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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 3월 31일자로 게재한 서강훈 기자의 주장글 '오마이뉴스 특정인사 편들기 안된다' 기사에 대한 반론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오마이뉴스의 대선 보도 경향과 관련하여 더욱 더 진일보한 논쟁을 이끌기 위해, 서강훈 기자에게 주어졌던 것과 같이 고태진 기사의 글 또한 동일한 비중을 가진 기사로 동일한 위치에 게재합니다. 고태진 기자는 서강훈 기자와 마찬가지로 오마이뉴스 기자회원입니다. - 편집자 주

서강훈 기자가 쓴 '오마이뉴스 특정 인사 편들기 안된다'라는 기사를 보고 다른 의견을 피력해보고자 한다.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자면 현재 오마이뉴스가 경선 관련 기사에서 노무현 후보를 편드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하지만 그 현상을 '편들기' 혹은 '객관성의 결여'로 보기에는 여러 가지로 무리가 뒤따른다.

첫째로 언론에 있어서 객관성이라는 잣대가
획일적인 기사량 분배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객관성이라는 잣대는 독자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독자들이 더 많이 알고 싶어 하는 사안은 더 많은 취재와 기사로 독자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생방송을 방불케했던 이인제 후보의 후보직 사퇴요구를 둘러싼 오마이뉴스의 이틀간의 집중적인 보도는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기에 손색이 없는 보도인 것이다. 이틀간 탑 뉴스로 이인제 후보의 동정을 보도한 것이 이 후보에 대한 편들기로 해석한 독자는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예상 밖의 '노풍'으로 일약 최고의 뉴스메이커로 부상한 노무현 후보에 대한 기사가 정치면의 주종을 이루는 것을 편파적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노 후보가 인터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조선일보에서조차 정치면에서는 온통 노 후보에 대한 기사가 넘쳐나는 것을 감안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이 후보나 한나라당의 입을 빌려 '좌파 필패', '盧 말바꾸기 너무 심하다'라는 식으로 독자들에게 노 후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왜곡을 주종으로 삼는 '조선일보식 편파보도'이다.

요컨대 기사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기사가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왜곡된 정보를 전하고 있는지, 또 그로 인하여 독자들을 그릇된 판단으로 오도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질적 객관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사가 객관적이지 못하고 편파적이라면 그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지적이 반론을 통해 제시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 오마이뉴스도 없는 기사를 만들어낼 수는 없는 것이다.

아마 서 기자가 지적하는 편파성은 주로 '노무현 후보를 편드는 듯한' 기자회원들의 기사들에서 기인한 바가 클 것이다. 그렇다면 '이인제 후보를 편드는 듯한' 기자회원들의 기사는 왜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일까? 편집부에서 차별하기 때문인가? 생나무기사에서조차 그런 류의 기사를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은 이인제 후보를 편드는, 즉 노무현 후보를 비판하는 기사가 여론화되기가 힘들다는 반증이 아닐까?

기사로서의 최소한의 구성요건만을 갖추었더라도 노무현 후보를 비판한다든지, 이인제 후보를 편든다든지 하는 기사가 번번히 정식기사로 채택이 되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오마이뉴스의 편파성을 문제삼을 일이다. 하지만 오마이뉴스로서도 없는 '이인제 편들기' 기사를 만들어낼수는 없는 일이다. 서 기자의 편들기 논란 제기도 큰 틀에서의 합리성, 논리성을 따져 보아야지 기사의 양적 측면의 획일적 객관성을 따져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 왜곡이나 과장이 아니라면
'편들기'와 '편파성'도 오히려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길이라면 때로는 과감하게 언론이 나서서 편들기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것이 올바른 방향을 위한 편들기냐, 그릇된 방향으로의 편들기냐를 잘 따져보아야 하는 것이 또한 독자의 의무이다. 예컨대, 국회의원의 친일파 명단 발표를 그 발표의 의의보다 선정 절차의 일부를 꼬투리 삼아 친일파를 편드는 것과, 국민경선과정에서 구시대적 색깔론을 부추기는 이인제 후보를 비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노무현 후보를 편드는 것은 엄격히 구분이 되어야 할 편들기인 것이다.

조선일보와 같은 수구 신문이 비판받는 것은 이른바 '편들기'가 왜곡과 과장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발언 내용 왜곡하여 부풀리기'의 치졸한 여러 사례들이 그 비판의 대상이 되어온 것이다. 그런 면에서 기사, 사진, 동영상의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으로 있는 그대로를 다 보여주는 오마이뉴스의 특성을 고려할 때 특정한 사안에 대한 일부 기자회원의 주장이 기사화되는 것을 오마이뉴스의 편파성으로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여론 수렴이라고 보아야 한다.

나 자신 이인제 후보를 비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노무현 후보를 편드는 기사를 몇 개 올린 적이 있다. 하지만 기껏 독자 의견에 수준 낮은 시비 걸기 외에 정식으로 기사의 형식을 통한 반론을 접한 일이 없다. 내가 진정 '노무현 편들기'를 하고 있다면 이인제를 편들고 싶은 사람은 기사를 통해 마음껏 '이인제 편들기'를 해주길 진심으로 원한다. 그것이 올바른 토론문화, 더 나아가 올바른 정치문화를 만드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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