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하늘에서 떨어졌다. 하늘이 아이를 던졌을 때, 이미 외로움이었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림책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는 입양 사실을 알게 된 이이가 받는 상처와 그 상처를 끌어안아 치유하려는 입양보호자의 진실된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이야기다.
근래에는 입양가족의 이야기를 흔히 접할 수 있다. 유명인들의 공개 입양이 언론을 통해 다루어지고, 스스로 입양아입을 밝히며 양부모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더이상 입양이 감추거나 숨겨야 할 부끄러운 화제가 아닌 것이다.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입양보호자를 표현한 작가의 그림과 말들이 진실되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 이웃으로 존재하는 그들의 모습을 억지스러게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표현들에 고뇌와 사랑이 담겨있다.
"모두가 버려진 아이라고 해."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의 수근거림을 통해 알게 된 아이는 거기서 상처를 받고 스스로를 외로움에 가두어 버린다.
이런 아이의 모습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가슴 졸이는 청록색의 거인. 청록색은 통상 정신적 건강과 피곤, 패배감 등에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색이다. 책 속에서는 아이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는 장치로 사용되었는데, 추가로 거인 같이 크고 투박한 신체는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사랑과 믿음을 상징한 게 아닐까 싶다.
입양아 가정의 사연은 어떨까. 부모들은 아마도 직접 낳아 기르는 아이보다 더 많이 이해하고 허용하는 마음을 위해, 자신들의 사랑이 동정으로 비치지 않게 하기 위해 언행에 보다 주의를 기울였을 것이다. 언젠가는 아이가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에도 흔들림 없이 묵묵히 아이를 지켜주리라 다짐했을 것이다.
"어디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게 너라는 게 중요해."
아이가 온 곳이라는, 하늘을 찾아가며 거인이 남기는 이 한마디가 그들의 진심을 모두 담고 있는 듯하다.
한 생명을 거두어 키우는 일에는 아주 큰 용기와 결심이 필요하다. 이 큰 용기들이 아직 우리 사회를 살 만한 곳으로 지탱해 주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가 아닌 우리를 지키려는 신념을 가진 책 속 '청록색 거인들'은 아마도 입양 가정의 부모들 아닐까 싶다. 그들과 함께 이 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감사와 존경 그리고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사람들은 아이에게 어디에서 왔냐고 묻는다. 매우 무례하고 끈질기다."
이미 한 번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세상에는 서로 다른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하고, 그들은 다 제각기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가족이 되었다. 우리가 말하는 '평범'이라는 폭력적 시선과 언어로, 그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이들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본다.
한편, 데려온 아이, 주워 온 아이가 아니라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라는 말은 하늘이 운명처럼 주신 감사한 인연이라는 표현이 아닐까? 마치 어느날 선물이 떨어진 것처럼.
오늘도 그림책 한 권으로 세상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