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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취재는 오마이뉴스와 제휴를 맺고 있는 <제주타임스>와 공동으로 한 것입니다. <제주타임스>는 매주 한 면에 걸쳐 <오마이뉴스판>을 발행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취재/ 제주=이병한 기자 · <제주타임스> 서울=이한기 기자
사진/ 제주=권우성 기자


▲ 9일 제주 경선을 마치고 10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울산 경선을 위해 정동영 후보 부부, 한화갑 후보 부부, 김근태 후보(앞 좌석부터)가 부산행 비행기에 함께 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8신: 밤 8시30분>
한화갑·정동영·김근태, 같은 비행기 타고 2차 격전지 울산으로


제주에서 경선 첫 일정을 마친 후보와 관계자들은 다시 제2의 격전지인 울산으로 서둘러 향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 후보들은 제주발 부산행 비행기를 이용했다.

9일 밤 8시30분 제주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KE-1018기(270인승) 비행기에 탑승한 본사 이병한 기자는 기내 분위기를 두고 "후보, 보좌진, 기자들로 붐비는 비행기 안이 흡사 몇 시간 전 제주 한라체육관의 상황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비행기에는 제주에서 1위를 한 한화갑 후보, '제주 태풍론'을 들고 나왔던 정동영 후보, 그리고 이번 경선에서 최하위 득표를 한 김근태 후보가 각각 부인, 보좌진들과 함께 탑승했다. 물론 사전 상의한 것이 아닌 완전한 우연이다.

이들은 기내 비지니스석(1등석)에 자리를 잡았는데 앞에서부터 정동영 후보 부부, 한화갑 후보 부부, 김근태 후보(김 후보의 부인은 이코노미석에 보좌관들과 같이 동승) 순이다. 기내에는 이밖에도 정대화 상지대 교수 등 시민옴부즈만 관계자를 비롯해 수십 명의 취재기자들이 탑승하고 있다.

이 비행기는 밤 9시25분경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한다. 이들은 도착지인 부산에서 교통편을 이용, 오늘(9일) 밤 2차 경선지인 울산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7신 대체: 오후 8시> 기대되는 주말 정치드라마 2, 3편

▲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는 한화갑 고문. ⓒ 오마이뉴스 권우성

조직이 바람을 이겼다.

올 들어 형성된 서울발 바람은 5년 간 다져진 제주의 한화갑 조직을 꺾지 못했다. 예상을 뒤엎고 한화갑 후보가 175표(26.1%)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그는 5년째 민주당 제주도지부 후원회장을 하면서 제주조직을 관리해왔다. 그의 전법은 '조직을 기반으로 한 허허실실'이었다. 그가 연단에서 최후연설을 할 때에도 그는 이인제, 노무현 후보가 받았던 박수의 절반도 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막상 표를 까보았을 때 조용한 조직의 힘은 발휘됐다.

1위 한갑? 2위 이인?

한'회'갑? 이인'재'? 민주당 홈페이지와 국민경선 공식 홈페이지에 제주경선 후보별 순위 발표 배너에 후보 이름 오자가 발생했다. ⓒ 민주당 국민경선 홈페이지

처음 실시하는 국민경선으로 인해 마음이 바쁜 건 단지 후보뿐만이 아니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사이버팀도 몸만큼이나 마음이 바쁘다. 그래서 발생한 '중대한' 실수가 있었으니. 한'회'갑과 이인'재'?

민주당 홈페이지와 민주당에서 운영하는 국민경선 공식 홈페이지에는 제주경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1위부터 7위까지 각 후보자별 득표 순위 배너가 걸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 2위를 차지한 한화갑 후보와 이인제 후보의 이름에 오자가 발생했다.

애초 언론의 예상을 깨고 1위를 차지한 한화갑 후보야 웃고 만다지만, '이인제 대세론'이 꺾였다는 이인제 후보는 울고 싶은데 빰 맞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밤 11시30분 현재 민주당은 한화갑, 이인제 후보의 이름을 바로 잡았다.)

한편, 민주당 홈페이지는 이날 경선과정을 동영상으로 생중계했다. 네티즌들의 큰 관심으로 후보들이 연설할 때부터 동시 접속자가 1500명에 달했으며 개표 발표 직전에는 너무 많은 접속으로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 이한기 기자
구 동교동계를 업고 대세론으로 밀고 나오던 이인제 후보는 한 후보와 3표 차인 172표(25.6%)를 얻어 2위에 머물렀다. 막판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보도됐던 노무현 후보는 125표(18.6%)로 3위를 차지했다.

한화갑 후보는 승리를 확인한 후 "오늘의 결과는 기적이 아니"라면서 "(이인제) 대세론이니 (이인제-노무현)양강구도이니 하면서 난리법썩을 떨었던 것이 다 거품이었음이 드러났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이 거품인지 아닌지, 한화갑의 제주 승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주말 정치드라마 2, 3편을 지켜봐야 한다.

내일(10일, 일요일)의 울산과 일주일 후의 광주(16일, 토요일)는 다소 다른 결과를 예측하는 이들도 있다. 어쨌든 오늘로써 이인제 대세론은 일단 제동이 걸렸고 이인제-노무현-한화갑 3강 사이에 기선제압 싸움이 한층 더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늘의 결과는 개혁후보연대론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정동영-김근태 3자 연대를 주장해온 신기남, 천정배, 임종석 의원 등이 오늘의 결과를 연대론의 근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16표밖에 얻지 못한 김근태 후보는 심각한 선택의 기로에 직면하게 됐으며 최후 연설에서 "과격한 이미지의 노무현은 안된다"고 노무현 공격 작전으로 나선 정동영도 부담감을 갖게 됐다.

'제주도 태풍론'을 들고 나온 정동영 후보는 110표(16.4%)로 4위를 차지했고, '정치자금 고해성사'를 하면서까지 최선을 다했던 김근태 후보는 16표(2.4%)를 얻어 7위(맨 마지막)를 했다.

[관련기사] 각계인사들의 긴급분석…"조직선거 영향" "'IJ대세론' 빗나가"

한편 김중권 후보는 55표(8.2%)로 5위, 유종근 후보는 18표(2.7%)로 6위를 차지했다. 총 선거인단 792명 가운데 유효 투표는 671표였고, 불참이 117명, 기권이 4명이었다.

한화갑 "대세론이니 양강구도니 난리법석한 것은 거품"

한화갑 후보의 1위는 의외였다. 전날의 KBS 여론조사에서도 한 후보는 4위에 머물렀었다. 투표 이틀 전에 한화갑의 공보특보인 이용범 씨가 민주당 기자실에서 '긴급 판세분석'이라며 "우리가 1등을 하는 것으로 우리 조직 조사 결과 나타났다"고 했을 때 그 말을 믿는 기자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 '조직의 힘'은 현실로 나타났다.

투표결과 발표 직후 한화갑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는 한라체육관을 곧바로 빠져나갔다. 한화갑 후보만이 단상에서 수십명의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승리의 순간을 만끽했다. 그는 "오늘의 결과는 결코 기적이 아니"라면서 "그동안 대세론이니 양강구도니 난리법석이었지만 그 모든 것이 거품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국민 여러분은 방금 전 제주도민들이 이루어낸 놀라운 기적을 보셨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결과는 결코 기적이 아닙니다. 이미 예견됐던 것들이 현실화된 것뿐입니다. 한화갑에게 김 대통령을 계승해 민주당의 정권재창출을 반드시 이뤄내라고 말하는 대명을 맡긴 것입니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나 언론에서는 소위 특정인의 대세론이니 양강구도니 하고 난리법석을 떨어왔지만 오늘의 결과는 이 모든 것들이 거품이었음을 입증해준 것입니다. 저는 오늘 저를 지지해준 제주도민들의 뜻을 받들어 끝까지 경선에서 승리해 민주당의 정권재창출을 반드시 이뤄내고 말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 이인제 고문이 1위를 한 한화갑 고문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인제 후보 "선거인단 수가 너무 적어 민심 반영 안됐다"

이인제 후보는 동교동계의 지지를 받으면서 다른 후보들로부터 조직선거라는 비난까지 받았으나 '동교동계를 등에 업는 조직의 힘'은 크게 발휘되지 못했다. 단 3표 차이의 2등이지만 대세론을 형성하는데 적지않은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한라체육관을 빠져나가는 이인제 후보와의 일문일답.

- 소감은?
"최선을 다했다. 아주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한다. 서전의 어려움을 교훈삼아 앞으로 민심이 반영되는 경선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 여론조사에서는 줄곧 일등을 했는데...
"선거인단 수가 너무 적어 조직의 힘이 반영됐다. 국민경선의 참된 취지는 여론을 반영하는 것인데 규모가 너무 적어 민심이 반영되지 않았다."

- 오늘의 결과가 앞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
"앞으로 큰 전선이 많이 남아 있으므로 반드시 압승할 것이다."

노무현 "내 상대는 이인제...그의 대세론은 오늘로 끝났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판세 뒤흔들 수 있는 117명
왜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나

9일 제주경선의 투표율은 85.2%. 전체 선거인단 792명중 675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117명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117명은 왜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을까.

민주당은 당초 국민선거인단 선정 당시 전화 등을 통해 당일 투표참여 가능 여부를 확인한 후 불가능할 경우 제외시키는 방식을 채택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14.8%의 투표 불참율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117명중 대의원-당원 선거인단과 국민선거인단의 비율이 어느정도인지는 현재 집계할 수 없는 상태다. 개표직후 전자투표의 로우 데이타를 모두 봉인해버렸기 때문이다. 민주당 선관위는 제주 경선의 로우 데이터를 두장의 CD에 똑같이 담아 봉인 한 채 한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내고 나머지 한장은 중앙당으로 가져갔다. 이 CD는 4월 27일 서울 경선까지 모두 끝나도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2순위 득표자를 가려할 경우 봉인을 풀고 공개된다.

민주당 선관위 관계자들은 제주 경선 선거인단에 뽑히고도 투표에 참석하지 않은 117명 대부분이 국민선거인단일 것으로 보고있다. 선관위의 한 핵심 관계자는 "투표 가능 여부를 확인 할 때 신청서에 전화번호가 전혀 없을 경우 전보를 통해 선정 사실을 알렸다"면서 "이 경우 전화 확인과는 달리 참석 가능 또는 불가능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에 답변이 없다고 해서 예비 선정자로 대체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제주 경선의 1위와 2위 득표차는 불과 3표이고 2위와 3위의 득표차도 47표에 불과하다. 따라서 117표의 규모는 더욱 커 보인다. 한 당직자는 "국민경선에 관심이 있는지, 의향이 있는지, 참석이 가능한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무조건 조직적으로 신청서를 긁어모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 이병한 기자
한편 노무현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바람은 조직을 꺾지 못했다. 노무현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로 나왔지만 125표(18.6%)를 얻는데 그쳤다.

노무현 후보는 "오늘로서 이인제 후보의 대세론은 끝났다"면서 "괜찮은 결과"라고 자평했다.

"나의 상대는 이인제 후보다. 오늘로서 이인제 대세론은 완전히 끝났다. 선호투표를 감안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오늘 결과는 괜찮았다고 본다."

정동영 "내가 1등 했더라면... 아쉽다"

정동영 후보는 소감을 말하면서 매우 아쉬워했다. 그는 끝까지 "제주도에 태풍이 불어야 한다"고 했지만 미풍에 그쳤다.

"기대에 못미치지만 최대한 성원해주신 걸로 깊이 새기겠다. 오늘 새로운 신기원을 시작해보려고 했는데... 짧은 시기에도 불구하고 성원해주신 위대한 제주도민에 감사하고 정치쇄신의 정진하겠다. 내가 1등했더라면 일대파장으로 정치혁명이 이뤄졌을텐데 아쉽다."

16표 얻은 김근태 "역풍이 너무 셌다...동생들에게 미안"

정치자금 고해성사를 해 경선정국에서 한껏 주목을 받았던 김근태 후보는 자신의 득표 결과가 발표되자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후보는 기자들에게 짧은 두 문장을 남기고 떠났다.

"예상보다 역풍이 너무 셌다. 함께 했던 동생들에게 미안하다."

이제 내일(10일) 울산에서 '주말정치드라마' 2편이 펼쳐진다.


<6신 대체: 오후 6시30분> 이인제 캠프, 정동영 후보 연설 문제삼아

오후 5시 47분께 투표가 종료됐다. 이에 검표요원들의 감시 하에 개표가 이뤄진다. 오후 5시 53분 개표 선언을 했고, 직후 집계가 끝나고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투표 시작 초기에 일부 후보가 줄 서 있는 선거인단을 상대로 악수 공세를 시작했다. 그러자 사회를 맡은 김경재 의원이 "공식적인 선거운동 시간은 끝났다"며 "계속하면 후보의 이름을 밝히겠다"고 하자 악수 공세가 중지됐다.

이인제 후보 진영의 대변인인 전용학 의원은 '이인제 후보가 이회창 총재에게 가장 경쟁력이 없는 후보'라는 정동영 후보의 연설을 문제 삼으며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피하기 위한 야당의 역정보를 갖고 여과 없이 활용하는 것은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처사"라며 정동영 후보의 사과와 당 선관위 재발방지를 요청했다.

▲ 전자투표소로 들어가기 위해 줄 서 있는 선거인단. ⓒ 오마이뉴스 권우성


<5신 대체: 오후 5시50분> 투표시작, 누가 제주의 승자가 될 것인가

7후보의 연설이 모두 끝났고 이제 선거인단의 선택만 남았다. 전자투표라는 최첨단 선거방식에 의해 헌정사상 최초의 경선투표가 시작된 것이다. 4시48분 투표가 개시돼 5시10분 현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누가 제주 첫 대전의 승자가 될 것인가. 그동안의 여론조사에서는 이인제 후보가 1위를 달리고 그 뒤를 노무현 후보가 바짝 뒤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또 정동영 후보와 한화갑 후보도 '강한 2중'을 형성했다.

제주도의 결과는 기선제압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또 이인제 대세론과 노무현 상승론을 표로 직접 검증해볼 수 있기때문에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7명의 후보들과 한광옥 민주당 대표가 단상에서 선거인단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마지막 연설자 정동영 "과격한 노무현도 대안 아니다"

4시 25분 마지막 연설자 정동영 후보가 등장해 "제주바다에 태풍이 불고 우리 정치판에 태풍이 불어야 재집권의 희망이 인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인제 후보는 물론 노무현 후보도 비판했다.

정 후보는 "박근혜 씨가 탈당한 이후 여론조사에서 3등한 사람이 대세론일 수 없다"라면서 이인제 후보를 비판한 후 "노무현 후보도 과격한 이미지와 안정되지 못한 이미지 때문에 이회창 후보를 누를 수 없어 '노무현 대안론'도 우리의 선택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한겨레신문은 일곱후보중 내가 가장 보수적이라고 했고 조선일보는 내가 가장 진보적이라고 했다면서 이렇게 헷갈리는 것은 정동영이 제시한 길이 새로운 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인제 후보가 연설하기 직전 사회를 맡은 김경재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희소식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 민주당 홈페이지에서 제주 경선을 동영상으로 생중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시 접속자 수가 1500명이라고 합니다. 이는 서태지 콘서트에 30만명이 모인 것과 같은 효과라고 합니다. 현재 인터넷이 다운될 지경이랍니다. 국민경선제에 대한 국민의 반응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이인제 "융단폭격 받은 자가 반드시 후보된다"

4시 8분 여섯번째 연설자 이인제 후보가 등장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는 오직 한나라당 후보와 싸워 이길 사람을 뽑아줘야 한다"라면서 "국민의 가장 큰 지지를 받는 이 이인제에게 힘을 몰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한나라당은 민족의 미래를 냉전의 암흑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정권재창출은 역사의 당위이고 필연"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어제 텔레비젼 토론에서 여러 후보들이 나에게 융단폭격을 했다"면서 "이는 여러분의 가슴속에 이 이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격받는 사람이 반드시 후보가 됩니다, 여러분"이라면서 선거인단의 박수를 유도했다.

이인제 후보 연설 중간 중간에 선거인단석 상단에 있는 이인제 후보 지지자들이 "이인제"를 연호하면서 환호와 박수를 쳤다.

▲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제주도 선거인단.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번 총선 때 상대당 후보가 30분 연설 가운데 25분을 욕설과 다름없는 비난으로 내게 퍼부었습니다. 저는 단상에 올라가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제가 이렇게 공격받는 걸 보니 뭐가 되기는 분명히 될 모양입니다.' 저는 65%의 지지를 받으며 승리했습니다.

어제 TV토론회에서 저는 존경하는 후보들로부터 융단폭격에 가까운 집중공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행복하게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 제가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선거에는 움직일 수 없는 법칙이 있습니다. 공격받는 사람이 반드시 후보가 됩니다!(박수와 함성)"

다섯번째로 나온 김중권 후보는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석도 민주당이 영남에서 차지하지 못했고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한석도 못얻었다, 이것이 우리의 비극이고 아픔"이라면서 "김중권 후보를 뽑으면 영남에서 폭발적 지지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네번째 연설자인 유종근 후보가 "경제 대통령"을 강조했다.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우리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경제 대통령감을 우리 당 후보로 내세워야 합니다. 문제는 경제입니다. IMF때 경제 위기에서 구출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때 실패했으면 우리나라는 아르헨티나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입니다. 유종근을 찍으면 경제가 살아납니다. 제가 깨끗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면 우렁찬 박수로 성원을 보내주십시오."

세번째로 나온 한화갑 후보는 "한화갑의 눈물을 닦는 것이 서민의 눈물을 닦는 닦는 것이요 한화갑의 고통을 풀어주는 것이 서민의 고통을 풀어주는 것"이라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한화갑 후보는 제주도의 특성을 살려 '반갑수다'로 시작해 '고맙수다'로 끝내는 재치를 보였다. 한 후보는 이회창 대세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회창 총재가 마치 대통령이 된 것처럼 행세를 합니다. 그러나 제가 이회창보다 키도 크고 얼굴도 복스럽고 관상도 좋습니다. 같은 서울대를 나왔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내가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 후보는 고향이 전남 신안의 섬이라는 걸 의식하며 "새끼 섬에서 온 촌놈을 아저씨 섬에서 도와달라"고 말했다.

▲ 한라체육관 내부에는 후보자들이 연설할 연단과 전자투표소가 마련되어 있고, 각 방송사의 중계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무현 "3당합당 때 따라간 자와의 운명의 한판"

한라체육관은 노무현 후보가 등장한 두번째 연설때에는 박수와 야유가 뒤섞여 과열현상을 보였다.

노무현 후보는 강력한 톤으로 이인제 후보를 비판해 한라체육관은 박수와 야유가 뒤섞였다.

노무현 후보는 "3당합당은 민주주의를 파괴한 쿠데타"라면서 "나는 따라가지 않고 민주당을 지켰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김영삼씨를 따라간 이인제 후보와 민주당 경선에서 운명의 대결을 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저는 이 민주당을 지켰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입니까? 지금 이 시간에 그 때 김영삼을 따라 갔던, 그래서 양지에서 승승장구했던 이인제 후보와 운명의 한 판 승부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것도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겨루고 있습니다.

여러분, 대답해 주십시오. 누가 이겨야 합니까? 누가 이겨야 원칙이 섭니까? 누가 이겨야 동서화합이 됩니까? 어느 당 후보인지 헷갈리는 사람을 내놓으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표를 안줍니다. TV토론에 나가 공격을 당하면 우물쭈물하거나 눈을 깜빡깜빡 거리면 표 다 깨집니다. 누가 영남에서 표를 뺏어올 수 있습니까?"

노무현 후보의 이같은 말 뒤에 선거인단석에서 "이인제" "이인제"라며 웅성거리자, 노 후보는 "예의를 지키십시오. 그러면 이인제 후보 표 다 떨어집니다. 그 사람의 운동원을 보면 그 사람의 인품을 볼 수 있습니다"라고 응수하자, 선거인단석에서 "와" 하는 함성이 쏟아졌다.

노무현 후보는 "개혁을 확실히 하겠다"면서 "조선일보 눈치보고 꽁지 가리는 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시종일관 높은 톤으로 연설했고 시간초과로 마이크가 꺼졌다.


<4신 대체: 오후 3시20분> 합동연설 스타트, 김근태 "고난의 땅 제주도는 내 삶"

▲ 투표자들의 지문이 묻어 있는 전자투표기.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자투표와 호주식 선호투표 "일단 합격"

주목을 받았던 제주경선은 투개표 과정 모두 큰 무리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따라서 비록 792명이라는 적은 인원이었지만 최초의 전자투표와 호주식 선호투표 도입은 일단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초 걱정거리는 두가지. 전자투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것인가와 7명에 대해 모두 순위를 매겨야하는 복잡한 호주식 선호투표제도를 유권자들이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는가 여부였다. 하지만 오후 4시48분 투표가 시작돼 오후 5시47분 약 1시간만에 투표가 종료됨으로써 이런 걱정은 말끔히 씻겼다.

또한 전자투표로 인해 투표율이 그때그때 실시간으로 집계되어 방송함으로써 투표진행의 능률을 높였고, 개표시간 또한 약 5분으로 획기적으로 줄었다.

국민선거인단으로 참여한 강복자(46, 여) 씨는 전자투표와 호주식 선호식투표가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어렵지 않았다"며 "CD기로 돈을 찾듯이 그냥 화면을 누르면서 투표했다"고 말했다. 박미영(27, 여) 씨는 "한번도 연습해보지 않았지만 무척 쉬웠다"고 답했다. 비교적 나이가 많은 오승일(51) 씨는 "나는 특별히 어렵지 않았는데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어땠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허운나 의원은 "오늘 전자투표시스템 작동에 만족한다"면서 "개표시간이 조금 지연된 듯이 보인 것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방송사의 생방송 시간에 맞추려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이병한 기자
오후 2시 50분. 첫 번째 후보 연설에 나선 김근태 후보는 두 손을 불끈 쥐고 선거인단을 향해 인사를 한 뒤 말문을 열었다.

"제주도는 고난의 땅이었고, 변방이었고, 소외의 땅이었습니다. 김근태가 살아온 삶과 같습니다.…"

김근태 후보는 '정치자금 고해성사' 이후 본인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며 말을 이어갔다.

"존경하는 제주 선거인단 여러분, 김근태를 보호해주십시오. 힘과 용기를 주십시오. 부패와 사우다 부상 당한 김근태를 일으켜 세워주십시오. …줄세우기는 절대 안 됩니다. 줄세우려면 왜 국민경선제를 합니까? 대세론을 주장하며 특정 계파와 결탁해 정치 협박을 하는 대세론이라면 가망이 없고 희망이 없습니다. 또한 어디서는 지역주의를 극복하자고 하면서 다른 지역에서는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후보도 문제가 있습니다."

김근태 후보는 15분의 연설 시간을 초과해 마이크가 꺼졌다. 김 후보는 육성으로 "부상당한 김근태를 도와주십시오"라며 선거인단에 마지막으로 호소했다.

후보 연설 시간은 각 15분씩이며, 시간이 초과되면 자동적으로 마이크가 꺼지게끔 되어 있다. 연설 순서는 사전 추첨을 통해 결정됐으며, 김근태(기호 4) 고문을 시작으로 노무현(기호 2), 한화갑(기호 6), 유종근(기호 7), 김중권(기호 1), 이인제(기호 5), 정동영(기호 3) 후보 순으로 진행된다.


<3신: 오후 2시25분> 후보들 선거인단들과 악수 나눈 뒤 단상에 올라

오후 2시 15분께 사회를 맡은 김경재(당 선관위 대회진행위원장) 의원은 "오늘 이 제주에서 직접 민주주의와 전자 민주주의가 합쳐져 세계 최초의 첨단 민주주의가 시작된다"며 "여러분의 힘찬 박수로 시작하겠다"고 제주 경선 시작을 알렸다.

7명의 후보들은 중앙 단상에 곧장 올라오지 않고 단상 맞은편 선거인단석을 돌며 일일이 선거인단들과 악수를 나눴다. 5명의 후보가 단상에 자리를 잡은 가운데, 김근태·정동영 후보는 2시25분 현재까지 단상에 올라오지 않고 선거인단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어 오늘 제주 경선의 치열한 경쟁을 실감케 했다.

곧 각 후보들이 유세를 벌이고, 그 뒤 선거인단들은 투표를 하게 된다. 투표 결과는 오후 6시께 발표될 예정이다.

▲한라체육관 행사장으로 입장하는 후보들과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공명선거 홍보활동을 벌이는 시민옴부즈만. ⓒ 오마이뉴스 권우성


<2신: 오후 1시45분> 제주 바람에 휘날리는 7명의 플래카드

"기호 1번 강한 한국! 김중권"
"기호 2번 한라에서 시작되는 통합의 장정, 노무현"
"기호 3번 정동영, 태풍이 분다, 민주당이 이긴다"
"기호 4번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본선에서 승리할 사람 김근태"
"기호 5번 일자리를 만드는 대통령, 이인제"
"기호 6번 한다면 하는 사람, 한화갑"
"기호 7번 유종근을 찍으면 경제가 삽니다"


9일 낮 12시30분. 민주당 제주 경선 시작 시간이 다가올수록 제주 한라체육관 안팎의 움직임은 부산해졌다. 투표에 참석하기 위한 선거인단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고 체육관 안팎에는 후보자 7명의 홍보 PC가 내걸렸다.

체육관 중앙 단상을 중심으로 그 바로 아래에는 20대의 전자투표기가 설치됐다. 맞은편 중앙 관객석에는 선거인석이 배치됐다. 제주지역 선거인단 792명은 이 자리에 앉아 각 후보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으로 벌이는 15분 연설을 들은 후, 아래로 내려가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기를 통해 1위부터 7위까지 선호투표를 하게 된다.

오후 1시. 한라체육관의 출입이 통제되기 시작했다. 출입증이 있는 선거인단과 행사관계자, 보도진만이 행사장에 들어올 수 있다. 각 후보진영의 지지자들은 체육관 주변의 선거인단을 상대로 인사를 하면 마지막 지지를 호소했다.

오후 1시30분. 중앙 무대 옆 좌우 대형 스크린이 켜졌고, 선거인단이 속속 체육관으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제주경선은 2시간12분 간의 합동연설회, 50분 간의 투표 이후 5분만에 투표 결과가 집계된다. 전자투표기에 연결된 컴퓨터가 돌아가는 불과 5분. 그 짧은 시간에 후보들 간의 희비가 교차되는 것이다.


<1신: 새벽 5시30분> 제주경선 전야…'100분 토론' 막전막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아무도 모른다. 우리나라 정치 역사상 처음으로 치러지는 민주당 대선후보 국민경선제의 첫 뚜껑이 제주도에서 어떻게 열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이인제-노무현 고문의 양강구도 속에 정동영·한화갑 고문이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그것은 전체 제주 선거인단 792명 가운데 약 300여 명의 응답 결과일 뿐이다.

적지 않은 사람이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거나 각 후보진영과 여론조사기관의 너무 많은 전화공세로 인해 답변 자체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후보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 7명은 8일 모두 제주도로 총 출동해 마지막 표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제주경선 D-1 'MBC 100분 토론', 파상공격 받은 이인제

'큐!' 싸인과 함께 긴장감이 흐르는 '100분 토론'이 생방송된 제주 MBC 공개홀. 각 후보간 1분씩 모두 발언이 끝난 후 맨 먼저 정동영 고문이 손을 들어 발언을 신청했다. 포문이 열렸다.

정동영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가장 상대하기 원하는 분은 이인제 고문입니다. 우리 국민은 이회창이냐 이인제냐를 물으면 1초도 안걸립니다."

정 고문의 이 발언을 시작으로 민주당 대선후보 주자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인제 고문에게 공격을 집중했다.

김근태 "다시 한번 이인제 후보에게 묻습니다. '흑묘백묘론'을 이야기했는데 지나치게 권력추구적이지 않느냐는 의구심이 듭니다."

유종근 "이 고문은 매년 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과열 인플레가 일어나게 됩니다. 도대체 50만개라는 일자리는 어떻게 계산한 것입니까."

▲ 100분 토론이 시작되기 직전 이인제 고문의 얼굴을 분장하는 사람들의 손이 바쁘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화갑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부는 여건을 만들 뿐입니다. 50만개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허구입니다."

노무현 "과거를 말하지 말고 미래를 이야기하자고 합니다. 우리는 이런 말을 어디서 많이 들었습니다. 과거 친일파가 그랬고 87년 6월 항쟁 승리 이후 군사독재세력이 그랬습니다. 그래서 정체성이 중요한 것입니다."

이인제 고문은 초기부터 자신에게 공격이 집중되자 "한나라당이 진정 두려워하는 상대는 나 이인제다, 나는 이 총재를 잘 안다", "두 아들을 파렴치하게도 군대를 보내지 않은 사람을 대통령 되도록 돕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말인가", "나는 합당과 창당, 그리고 합당을 했지 어디에 합류한 적은 없다, 오히려 노 고문이 여러 번 그런 것으로 기억한다, 정체성 시비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며 적극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나머지 후보들의 공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 고문은 초기 공세 집중과 발언시간 배분 실패로 자신에 대한 공격을 속수무책 듣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토론에서는 김중권 고문과 노무현 고문의 '영남후보론', 정동영 고문의 '젊은 후보론'과 '태풍론'을 놓고도 서로 얽히며 논쟁이 오갔으나 이 고문을 제외한 어느 한 후보에게 공격이 집중되지는 않았다.

150분간의 긴 '100분 토론'이 끝나고 7명의 대선 주자들은 서로 악수했지만 이인제 고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시간은 이미 제주 경선일인 9일로 바뀌어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9일 오후 2시 선거인단이 모두 모이는 제주한라체육관에서 각 후보들에게 주어지는 15분간의 연설. 각 후보 진영은 "최종 결정은 거기서 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운동원은 개별 공략·후보는 언론 공략

제주경선 D-1인 8일, 각 후보의 선거운동 전술은 '운동원은 선거인단 개별 공략, 후보는 언론을 통한 공략'이었다. 특히 후보들은 이날 밤 9시55분부터 생방송으로 벌어진 'MBC 100분 토론' 준비에 오후 일정 전체를 할애했다.

이날 오전 10시경 제주도에 도착한 이인제 상임고문은 오후 2시까지 제주일보·제민일보·한라일보·KBS 등 지역 언론사를 차례로 방문한 후 숙소로 들어가 토론을 준비했다. 이 고문은 토론준비 때문에 오후 6시50분으로 예정된 제주시지부 대의원 간담회도 취소하는 등 토론회에 공을 들였다.

▲ 8일 오후 한라병원에 입원한 민주당 제주 경선 국민선거인단 김혜신(25) 씨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악수하는 노무현 고문.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화갑 고문은 신산공원 4·3위령탑을 참배하고 낮 12시 제주도청 앞 호텔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후 오후 1시부터 숙소에 들어가 토론을 준비했고, 특히 정동영 고문은 오후 일정 내내 숙소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회 준비에 전력했다.

노무현 고문과 김근태 고문은 조금 달랐다. 이들도 오후에는 100분 토론 준비에 중점을 뒀지만 선거인단 접촉도 병행했다. 노 고문은 이날 오후 1시30분 한라병원에 입원해 있는 국민선거인단 김혜신(25) 씨를 문병했다. 이미 노 고문 지지 의사를 밝힌 김 씨는 "내일 오실 수 있나요?"라는 노 고문의 질문에 "갈 겁니다"라고 화답했다. 노 고문은 오
▲ "울고 싶은 심정입니다" 8일 오후 민주당 제주시지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경선자금 고백 이후 자신의 심정을 밝히다 목이 메여 말을 중단한 김근태 고문. ⓒ 오마이뉴스 권우성
후 5시 제주시지부 대의원 간담회에 참석해 약 1시간 동안 약 60여 명의 대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김근태 고문은 오후 6시부터 같은 자리에 참석했다. 김 고문은 최근 자신의 '고해성사' 이후 지지도 하락에 대해 "솔직히 눈물이 난다"면서 대의원들에게 호소했다.

"요새 민주화 운동을 한 것이 후회스럽습니다. 나도 돈 벌어서 여러분에게 봉투나 줄 것을…. 여러분 김근태를 울려서는 안됩니다. 그러면 다음에 이 한반도에 위기가 올 때 젊은이들이 희생하지 않습니다. 아, 김근태도 잘되더라. 평생 노력한 사람이 결국은 잘 되더라 해야 합니다."

각 후보들이 각자 숙소에서 토론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도중에도 지지자들은 쉴새없이 선거인단 792명에게 전화를 돌리거나 개별 접촉을 통해 한 표를 호소했다.

민주 대선후보 선거자금 회계자료 공개 '서약식' 무산

한편 '선거자금시민옴부즈만(이하 시민옴부즈만)' 주최로 이날 밤 9시에 예정됐던 후보자 전원의 '깨끗한 선거를 위한 국민과의 약속 후보자 합동 서약식'은 일부 후보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제주MBC 소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합동 서약식은 시간이 임박한 상태에서 한화갑 고문이 "이미 다 서명해서 보냈는데 또 이리 와서 이거 하라고 하고 저리 와서 저거 하라고 하는 것이 솔직히 언짢다"며 서약식 참석을 거부했다. 그는 "실무진끼리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모르지만 (이런 행사를 하는지) 여기(제주MBC) 와서 알았다"고 말했다.

▲ 서약식 참가 거부 소식을 듣고 대기실로 찾아간 시민옴부즈만.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러자 노무현 고문 또한 "나는 사실 가급적 서명을 안하는 쪽이었는데 다른 후보들이 다 합의했다고 해서 했다"면서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 그 부분이 다 합의가 안 돼 있는 것 같다"고 역시 참석 거부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 시간에도 (선거자금에 대해) 부정이 저질러지고 있는데 여기서 또 서명하고 하면 국민들이 웃는다"고 말했다. 서명 시간은 이미 지났지만 이인제 고문은 대기실에 도착하지 않았다.

갑작스런 돌발상황에 정대화 시민옴부즈만 전문가위원회 위원장(상지대 교수)은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상황에 변화가 없었는데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서약식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모든 후보들이 서명을 했다"면서 "약속은 유효하고 약속 실천의 의지가 있는지 회계장부 등을 면밀히 검토해 밝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민옴부즈만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모든 후보자에게 선거자금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경선자금에 대한 회계서류 일체를 시민옴부즈만에게 제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과의 약속' 서명을 지난 2월 24일부터 28일 사이 모든 후보로부터 개별적으로 받았다.

제출 서류는 지정된 계좌의 계좌번호, 통장의 사본, 회계장부 및 증빙서류 일체로서 기간은 선거운동 개시일부터 2주 단위이다. 시민옴부즈만은 제주경선 직전인 이날 다시 한번 공개 합동 서약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 후보들의 서약식 참가 거부에 대한 입장발표. ⓒ 오마이뉴스 권우성

시민옴부즈만 측은 "공개 약속에는 변화가 없으며 1차 공개일인 12일 일체 회계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그럴 경우 위반후보로 지목하는 등 여러 가지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옴부즈만은 4차에 걸친 각 후보의 회계자료를 회계전문가를 통해 그때그때 면밀히 검증, 문제점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각 후보들이 개별 서명을 했다고 해도 이날 공개적인 합동 서약식을 거부함에 따라 회계장부 공개는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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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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