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화율은 임의 국가의 전체 인구수에 비해서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이 어느 정도인가를 측정하는 지표다. 도시화율이 약 90%인 우리나라의 경우, 2024년 1월말 현재 총 인구 5131만3912(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 가운데 4618만2521명이 도시에 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구의 감소는 곧 도시의 축소로 이어지게 된다.
바야흐로 축소시대에 들어섰다.
축소의 시대에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인구이동'에 따른 도시인구의 감소와 이로 인한 도시의 축소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 인구의 자연감소(지속적인 저출산으로 인해 출생보다 사망이 더 많음)가 시작된 것은 2020년으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나타난 도시인구의 감소는 인구의 자연감소 보다는 인구의 이동에 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인구감소와 인구고령화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도시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인구성장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인구의 이동은 유출되는 도시와 유입되는 도시의 사회, 경제, 문화적인 변화를 주도하게 되며, 도시의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각 지자체가 더 많은 인구를 유입 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것일까?
인구의 이동은 교육, 직장, 보다 나은 환경 등의 다양한 이유에서 일어난다. 인구학에서는 거주지 이동으로 인해 얻는 이익이 거주지 이동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더 크다고 판단될 때 이주를 결심하게 된다고 인구이동을 설명하고 있다.
산업혁명이 일어났던 19세기의 유럽사회를 살펴보면, 유럽 각국의 인구는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산업혁명은 인구증가와 더불어 도시의 증가를 가져왔고, 농촌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이동하였다. 이러한 변화가 가장 활발히 나타났던 나라는 영국이었다.
1801년 영국의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의 인구 2만 명이상의 도시는 17%에 불과했지만, 1891년에는 54%로 증가했다. 당시 영국(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의 도시화율은 70% 이상으로 유럽에서 가장 높았다. 동일 시기에 프랑스는 37%, 프러시아는 41%, 그리고 미국은 28%에 불과했다.
농촌지역에서 농사만 짓던 이들은 도시로 이주를 한 직후에는 별다른 기술이 없어서 공장에서 단순 노동을 하는 임금 노동자의 생활을 해야 했지만, 궁극적으로 도시에서의 새로운 기회와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에 의존하여 이주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의 도시경제학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Glaeser교수 또한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 2011) 책에서 사람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이유가 도시가 제공하는 새로운 기회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특히 빈곤국가일 수록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드는데, 이는 도시가 사람들에게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가난한 지역들에서, 도시들은 엄청나게 확대되고 있다. 이는 밀집된 도시공간이 빈곤에서 벗어나 번영에 이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In the world's poorer places, cities are expanding enormously because urban density provides the clearest path from poverty to prosperity" (p. 2).
우리나라도 6.25 전쟁이후 많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 특히 서울로 몰려들었다. 1955년 24.5%에 불과했던 도시화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1970년도에 50.2%로 총 인구의 50%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기 시작했으며, 1990년도에는 82.7%, 그리고 2010년도에는 90.7%를 나타내 우리나라 대부분의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인구이동의 특징은 지방 중소도시에서 수도권 지역으로, 특정 연령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과 2020년 사이 수도권으로의 인구이동을 연령대별로 비교해보면, 2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수도권과 대도시의 경우, 전국 평균보다 낮은 고령인구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군 지역에서는 지속적인 청년인구의 유출과 인구고령화의 심화로 '지역소멸'을 경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2020년 기준 청년인구의 지역별 분포를 살펴보면, 경기도 지역이 청년인구 383만 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서울특별시(298만 명), 부산광역시(86만 명), 인천광역시(82만 명), 경상남도(81만 명) 순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지역(서울, 경기, 인천)의 청년 인구수가 그 이외 지역의 청년 인구수(평균)와 비교하여 약 17배 정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방 중소도시의 소멸 가능성에 대한 위기의식은 2014년 마스다 히로야의 책, <지방소멸>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마스다 히로야는 향후 30년 이내에 '대도시만 생존하는 극점의 사회'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고용정보원의 이상호 박사는 2016년 마스다 히로야의 연구를 참고하여 2014년 기준으로 79개의 기초자치단체 시군구가 '지방소멸'을 경험할 수 있다는 통계적 근거를 제시하였다.
일본이 겪고 있는 도쿄로의 인구유출로 인해 나타나는 지방소멸의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중소도시 또한 수도권 인구집중으로 인한 청년인구 및 일자리 감소, 고령화 심화로 지역경제의 침체와 지역민들의 생활수준 및 생산기능의 저하가 가속화되고 있다. 전체 국토 면적의 12.6% 밖에 되지 않는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수는 2021년 현재 2,603만명으로 총인구의 절반 이상(50.2%)에 이르고 있어 비수도권 지역의 도시들이 빠르게 축소 혹은 소멸될 위험에 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