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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딸네 집에 운전을 하며 오고 갈 수 있을까?" 부산에 사는 딸네 집을 가면서 하는 혼잣말이다. 부산까지 거의 300km에 가까운 거리다. 세 시간에 걸친 운전은 허리가 아프고, 엉덩이도 뻐근한 고희의 세월이 지났다. 아내에게 넌지시 건네본 말이지만 대답이 없다. 아무 말이 없음은 수긍하기 아쉽다는 뜻이리라. 현실을 넘어설 수 없는 사실에 숙연해지는 나들이다.

최근 고령 운전면허에 관한 보도가 나왔다.  정부가 고속도로 운전이나 야간 운전등에 문제가 있어 특정나이부터 조건부 운전면허제 도입을 검토한다는 내용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조건부 운전면허 대상이나 나이가 검토된 바가 없다는 정부의 해명이 나왔지만, 고령자들의 운전은 언제나 말이 많다. 과연 나는 언제까지 운전할 수 있을까?

고등학교 시절부터 만난 50년 지기 친구들이 모였다. 모임이 끝나자 친구는 조수석으로 향한다. 조금은 젊은 부인이 운전을 하기 때문이다. 벌써 몇 년 전부터 봐오던 풍경이다. 처음엔 어색한 모습이었지만 이젠, 편안하게 봐준다. 세월을 이길 수 없고, 형편에 따라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즐거운 여행에 동반되어야 하는 것은 운전인데, 운전은 즐거움과 위험은 언제나 동반된다. 서로를 배려하고 인정하는 마음으로 모두가 편안한 나들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 행복한 나들이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즐거운 여행에 동반되어야 하는 것은 운전인데, 운전은 즐거움과 위험은 언제나 동반된다. 서로를 배려하고 인정하는 마음으로 모두가 편안한 나들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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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의 운전, 고민할 때가 되었다

고령자들의 교통사고 증가로 인해, 고령자 운전에 대해 사회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음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세월을 이겨낼 수는 없는 인간이다. 운동신경 저하로 반응 속도가 느려지고, 인지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야가 좁아지며 기억력이나 모든 신체능력의 떨어지면서 긴급 상황에 적절한 대응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여러 나라에서도 고령자의 운전에 관한 규제가 많아지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등의 나라에서도 운전면허 재심사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으며, 의료 진단에 따라 주행능력 평가를 치르기도 한다. 운전면허 갱신기간을 줄이기도 하고, 특정한 지역에서만 운전이 가능하도록 하기도 한다. 도로교통공단의 통계자료도 많은 점을 시사하는데, 고령자 교통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을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3.09.17일 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2022년 노인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735명으로 전년보다 3.7% 증가했다고 한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6.2% 감소했고, 부상자수도 전체적으로 전년대비 3.4% 감소했지만 노인운전자 가해 부상자는 10.2% 상승했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에서 노인운전자가 가해자였던 비율은 26.9%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령자 운전제한에 대한 접근법

시내 볼일이 있어 택시를 탔다. 기사는 연세가 지긋한 양띠라 했으니 1955년 생이다. 언제까지 운전할 수 있을 것 같냐는 말에 먹고사는 일이니 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 한단다. 그때가 언제냐는 말에 한참을 뜸 들인 기사, 택기기사의 대부분은 60이 넘은 사람이란다. 60대에서 70세에 이르는 사람들이 허다하다며 먹고사는 일이니 늙음이 대수냐며 언성을 높인다. 나이만으로 운전능력을 판단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이유다. 

고령자라 해서 반드시 운전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며, 젊음이 안전운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도로에서 만나는 난폭운전은 젊은 층이 많으며, 어르신들은 대부분 조심스럽게 운전을 한다. 가능하면 주행선을 벗어나 서행 운전만을 고집하는 경우도 많다. 세월이 운동 신경을 점점 쇠퇴시킴은 틀림없지만 나름대로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친구에 따라서는 운전면허를 반납할까 고민도 하고, 아내에게 운전을 만류하기도 한다. 자전거를 같이 타는 친구는 가끔은 시간을 낼 수 없다 한다. 아내가 병원을 가야 해서 운전을 해 줘야 한단다. 아내 대신 또는 남편 대신 운전을 하느라 언제나 바쁜 고령층의 고민이다.   

노령층의 이동권 보장

친구와의 만남을 위한 서울 나들이에선 지공도사(지하철 무료 이용하는 사람)가 되었다. 서울이나 경기도에선 어르신들이 무료로 지하철을 승차한다. 지자체에 따라서 시내버스도 무료 승차다. 이렇듯 대체로 고령자들이 이동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지자체에선 콜 버스를 운영하며 농촌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있고, 번거롭지만 500원으로도 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시설이나 홍보부족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없으며, 시내에서 택시 이용은 너무 어렵다. 어렵게 자식들이 불러준 택시를 타야 하고, 춥거나 더운 날엔 너무 안타깝다는 운전기사의 전언이다. 고령자들이 시내버스나 택시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책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운전면허 반납, 얼마간의 금전적인 보상으로 면허 반납은 쉽지 않다.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워 차량 없이는 하루의 삶도 어려운 현실에서 얼마간의 금전 보상으로 면허를 반납할 수 있을까?

오래전에 골짜기에 살림을 차린 전원주택, 큰 길까지는 2km정도를 가야 한다. 시내버스도 많지 않은 곳에서 도시로 나가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골이지만 사람 수 만큼 차량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병원을 찾는 일, 생활필수품을 사는 일은 미룰 수도 없기에 차량운전은 삶의 일부가 된지 오래다. 

어렵지만 운전대를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이젠, 노령층의 인구 증가로 교통사고 방지대책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개인별 능력차이가 있기에 나이에 따른 일률적인 판단보다는 안전한 운전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해야 한다. 
 

태그:#운전, #노령층운전, #이동권, #운전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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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무렵의 늙어가는 청춘, 준비없는 은퇴 후에 전원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가끔 색소폰연주와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세월따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고 싶어 '늙어가는 청춘'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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