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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수도이전법 위헌결정으로 전국이 술렁거릴 때, 영국에서는 4년 동안 사인 규명이 되고 있지 않은 한 한국인 유학생의 시신이 강제로 매장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4년여 동안 영국 켄트주에 위치한 켄트 앤드 캔터베리 병원 냉동실에 잠들어 있는 고 이경운군(사망당시 17세, 영국 켄트대학 1학년 재학, 한국 국적, 스페인 출생). 사건 담당 경찰측은 이 군이 버스에 의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군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증거와 관련 자료의 신빙성은 지극히 떨어진다.

문서상 기재된 사망일자가 두 가지이며, 경찰이 지적한 사고장소가 나중에 수정된다. 사고 차량은 제조일자보다 등록일자가 빠른 것이어서 '유령 차량'에 가깝다. 시신이 병원 영안실에서 장의사로 다시 장의사에서 영안실로 숨바꼭질하듯 옮겨 다니고 유가족이 시신을 확인한 것은 사고 발생 10개월이 지난 후였다.

▲ 이경운 군 생전 모습(대학 입학전 런던 관광 중)
ⓒ 이경운참진회

사망 후 3년 정도가 지난 뒤 유가족은 켄트 경찰로부터 전달된 이 군의 시신 사진 6장 모두 합성 및 조작됐다는 감정 결과를 확보하기에 이른다. 이로써 병원과 경찰 당국을 상대로 한 한층 강력한 증거를 확보하게 된다.

<사건 이해와 유가족 후원을 위한 참고 자료처>

이경운군유가족홈페이지 www.leekyungwoon.com
딴지일보관광청 www.nomad21.com
주영한국대사관홈페이지 www.mofat.go.kr/unitedkingdom
수많은 의혹이 넘쳐 나지만 사인 규명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시신 부검이다. 유가족측은 이 군의 거주지였던 스페인, 국적지인 한국에서 각각 1인의 부검의를 초빙해 객관적인 2차 부검을 진행할 절차를 밟아 나가며 사건 해결에 한 발짝 다가서기 시작했다(병원측은 사망 후 부검을 실시했다고 주장했으나 부검 결과에 대한 '정확한'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았기에 유가족은 2차 부검을 요구했다. 2차 부검 실시 이전 유가족의 입회가 거부되는 비상식적 상황이 발생해 부검은 연기됐다).

이 무렵, 이 사건이 국내 인터넷매체 <딴지일보>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올 여름부터 전세계 동포의 따뜻한 후원이 이어지며 유가족은 여느 때보다 큰 힘을 얻기 시작했다. 아울러 이번 국감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해 외통부에 문제제기가 되면서 정부적 차원의 공감대 마련과 지원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상황이 펼쳐지는 가운데, 이 군의 시신이 냉동 보관돼 있는 영국 켄트 앤드 캔터베리 병원측은 유가족을 순식간에 암흑으로 몰아넣는 상황이 발생했다. '10월 25일까지 시신 부검 일자를 확정 짓거나 유가족이 시신을 인도하지 않으면 이후 임의 매장을 강행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협박성 공문이 보름의 시한도 남겨 두지 않고 유가족 변호사측에 날아 온 것이다.

현재 영국에 거주중인 고인의 부친 이영호씨는 "시신 강제 매장 협박을 이전에도 수 차례 겪어 왔지만 이번 경우처럼 날짜를 규정하고 유가족측 변호사를 통해 정식 공문으로 전달하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다급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전했다.

뿐만 아니라 날짜 통지 이전부터 거의 매일 유가족과 변호사측에 강제 매장 의사를 밝히는 협박성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씨는 또 다시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 측근 인사가 덧붙였다.

전에 없던 심각한 사태에 직면한 유가족이 궁극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곳은 바로 한국 대사관이다. 한국 국적인 이경운군의 시신 매장을 위해서는 주영한국대사관측에 사전에 통보해야만 한다는 걸 고려할 때, 결국 시신 강제매장 위협을 저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주영한국대사관이 갖고 있다는 게 주위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과거에도 시신 매장 통보가 주영한국대사관측에 전달된 적이 있으며 대사관이 유가족의 뜻을 전달해 무사히 넘긴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날짜를 못박아 놓고 유가족과 변호사에게 직접 압력을 행사하며 극도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유가족은 이에 지난 10월 19일 주영한국대사관측에 긴급히 협조를 요청하는 정식 문서를 작성해 발송했다. 협조 요청문을 통해 유가족은 “부검을 정식으로 실시하였다면 분명한 부검증거(시신 사진, 부검 사진, 녹음, 엑스레이, 독극물 검사서, 사인심의회 개최, 연기서 등)를 떳떳하게 공개적으로 제시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만 4년이 된 이 시점에 이르기까지 이행하지 않고 정당한 사유 없이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족측은 이어 “시신을 강제로 임의매장하는 비인간적인 기만행위를 적극 시도하고 있는 관련 당국의 행위는 반드시 저지되어야 된다”며 강력한 어조로 도움을 호소했다.

▲ 10월 25일 서울 주한영국대사관앞 촛불시위 모습
ⓒ 딴지일보
한편 지난 22일 <딴지일보> 관광청을 통해 이와 같은 상황이 속보로 전해지자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24일 서울 태평로 소재 주한영국대사관 앞에서는 한 시민의 1인시위을 벌였으며, 또 25일에는 10여 명의 시민이 동참해 유인물과 피켓을 통해 사건을 알리며 촛불시위를 벌였다. (* 하단 박스기사 참고).

또 주영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는 이경운군 시신 매장에 반대하며 대사관측의 적극 협조를 요청하는 게시물이 순식간에 3백여 건이 올랐다. 한 네티즌은 “내 몸도 같이 묻어 달라”며 영국 병원측의 처사를 강력히 비난했다.

▲ 제 아들이 부디 편히 쉴 수 있기를... 런던 근교 한 성당에서 기도하고 있는 고인의 부친 이영호씨.
ⓒ 이경운참진회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가득한 이군의 사망 사건. 유가족의 동의없는 시신 처리는 어디서도 일어날 수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병원 당국은 25일 이후 임의로 강제매장을 선언했다.

부친 이영호씨는 26일(현지시간) 현재까지 대사관이나 병원으로부터 시신 매장 통보는 받지 못했다며 "세상이 두 쪽 나도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유가족의 소원은 단 한 가지, 경운군이 편히 잠드는 것 뿐이다.

영국 한인 유학생 이경운 군 사망 사건 요약 정리

▲ 유가족의 사건 진상 규명 시위 모습
ⓒ이경운참진회
본 사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어지는 자세한 사건 설명 기사가 첨부될 예정이나 이에 앞서 본 사건의 개요와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간략히 정리해 본다.

<영국 경찰측의 보고 내용 요약>
2000년 9월 29일 오후 3시 34분 경 영국 캔터베리시 세인트 조지(St. George)거리를 걷던 중 차도로 진입한 이경운(켄트 대학 1년 재학중)군은 시속 15-20마일 정도로 서행하던 통학버스에 역과되며(run over : 몸을 완전히 치고 지나감) 현장에서 즉사했다.

<의문 가득한 초기 상황>
사망 소식 통보 – 사망 후 3일이 지난 후 가족(스페인 거주)에 통보됐다. 이 군의 신원은 사망 후 2시간여 만에 확인됐다고 한다.

사망 일자 – 사망 일자가 9월 29일, 30일 두 가지로 기록돼 있다.

사망 장소 – 영국 경찰측은 사망 장소를 번복 했다. 게다가 교통사고 흔적은 전혀 없었다.

사고 차량 – 사고 차량으로 알려진 통학 버스는 제조 일자보다 등록일자가 앞서는 불가해한 유령 차량에 가깝다.

장의사에서 다시 영안실로 돌아온 시신 – 유가족의 동의 없이 영안실에서 장의사로 시신이 옮겨졌으며 이후 유가족의 강력한 대응으로 시신은 다시 영안실로 돌아온다.

사망 10개월 후 공개된 시신 – 사망후 이 군의 얼굴만 확인할 수 있었을 뿐 시신 전신 확인은 이후 10개월 후에 이루어 진다. 현재 고인의 부친 이영호씨를 제외한 모친과 동생은 아직도 시신을 확인하지 못했다.

사인 규명회 및 부검 – 사망 4개월 후 열린 사인 규명회 당시 부검의가 자리를 피해 사라졌다. 유가족측에 정확한 부검 소견서(X-레이, 독극물 검사등 각종 과학적 근거가 합당하게 제시된)가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부검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하지 않다.

<최근의 결정적 단서>
경찰측이 전달한 시신 사진 – 유가족은 지난 2004년 3월 사건 담당 경찰측으로부터 이 군의 시신 부검 사진 6장을 전달 받는다. 그러나 이 모두 합성 및 조작됐다는 감정서를 보유하고 있다. / 박성진

시신 강제 매장 위기에 처한 영국 유학생 고 이경운군 의문사 사건

▲ 촛불시위에 참가한 시민
ⓒ딴지일보
지난 2000년 9월 말 발생 이후 끝없는 의혹 속에 빠져 있는 영국 켄터베리의 이경운군 사망 사건이 4주기가 되어가는 데도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채 망자의 시신이 강제 매장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이미 방송과 언론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보도된 바와 같이, 이 사건은 초기부터 불거져 나온 사망 날짜와 장소의 불명확성 등 다양한 비논리적 정황과 부검 등을 둘러싼 의학적 사인의 의혹, 영국 경찰과 병원 측의 석연찮은 태도, 특히 별다른 설명도 없이 열 달간이나 시신을 유가족에게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이해할 수 없는 행태 등으로 인해 ‘단순 교통 사고’ 라는 영국 경찰의 사건 종결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의문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이에 아버지 이영호씨는 생업도 접은 채 4년간 영국에 홀로 거주하며 사건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많은 어려움을 겪는 중입니다(자세한 내용은 tour.ddanzi.com 에서 ‘파토의 유럽이야기’ 코너의 지난 기사 메뉴에서 3회에 걸친 연재물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사건의 직접적인 사인과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는 경운 군의 시신 사진 (6장)이 모두 조작, 합성 되었음이 법의학 사진감정 전문가에 의해 확인되는 등 괄목할만한 진전이 있었으며, 이에 힘입어 지금까지 많은 문제가 있었던 영국 의사들 대신 한국 등의 부검의를 초빙해 사인과 사건의 의혹을 밝혀내기 위한 준비 중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을 확인한 켄트 병원 당국은 갑자기 25일 월요일(오늘)까지 부검 일자를 확정 짓던가 시신을 치우지 않으면 냉동중인 시신을 강제로 임의 매장하겠다고 유가족을 몰아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단 매장되게 되면 부검에 의한 사인 규명 등이 무척 어려워지고 사건이 아예 미궁으로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주권국가로서 자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최대한 적극적으로 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정부와 재외 공관이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입니다. 우리는 주영 한국 대사관과 외교통상부가 이 문제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촉구함과 동시에, 한국에 주재하고 있는 영국 대사관이 자국 영토 내에서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인도적, 외교적 차원에서 해결의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간곡하고도 강력히 촉구합니다.

이경운군을 생각하는 시민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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