(?) 없음을 확인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민주노동당 주요 국회의원, 당직자들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는 듯 보안관찰처분이 적합하다는 판결을 내렸고 나는 다시 상고했다.

나는 며칠 후 민주노동당 업무를 위해 곧 중국으로 출국할 계획이다. 바쁘게 여권 신청을 했다. 그러나 보안관찰법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내가 보안관찰처분자기 때문에 신원조회에서 판단이 계속 유보되고 있다. 신원 조회가 서울 경찰청에서 본청으로, 다시 국정원으로 의뢰되었다고 하고 계속 늦어지고 있다.

보안관찰법의 내용을 처음 듣는 사람은 누구나 이 법에 대해 이해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다. 처음 적용의 근거가 되었던 사건에 대해 사면 복권된 상태이고, 게다가 공당의 중앙당직자로 신분(?)이 확실하며 부모, 형제, 결혼한 배우자가 있는 사람을 근거도 없이 가상의 범죄자로 간주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한다.

나는 작년에 금강산에서 진행된 통일행사에 참가했다. 통일부의 승인을 받았고 문제가 되는 것은 없었다. 그런데 통일부의 승인을 받고 절차를 거쳐 금강산에 간 것이 보안관찰 처분의 근거가 될 줄은 몰랐다.

검찰은 '강원도 고성을 통해 방북하여… 접촉하고'를 보안관찰 처분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국가보안법 철폐, 북측에 자유민주주의를 강요하는 것은 올바른 남북 화해와 통일의 과정이 될 수 없다는 나의 주장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놀랍다. 이런 것들이 보안관찰 적용의 근거가 된다면 같이 공존하는 6·15 공동선언은 무엇인가? 실정법이 시대의 변화를 못 따라간다면 최소한의 적용이라도 유연해야 하지 않을까? 답답한 심정과 안타까움은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남는다.

시대의 흐름은 장강과 같이 도도하고 악법은 거품과 같다. 도도한 흐름이 거품을 없애듯 시대가 악법을 철폐하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현재 민주노동당 대외협력실 국장인 손준혁씨의 글이다. 1998년 한총련 의장을 지낸 손준혁 씨는 1심에서 4년, 항소심에서 3년 선고를 받고 수감하던 중 2003년 특별사면됐다. 그는 피보안관찰자로 현재 보안관찰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 손준혁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독교인터넷웹진 <에큐메니안>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