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때도 이러진 않았어요, 굶어 죽겠어요."
동해시 묵호항에서 40여 년 생선가게를 운영한 상인의 말이다. 최근 방문한 묵호항엔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한숨 소리만 들렸다.
여느 때 갔으면 사람들로 북적일 텐데 빈 박스와 비치 파라솔만이 우두커니 서 있다. 가게 앞을 걸어가기가 미안할 정도다.
12시가 넘어가는데도 "마수걸이"(맨 처음으로 물건을 파는 일을 뜻하는 순우리말)라고 팔아달라 외친다. 오늘 하루 한 손님도 받지 못한 것이다.
묵호 어시장에서 30여 년째 생선을 팔아온 김아무개(72세)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아예 손님이 없어요,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전에는 관광객이라도 몇 팀이 와서 팔아주었는데 요즘은 아예 사람조차 구경하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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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의 흔적도 없는 어판장 한참 북적여야 할 어판장이 사람조차 구경하기 힘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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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대를 가득 채워야 할 생선은 한 마리도 없고 텅빈 바구니만이 기다린다. 올라와야 할 생선은 아예 보이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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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텅빈 바구니 생선이 가득 담겨있어야 할 바구니가 텅비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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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은 바다도 마찬가지다. 만선의 꿈으로 부풀어 올라야 할 어선은 한가로이 정박해 있다. 어부들은 어구를 손질하기에 바쁘다.
방글라데시에서 건너와 5년째 일하고 있는 28살의 외국인 근로자는 이렇게 말한다.
"주인한테 미안합니다. 고기가 잡히지도 않는데 돈을 받으려고 하니 선장님을 대하는 게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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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어를 기다리는 어선 내일의 만선을 기대하며 항포구에 정박된 어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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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물 손질하는 어민 동해 북평항 항포구에서 그물손질에 여념이 없는 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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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을 돌리며 나오는 어시장 한켠에는 잘 말라가는 생선과 오징어, 가자미, 노래미 등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한숨으로 얼룩진 묵호 어판장이 하루 빨리 활기를 되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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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잡어들 겨울의 진객, 오징어, 가자미, 도다리, 복어 등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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