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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사과 한 알에 만 원! 단군 이래 가장 비싸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도는 가운데 유통매장 매대마다 못난이 사과, 못난이 배 등 못난이 농산물의 판매가 활성화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정도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렇게 가볍게 넘기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친환경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의 단체인 경기 친환경농업인 연합회의 홍안나 사무처장, 그녀는 못난이 농산물 열풍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좋은 일이죠. 사실 무농약도 그렇지만 유기농산물은 전부 못난이예요."

반듯반듯하고 큼지막한 외형만으로 품질 등급을 받고 이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는 지금까지의 유통구조 속에서 홀대받고 버려지던 못난이 농산물들이 드디어 소비자들과 만나게 됐다는 것이다.

못난이 농산물 시장이 정착되면 농가 소득이나 소비자 물가뿐 아니라 버려지는 농산물을 줄여 온실가스 감축에도 도움된다. 하지만 못난이 농산물의 상설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한다. 이 틈을 노려 못난이가 아닌 못 먹는 과일을 끼워파는 악덕 상술도 조심해야 한다.

지난 28일 <오늘의 기후>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모든 유기농산물은 못난이예요"
 
과일 매장
 과일 매장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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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기도 친환경농업인연합회라고 하는 단체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는 홍안나라고 합니다. 친환경 유기농 국가인증을 취득하신 분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예요. 경기도 전체 농업인구 중 4%가 채 안 되는 4700여 분 정도가 친환경 유기농업을 하고 계신데 정말 적죠. 5%도 안 되니까.

그런 분들이 학교 급식이나 군대 급식 아니면 임산부 영유아 유치원, 어린이집 이런 공공 먹거리 사업에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생산해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계시고요, 농업 생산 분야에서 농약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도 아주 최소한만 사용함으로써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고 오히려 탄소를 흡수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분들의 단체입니다."

- 못난이 농산물 열풍에 대해 어떻게 보나요?

"저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봐요. 못난이 농산물에 눈을 돌리고 있는 현상은 물론 가격 때문에 그런 측면이 크기는 하지만 못난이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 자체가 환경 친화적인 실천이기 때문에 저는 아주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봅니다."

- 못난이 농산물은 먹을 수 없는 농산물이 아니라 먹기에는 괜찮은 데 겉모양이 그런 농산물을 뜻하는거죠?

"맞아요. 그러니까 썩었다든지 아니면 병이 있다든지 이런 것과는 전혀 무관한 거고요. 한 배에서 나온 쌍둥이도 다르게 생겼잖아요. 그런 것처럼 농산물도 이렇게 생길 수도 있고 저렇게 생길 수도 있는데, 그중에서 우리가 흔히 마트 매대에서 보기 힘든, 조금 굽었다든지 울퉁불퉁하다든지 아니면 사과를 예로 들면 거뭇거뭇한 점들이 몇 개 박혀 있다든지 색이 아주 빨갛고 예쁘게 고르게 다 씌워지지 않았다든지 뭐 이런 것들 때문에 못난이 취급을 받으면서 유통에서 배제된 농산물들을 못난이 농산물이라고 합니다."

- 끝번호 6,808님 문자 주셨네요. '못났다고 해서 맛이 없는 게 아닙니다. 재료가 신선하면 모든 것들이 다 맛있습니다. 신토불이 우리 농산물 많이 애용해 주시고 사랑해 주세요' 라고요. 친환경 농업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모양이 이상한 게 많이 나올 것 같아요. 농약 안 치고 막 이렇게 하다 보면?

"무농약 농산물도 그렇지만 유기농산물은 다 못난이에요. 그래서 못난이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은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소비하는 것과도 같다고 보시면 될 것 같고요. 왜냐하면 잘 모르실 건데 모양 예쁘게 빠지고 색택(빛나는 윤기)을 탐스럽게 하며 잘 매달려 있으라고 생장호르몬제 등을 치는데, 물론 업계에서는 인체에 무해하고 천연 성분이기에 문제없다고 하지만 친환경 유기농 인증을 받으신 분들은 그런 약품을 사용할 수가 없어요.

(정말요?) 네. 사용하는 즉시 인증이 취소가 되고 친환경 농산물 유기농산물로 판매할 수 없게 됩니다. (모순이네요) 그렇죠. 크기도 굵고 색깔도 예쁘고 모양도 고른 오이나 애호박같은 경우도 사실은 화학 농약 처리를 하기에 가능한 측면도 있습니다. 물론 그걸 사용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지만..."

외형만으로 품질을 구분하는 유통질서

- 예쁘고 보기 좋은 모양을 만들기 위해서 약품을 치거나 어떤 처리들을 한다는?

"그게 못난이 농산물을 탄생시키는 원인이기도 한 것 같아요. 못난이라고 하는 건 상대적으로 예쁜 게 있기 때문에 못난이라는 이름이 붙잖아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상, 보통' 이렇게 구분을 해서 판매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그 (구분) 특징을 보면 거의 외형상 구분이예요. 예를 들어 굽기가 2cm 이하라든지 길이가 어느 정도 오이 같은 것들은 23~25cm 플러스 마이너스 2cm를 넘으면 안 된다. 이렇게 외형만으로 규정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들이 마치 굉장히 좋은 농산물인 것처럼 특품으로 팔리고 있는 거고 상대적으로 그 기준에 미달하는 것은 안타깝게 배제되거나 폐기되는 것들이 못난이 농산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 연간 5조 원"

- 지금은 우리가 물가가 비싸져서 못난이도 사 먹는데 그러면 그동안은 많이 버려졌을 거 아니에요?

"기후환경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주는게, (국내에서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이) 금액으로 따지면 연간 5조 원 가량이예요.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전국 산지농협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채소의 약 15%, 과일의 약 22%가 못난이 농산물로 등급외 판정 받고 버려졌다고 해요. 농민 손해액으로 한 5조 원 정도, 그러면 그만큼이 버려져 썩어버리며 발생하는 메탄가스나 탄소 배출량도 어마어마할 거라고 봅니다."

- 식품 쓰레기가 된다는?

"그렇죠. 우리나라 전체 탄소배출량에서 농업분야 생산 과정에서만 2.9% 정도 차지한다는데 사실 이렇게 폐기되어버리는 과정, 또 가락동 경매시장 갔다가 오거나 유통 단계를 거치면서 폐기되는 것, 소매 단계 직전까지 해서 폐기되는 것을 다 합치면 어마어마한 탄소 배출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것이기도 하죠."

- 그러면 이런 농산물 유통구조도 탄소 배출 차원에서 바뀌어야 한다는?

"네. 저는 그 부분을 반드시 농식품 유통 과정에서 고려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 국가들 같은 경우에는 농식품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많게는 전체의 30%까지 보거든요. 굉장한 거잖아요. 그러다보니 정책적으로 소비는 유기농산물로 100% 다 공급하도록 바꾸겠다고 아예 선포하는 지역 사례도 있어요. 덴마크의 경우, 이런 연장선상에서 농산물 유통 과정도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과정으로 가기 위해 특품들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못난이 농산물도 함께 팔아서 버려지는 것 없이 사용되도록 그런 탄소 중립 정책을 농업 분야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못난이 농산물을 악용하는 사례 조심해야"

- 청취자 문자를 보면 못난이 농산물이라서 반품이 안되더라, 피해를 보신 사례도 있는 것 같아요.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보세요?

"아마 피해 입으신 분들 꽤 계실 거고 제가 그 피해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어떻게요?) 사과가 정말 비쌌잖아요. 그런데 홈쇼핑 보다 보니 못난이 사과를 팔고 있는데 홈쇼핑은 너무 맛있게 홍보하잖아요. 저도 사고 시댁도 하나 보내고 친정도 하나 보내고 그런데, 이제 모양이 쭈글쭈글하고 약간 거뭇거뭇한 점이 있는 못난이 사과는 맞았는데 거의 절반 이상 완전히 썩어서 왔더라고요. 도무지 먹을 수 없는 상태의 것들이죠. 그래서 못난이 농산물 시장이 좀 커지면서 그걸 이용해서 먹을 수 없는 것들 판매하는 경우들도 있고 그런 피해가 있는데

문제는 반품도 안됩니다. 너무 화가 나가지고 리뷰를 달려고 해도 리뷰란도 없고 평가란도 없고 아예 없어요. 못난이라는 걸 알고 사지 않았냐는 논리예요. 그래서 홈쇼핑에 전화해서 항의했는데 반품이 정말 안 되더라고요. '나는 못난이를 샀지 썩은 걸 산 것이 아니다'라고 항의했지만 법적으로 어떻게 해볼 수가 없는 상황이더라고요."

- 그러면 안심하고 못난이 농산물을 살 수 있는 검증된 시장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실 저는 못난이 분야 유통시장이 갈수록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 올해도 기후가 이상합니다. 매우 이상하고 예년같지 않아서 올해도 과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이 되는 상황인데 그러면 또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거든요.
하루빨리 저는 정부에서 이런 못난이 유통에 대한 제도와 규제책, 또 장려할 것은 확실히 판매가 많이 되도록 장려하고 하는 게 필요합니다. 정부가 나서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직거래가 활성화되는 것도 방법일까요?

"맞습니다. 농부님들이 직접 판매하는 못난이들은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아요. 우선 그런 것들을 소비해야 될 것 같고 제도적인 것도 개선이 좀 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못난이 상설 매장을 키우고 지원할 때"

- 못난이 농산물을 안심하고 그러니까 정말 나쁜 걸 섞어서 팔지 않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마트나 시장이 어디에?

"없습니다. (예?) 없어요. 뉴스를 보면 못난이 농산물이 유통시장을 휩쓸었다, 다 장악했다, 이렇게 나오는데 실상 생각해 보세요. 동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시장이나 전통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이런 못난이 농산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거나 하지 않아요 그냥 대형 마트들 일부가 이벤트식으로 한번 반짝 마련해 놓고 한다거나, 내가 사고 싶은 모든 농산물 종류별로 그게 다 못난이로 쫙 깔려 있는 이런 마켓이나 이런 데는 아마 전혀 보지 못하셨을 거라고 봐요."

- 온라인 마켓은?

"이 업체 이름 말을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어글리어스'라고 이런 온라인 마켓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고 그런 온라인 마켓에서 산지를 다니며 물건을 수집해요. 저희와도 같이 사업도 해보고 했는데요. 이제 시작단계일 뿐 사실상 국내 유통 구조 안에서 못난이 농산물을 전문적으로 하는 유통 플랫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셔야 합니다. 유럽같은 경우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이런 못난이 농산물 유통 구조들을 만들어가고 있는데요. 저는 이제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기 시작하며 먼저 대형 식품 기업들이 나서기 시작하는데 이런 것들을 정부가 체계적으로 지원하면서, 못난이 농산물 소비 시장이 우리 집 근처에서도 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앞서 진행자님이 선곡해주신 엘라 피츠제럴드의 노래(Let's call the whole thing off, 부르고 싶은대로 부르자)처럼 농산물도 제각각이니까 생기고 싶은 대로 생긴 농산물들 모두 특품만 선호하지 마시고 다 똑같은 것으로 인정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가치소비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 이 내용은 지난 2024년 2월28일 OBS 라디오 '오늘의 기후' 방송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오늘의 기후'는 지상파 라디오 최초로 기후위기 대응 내용으로 매일 편성되었으며 FM 99.9 MHz OBS 라디오를 통해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2시간 30분 분량으로 매일 방송되고 있습니다. 유튜브 라이브(OBS 라디오 채널)와 팟캐스트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태그:#기후변화, #못난이농산물, #홍안나, #경기친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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