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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서울시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지난 4년 동안 서울시장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나 아쉬운 일이 있다면.
"떠날 때 뒤돌아보니까 거창한 일을 한 것보다는 조그마한 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 노숙자 일자리 만들기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이제까지 정부나 서울시가 해오던 복지 정책은 잠 잘 자리를 제공해주는 것뿐이었다. 그 사람들은 늘 만족하지 못했다. (정부 정책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서울시는 정책을 바꿔서 일자리를 줘보자고 했다.

그 때 우리가 뭘 내세웠냐 하면 1000만원만 예금하면 한 달에 5만원만 주면 살 수 있는 임대아파트를 주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약 300명 정도가 신청했다. 내가 현장에 가서 (노숙자로서) 일하는 사람을 보면 그 목표 때문에 일할 의욕을 굉장히 회복했다. 그들은 1000만원 모으면 흩어진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꾸준히 일자리를 보장하라, (노숙자들이) 일을 계속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 퇴임 후에 가회동 북촌마을에서 전세로 살기로 했다고 전해들었다. 집을 알아보고 있나.
"서울시에서 일하면서 시장직을 그만두면 강북에 살겠다는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

- 7·11 한나라당 전당대회 기간 동안 외국에 나가있겠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는데.
"7월 초에는 가족들도 좀 만나야겠고 고향에도 갔다 오는 등 평소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날 계획이다. 당분간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고향에 가서 어른들도 만나볼 것이다. 물론 외국에도 내가 필요한 곳에 만날 사람이 있거나 상담해야 될 일이 있다면 그에 맞춰 다녀올 수도 있다. 그러나 가급적 국내 체험을 많이 하려고 한다."

- 5·31 지방선거에서 예상보다 큰 차이로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이명박 시장의 서울시정 4년 성과도 한몫했다고 보나.
"전국적으로 나타난 현상과 비슷할 것이라고 본다. 결국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같은 결과로 한나라당이 지지를 받지 않았겠느냐. 그런 관점에서 서울시가 (그동안) 비교적 평가를 잘 받았으니까, (시정의) 연속성과 지속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시민들이) 가졌을 것이다."

- 여당의 참패 원인이 여러가지가 있을텐데,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무거운 책임이 있다고 보는가.
"공동의 책임이라고 본다. 정권 평가라는 것은 대통령의 업무 수행과 여당에 대한 평가를 종합적으로 한 것이라고 본다."

- 한나라당의 압승에 박근혜 대표의 피습 사건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한나라당이 상당한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점은 박 대표 피습 전에도 에상됐다. 물론 압도적 승리로 이어진 데에는 박 대표 피습 사건도 상당히 영향을 줬지 않겠느냐고 생각이다. 과학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미 승리하고 있는데 그런 사건까지 생기니까 불에 기름 부은 격이 됐다고 본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이번 선거 결과가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나.
"2002년에는 대통령 선거를 (지방선거 치른 뒤) 6개월 만에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보다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현 시점에 놓고 보면 국민들의 단순한 평가이기도 하지만, 정권 교체 희망도 담겨 있다고 본다. 그러나 (대선까지) 남은 기간 동안 한나라당이 수권정당으로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변화를 하느냐, 경제 살리기에서 얼마나 국민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 한나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 오세훈 당선자의 선대위원장이었던 윤여준 전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자칫 대선 때 한나라당에게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진단했는데.
"그렇게도 볼 수 있다. 사실 압승, 전승은 굉장한 부담이고 책임이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낮은 자세로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나라당이 잘해서 얻은 표가 아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대선에서) 위험하다. 윤여준 전 의원이 말한 것도 한나라당에 대한 경고성 발언 아닌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지난번 언론에 보도됐던, "이번 선거 결과는 반사이익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잘해서 이겼다"고 말한 것과는 반대되는 평가인데.
"그 언론 보도는 오보다. 기자회견을 한 것도 아니고 (기자들과 편하게 만난 자리에서) 서서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지나가다 다른 이야기를 잘못 들은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한나라당이 잘해서 (이번 지방선거에) 압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 (그런 생각을 하는) 한나라당 당원들도 없고, 국민들도 없다. 내가 볼 때도 오보다. 누가 보더라도 상식에 맞지 않지 않느냐. 보도에 의도성이 없었다면 (기자의) 큰 실수가 아닌가 생각한다."

- 오세훈 당선자가 최열 환경재단 대표를 서울시장당선자 공동 직무 인수위원장에 기용한 것에 대해 뉴라이트 전국연합 등 보수세력쪽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박하고 나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최열 대표를 인수위원장에 앉힌 오 당선자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오세훈 당선자는 평소에 환경운동을 했고 환경에 관심 많으니까. 나는 오 당선자가 환경쪽에 관심이 많으니까 NGO 출신을 (인수위원장에) 앉혔지 않겠느냐고 본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그걸 정치적으로 본 것 같다. 나도 최열씨랑 일했다. '환경21'이라고 해서 최열 대표, 박원순 변호사 등 여러 (NGO) 사람들과 같이 일했다. 저쪽(뉴라이트 전국연합)에서 너무 정치적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 오 당선자도 환경이라는 측면에서 (전문성을) 보고 인수위원장에 앉힌 것 아니겠느냐."

- 지난 8일 청계천에 국지성 호우가 내려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사건이 있었다. 이 때문에 청계천을 복원한 지 채 1년도 안 된 시점에 부실공사 논란이 일고 있다.
"그건 기술적으로 잘못 알고 하는 이야기다. 설계 때부터 홍수 때 급격히 수위가 올라가면 (청계천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의) 안전에 굉장히 위험한 요소가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래서 초기에 비가 조금만 와도 수문을 열게끔 만들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의 안전이라고 생각했다. 초기에 (하천을 복원하면) 서울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도시에도 물고기가 피해를 입는다. 물론 (빗물을 우수관에 가둬 두었다가 한꺼번에 청계천에 방류하면) 물고기는 살릴 수 있다. 그러나 그럴 경우 사람의 안전이 위험하다. 그 때에도 논란이 많이 됐다. 오염된 수질은 단 5분이면 끝나는데, 그 5분간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게 할 수 있나?"

지난 8일 오전 갑자기 내린 비로 청계천 우수관(빗물을 모아 흐르도록 한 관) 수문이 개방되면서 오염된 빗물이 청계천으로 흘러들어가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한 일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약 30분 동안 청계천 관수교~오간수교 일대에 강수량 6.5㎜의 비가 내렸다. 이에 10여 개의 우수관 수문이 열리며 모여있던 빗물이 청계천으로 유입됐다. 빗물에 섞여 있던 오염물질로 인해 청계천에 있던 물고기 수백마리가 죽은 것이다. 만약 우수관 수로가 제 때 열리지 않는다면 모여진 빗물이 도로로 역류돼 또다른 문제를 낳는다.

- 청계천 설계 당시 그와 같은 문제점을 알았다면, '안전'과 '수질'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나.
"그건 어렵다. 그래서 제일로 한 것이 안전이었다. 이런 방법은 있을 것이다. 청계천 주변 도로를 평소에 깨끗이 정비하는 것이다. 비가 내리면 도로의 더러운 오염물질이 일시에 들어와서 생기는 문제다. 공사 자체의 문제가 아니고..."

- 서울시장을 하는 동안 도시개발공사가 상암동에 분양한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한 적이 있다. 당시 원가는 분양가의 60%였다. 지난 92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아파트 반값'을 대통령 후보 공약으로 내걸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파트에 거품이 있다는 방증인데, 어느 정도 거품이 있다고 보는가.
"(아파트 등 집값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게 토지 값이다. 토지가 굉장히 비싸게 공급된다. 예를 들면 타워팰리스는 토지 값이 평당 4000만~5000만원 정도 된다. 토지 값을 맞추기 위해서는 아파트를 굉장히 고급화해서 부자들이 들어오게 해 수지를 맞출 수밖에 없다. 정부 소유의 토지는 토지개발공사가 개발하는데, 토지개발공사가 수지 개념이 아니라 그냥 원가 개념으로 토지를 공급한다고 하면 아파트 원가가 떨어질 것이다.

소유욕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 아파트가 투자 대상이 아니라 거주 대상으로 만들어나가는 정책이 필요하다. 소유가 아닌 거주 목적으로 하는 임대 아파트에 대한 세제나 여러가지 혜택을 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강남 등은 원가 개념 없이 비싼 것이다. 강남이란 브랜드가 있고, 호환성이 있다. 강남은 이미 상품 가치가 돼버렸다. 정부 부동산 정책은 강남을 세금으로만 다스리려고 하니까 부동산 투기를 오히려 조장하게 된다.

강북을 개발해서 강남을 억제해야 한다. 정부는 3년 전에 (강북을) 교육도 강남처럼 만들어주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실천을 안하고 있다. 강남만한 똑같은 (아파트) 물량이 강북에 있다면 굳이 비싼 강남에 갈 필요 없다. 그러면 (강남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 아니냐. (정부가) 조세 하나에만 매달리면 서민에게 큰 부담이 된다. 부자에게 세금 500만원이 더 부과되는 것보다 없는 사람에게 세금 10만원 부담주는 게 (서민들에게는) 더 힘들다고 본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태그:#이명박, #서울시장, #한나라당, #대선후보,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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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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