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태국 치앙마이의 풍경.
 태국 치앙마이의 풍경.
ⓒ unsplash

관련사진보기

 
"나쁜 공기질로 인해 수명이 3, 4년 단축되고 있다."

한달살기의 명소로 알려진 태국의 치앙마이 현지에서 나오는 말이다.

치앙마이는 태국 북부의 도시로 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타이 문화의 원조로 통한다.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한달 살기'의 천국으로 통하며 매년 약 100만 명의 여행객이 전 세계에서 찾고 있는데, 그런 '치앙마이'의 대기오염이 심각해 세계에서 가장 공기 질이 안 좋은 도시 중 하나로 선정됐다. 지난 15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치앙마이의 초미세먼지 수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대기질 분석업체 아이큐에어(IQAir)가 측정한 결과 이날 치앙마이의 초미세먼지(PM2.5) 입자 농도는 175㎍/㎥까지 올랐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수치인 5㎍/㎥의 무려 35배에 달하는 수치다.' (아시아경제, 2024.3.16)

이틀 뒤인 17일에는 치앙마이의 초미세먼지(PM2.5) 입자 농도가 110.25㎍/㎥로 다소 떨어졌지만 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나쁜 수치라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이어졌다.

'스위스의 대기질 분석업체 아이큐에어(IQAir)는 일요일 오전 9시 16분 자사 웹 사이트를 통해 치앙마이의 대기질지수는179 AQI, 초미세먼지(PM2.5) 입자 농도는 110.25㎍/㎥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나쁜 곳이라고 보고했다. 치앙마이의 AQI는 151~200이고 PM2.5는 55.6~150.4μg/m3이므로 건강에 해로운 범주에 속한다.' (태국현지언론 Nationthailand.com, 2024.3.18)

태국 총리도 치앙마이를 포함한 태국 북부 지역을 이틀 연속 방문해 대책 마련을 언급했다. 이처럼 나쁜 공기질은 관광객 유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사회 문제 보도 페이스북 페이지인 아이충(Ai Chong)은 중국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중국 관광객들에게 치앙마이 여행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페이지는 중국내 일부 SNS 이용자들이 치앙마이에 대한 해시태그로 #ChiangmaiSmogSeason(치앙마이 스모그 시즌)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년 2월부터 4월 사이 스모그 시즌... 왜?

치앙마이를 비롯한 태국 북부지역의 계절성 스모그 문제는 현지에서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연중 행사로 꼽힌다.

"태국 북부 지역에서는 나쁜 공기질로 인해 수명이 3, 4년 단축되고 있다. 암과 정신 건강 문제, 기타 문제를 유발한다."

태국의 경제학자로 태국 내 '청정공기네트워크'를 창립한 위나린 룰리타논다의 지난해 4월 <알자지라> 인터뷰 내용이다. <알자지라>는 태국 현지 언론(Prachatai)을 인용해 치앙마이 병원 한 곳에서만 2023년 1분기에 호흡기 질환 치료 환자가 1만3천 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주요 원인으로는 최근 들어 빈발하는 산불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농지 개간을 위한 농작물 태우기가 지목된다. 옥수수와 설탕 등 대기업과 계약을 맺은 농사를 위해 영세농들이 수확을 쉽게 하고 지력을 높이기 위해 농경지에 불을 지르는 일이 이 기간 집중되고 있다.

'치앙마이 대학의 화학 교수인 솜폼 찬타라(Somporn Chantara)는 스모그의 절반은 농업용 바이오매스의 연소로 인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농부들은 불을 질러 덤불을 제거하고 사탕수수, 옥수수, 논에 비료를 공급한다.' (알자지라, 2023.4.12)

매년 12월부터 4월까지 동남아 농민들은 농작물을 태우는 방식으로 수확기 인건비를 절감하고 다음 농사를 준비한다. 그리고 이런 방식의 농사를 독려하는 이들이 있다. <알자지라>는 영세 농민들에게 종자와 비료를 대주고 농작물을 계약구매하는 대규모 농업기업들이 농민들에게 생산성 극대화를 압박하며 사실상 작물 연소를 독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 사회에서는 거의 계약을 맺은 노예 제도에 가깝습니다." (위나린 룰리타논다 태국 청정공기네트워크 창립자, 알자지라, 2023.4.12)

주민 집단소송에 인공강우 실험까지

태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현지인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치앙마이 주민 1700여 명은 정부가 북부 지역의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 대응에 실패했다면서 자신들의 수명이 약 5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태국 총리는 이틀 연속 치앙마이를 방문하면서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고 군당국은 인공강우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인 농작물 연소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현지에서는 웃지 못할 농담으로 '송끄란을 기다리자'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송끄란은 태국의 설날로 매년 4월 중순 우기의 시작을 뜻한다. 최악의 공기질이 한달살이 명소를 희뿌옇게 만들고 있다.

[참고 자료]
- Dominik Sipinski, 'How Chiang Mai became the world's most polluted city', (Aljajeera, 2023.4.12)
- 'Chiang Mai air quality the third worst among major world cities' (Nationthailand.com, 2024.3.18)
- 김현정, '한 달 살기 로망의 이곳, 갔다간 병만 얻겠네…'대기질 세계 최악' (아시아경제, 2024.3.16)

덧붙이는 글 | * 이 내용은 지난 2024년 3월18일 OBS 라디오 '오늘의 기후' 방송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오늘의 기후'는 지상파 라디오 최초로 기후위기 대응 내용으로 매일 편성되었으며 FM 99.9 MHz OBS 라디오를 통해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2시간 30분 분량으로 매일 방송되고 있습니다. 유튜브 라이브(OBS 라디오 채널)와 팟캐스트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태그:#오늘의기후, #OBS라디오, #태국치앙마이공기질, #치앙마이미세먼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FM 99.9 OBS 라디오에서 기후 프로그램 만들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