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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호 동구청장
ⓒ 심규상
박병호 대전 동구청장이 '대전 산내학살 희생자 위령제' 불참 사유에 대해 "구청 공무원들이 하나같이 참석을 만류했기 때문"이라고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박 구청장은 6일 밤 <오마이뉴스>와의 통화를 통해 "꼭 참석하려고 했는데 구청 실-국장 등 공무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정부 차원의 사실확인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위령제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참석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구청장은 "위령제가 열린 4일 오전에도 대화동에서 열린 '동구 축구연합회' 행사에 참석한 후 늦게나마 위령제에 참석하려 했다"며 "하지만 축구연합회 행사장에서 동구의회 최주용 의장도 '참석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만류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선병렬(동구) 국회의원도 이날 박 구청장과 함께 축구연합회 행사에 참석했지만 조금 늦게 대전역 위령제에 참석했었다.

구청 공무원들과 구 의회 의장이 참석을 만류했다는 박 구청장의 이같은 언급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산내 희생자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 이창수 특별법쟁취위원장(41)은
"단체장이 특별한 이유없이 위령제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지역민들과 직접 관련된 문제를 이념적 문제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다른 지역 자치단체의 경우 위령비 지원은 물론 진상조사 및 정부측에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령제 행사를 주관한 대전참여자치연대 금홍섭 국장(37)은 "산내 희생자 문제의 흐름과 경과를 잘 알고 있는 구청 공무원들이 신임 청장의 위령제 참여를 만류한 행태에 어이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금 국장은 이어 "학살터에 건축허가를 내줘 유가족의 가슴에 못을 박은 것도 동구청"이라며 "민간인 학살문제에 대한 동구청의 반복적인 무소신과 딴지걸기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주무부서 관계자 "만류한 적 없다"
동구의회 의장 "잘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했을 뿐"


하지만 주무부서 관계자들은 박 구청장의 언급을 적극 부인하고 있다. 주무부서인 동구청 도시국 담당 국장은 "청장님께서 참석 여부에 대한 의견을 구한 적도 없고 이에 대해 언급한 적도 없다"며 "(위령제 참석 여부는) 청장님께서 판단할 문제지 참모들이 가라 마라 할 사안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최주용 동구의회 의장도 "축구협회 행사장에서 박 청장께서 '위령제에 참석하려 하는데 실국장이 만류한다'고 하더라"며 "얘기를 듣고 '논란이 많으니 잘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했을 뿐 참석하지 말라고 만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 지난 4일 대전역 광장에서 열린 제 5차 산내 희생자 위령제
ⓒ 심규상
따라서 위령제 참석 만류여부와 함께 참석을 만류한 해당 공무원이 누구인지 등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6.5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신임 박 구청장은 지난 달 16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급한 다른 일정이 없는 한 (위령제에) 꼭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위령제를 주최한 해당 단체에도 참여 의사를 시사했었다. 그러나 박 구청장은 지난 4일 열린 행사장에 사전 연락 없이 불참했다.

이 때문에 이날 위령제 행사장에서는 "관할 자치단체장이 참석한다기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아무런 연락 없이 참석하지 않을 수 있느냐" "공직에 계신 분이 유가족들과의 약속을 이렇게 쉽게 저버려도 되는 것이냐"는 등 성토가 끊이지 않았다.

한편 <부산일보>는 지난 6일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찾아낸 미군 제25 CIC 분견대의 1950년 11월 2일자 활동보고서에 "'50년 7월 1일 한국 정부의 지시로 경찰이 대전과 그 인접지역에서 민간인을 집단 살해했다. 과거 공산주의 활동을 했다는 이유였다'고 나타나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7월 1일자로 대전형무소 수감자 살해를 지시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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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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