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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파문 해법을 놓고 정치권이 논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주도로 북한에 송금한 금액은 총5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55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새로 밝혀졌다.

그리고 이 돈은 현대가 '대북 7대사업 30년개발 대가금' 명목으로 모두 정상회담 이전에 북한에 지불한 것으로, 지난 1월29일 <오마이뉴스>의 단독보도로 처음 공개된, 현대상선이 북한에 송금한 2억 달러(2235억원)는 이 5억 달러의 중도금 성격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지원 장관(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00년 3월17일 중국 상하이에서 있었던 북한측과 현대간의 '5억불 계약' 자리에 '대통령 특사'의 자격으로 동석해 두 당사자간의 계약을 '보증'해준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박 장관이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적어도 한두 차례 비밀방북한 사실도 새로 밝혔다. 국정원 전현직 고위 간부들과 여권 고위관계자는 2월 9일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이러한 사실들을 밝혔다.

▲ 2000년 4월 8일 중국에서 만나 '4.8정상회담 합의서'에 서명을 하고 악수를 나누는 당시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과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오마이뉴스>의 '2235억원 대북송금' 보도 이후 일부 언론에서 추가 송금사실을 추정보도한 적은 있지만 고위관계자의 증언을 통해 구체적인 송금액수와 송금 주체, 그리고 경로 등이 밝혀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월23일 기자에게 대북송금의 단서를 처음 귀띔해준, 청와대 소식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2000년 6월15일 정상회담 이전 현대는 △현대건설 1억5000만 달러 △현대상선 2억5000만 달러 △현대전자 1억 달러 등 총 5억 달러를 이른바 '대북 7대사업 30년 개발 대가금' 명목으로 송금했다.

또 국가정보원의 전현직 고위 관계자와 여권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대북송금 과정에서 당시 임동원 국가정보원장(현 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과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현 대통령비서실장)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 당시 임동원 원장은 직원들을 시켜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당좌대월 2235억원에 대해 이서(裏書)·배서(背書) 등의 방법으로 외환송금 편의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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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보도> "현대상선, 북한에 2240억원 송금-정상회담 전 국정원이 편의 제공"

또 당시 박지원 장관은 현대아산과 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김용순 위원장·이하 아태)를 대표한 정몽헌 회장과 송호경 '아태' 부위원장이 2000년 3월17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발대가금 규모를 5억 달러로 합의한 자리에 '대통령특사'의 자격으로 동석해 두 당사자간의 계약을 '보증'(담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남측 민간기업인 '갑'(현대아산)과 북측 임의단체인 '을'(아태) 사이의 쌍무계약을 남측 정부 장관이 보증함으로써 사실상 국가(정부)간 계약이행 효과를 노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박 장관이 정상회담 전에 적어도 한두 차례 비밀방북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었다. 그 동안 2000년 5월 당시 임동원 국정원장이 대통령 특사의 자격으로 비밀 방북한 사실은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지만, 박지원 장관의 비밀 방북 사실이 보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 장관은 당시 대통령특사의 자격으로 2000년 3월∼4월 상하이, 베이징 등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인 송호경 아태 부위원장을 만나 2000년 4월8일 베이징회담에서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최종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박지원 장관이 왜 현대-아태 계약자리에 동석했는지 △대북 송금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을 규명하면 5억 달러의 성격 또한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5억 달러 대북 송금 어떻게 이뤄졌나

송금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파악된다. <내일신문>이 최근 보도한 것과 여권 고위관계자가 기자에게 확인해준 것은, 5억 달러라는 총액은 일치하지만 현대그룹 계열사별 분담 액수와 구체적인 송금경로는 다르다.

5억 달러 대북송금 경로

* 현대건설 마카오지사 → HSBC은행 → 북한 계좌(1억5000만 달러)

* 현대상선 → 외환은행 본점 → 홍콩지점 →북한 계좌(2억 달러)

* 현대전자 런던지사 → 싱가포르 → 북한 계좌(1억5000만 달러)
우선 <내일신문>이 2월7일자에서 인용한 한 경제계 원로에 따르면 "현대상선 2억5천만 달러, 현대건설 1억5천만 달러 등 총 4억 달러가 정상회담에 앞서 지급됐고 나머지 1억 달러가 그해 6월12일 싱가포르의 북한 계좌로 입금됐다는 말을 정주영 명예회장으로부터 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경제계 원로가 밝힌 1억 달러는 현대전자 반도체 공장 매각자금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전 국정원 고위관계자는 "현대건설 1억5000만 달러, 현대상선 2억 달러, 현대전자 영국 반도체공장 매각자금 1억5000만 달러 등 총 5억원이 여러 경로를 통해 최종적으로 북한 계좌에 송금되었다"고 지적했다. <내일신문> 보도에 비해 현대상선은 5천만달러가 줄었고, 현대전자는 5천만달러가 늘었다.

이 전 국정원 관계자는 송금경로를 구체적으로 밝혀 주목된다. 이 관계자는 "△현대건설 1억5000만 달러는 현대건설 마카오지사를 통해 런던에 본사를 둔 HSBC은행을 거쳐 북한측 계좌로 송금되었으며 △현대상선 2억 달러는 국정원의 '송금편의' 지원으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홍콩지점을 통해 북한측 계좌로 송금되었으며 △현대전자 매각대금 1억5000만 달러는 런던에서 싱가포르를 거쳐 송금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월29일 현대상선이 국정원의 '편의제공'으로 2억 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사실을 보도했을 때 이미 이같은 정황을 국정원과 여권의 고위관계자로부터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송금을 주도한 핵심 3인으로 간주된 정몽헌 회장, 임동원 전 국정원장, 박지원 비서실장 중 박실장에게 직접 사실확인을 문의했으나 박실장은 끝내 사실확인에 응해주지 않았다.

따라서 박실장의 '개입' 부분에 대해서는 보도를 미룬 채 현대상선이 1월28일 감사원에 증빙 자료를 제출한 2240억원(실제로는 2235억원)건에 대해서만 1월29일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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