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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조개소년이 팔현습지의 깃대종 얼룩새코미꾸리를 품고 있다 .
 말조개소년이 팔현습지의 깃대종 얼룩새코미꾸리를 품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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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팔현습지에 슈퍼제방 공사와 보도교 공사란 환경부발 '삽질'이 시작(현재 슈퍼제방 공사가 착공됐고, 보도교 공사는 내년 가을경에 착공될 예정이라 한다)되고 있는 가운데, 그 '삽질'이 얼마나 무가치하고 생태 파괴적인 공사인지를 알리는 다양한 활동들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예술가들의 활동들이 주목받고 있다.

예술행동팀인 '금호강 디디다'의 작업 결과물인 대본집 '팔현 반상회'의 이번주 출간(관련기사: 삵·수달...보금자리 잃을 걱정, 팔현습지 야생동물들의 수다 <팔현 반상회> 출간)에서부터 지난주 있었던 또다른 예술행동팀인 '간질간질간질'의 대형 편지 배달 퍼포먼스(관련기사:  "홍준표 시장님, 편지 배달이요" 지하철에 등장한 동물들의 정체)에 이어, 또다른 한 예술가가 나타나 팔현습지의 소식을 전한다.

말조개소년의 간절한 눈빛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의 귀한 물고기 얼룩새코미꾸리를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는 말조개소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의 귀한 물고기 얼룩새코미꾸리를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는 말조개소년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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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트'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미술가 윤광웅씨가 "팔현습지의 노래를 들어라"란 주제의 작품 전시회를 열고 있는 것이다. 그는 금호강 팔현습지에 살고 있는 생명들에 주목한다. 특히 말조개와 수리부엉이 부부에 집중해 이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그가 소개하는 '말조개소년의 시'를 감상해보자.
 
<말조개소년의 시>

이곳은 물과 땅의 경계가 시작되는 곳
수백년 된 버드나무가 바람의 노래를 부르는 곳
모든 생명과 모든 죽음의 안식처
하식애 높은 절벽에서 소리도 없이 비행하는
숲과 습지의 파수꾼 수리부엉이의 고향
 
이번 삽질의 원인이 된 대구시의 개발 프로젝트인 '금호강 르네상스'란 시도 있다.
 
<금호강 르네상스>

어느 날 갑자기 노란 깃발 하나가 꽂혔다.
그들은 이 땅에 '사색 있는 산책로 조성사업'을 벌이겠노라 한다.
인간의 사색(死色)은 우리에게도 곧 죽음을 뜻한다.
우리의 죽음 뒤에 올 부활과 번영을 기리며 그들은 르네상스를 말하지만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법정보호종'이라는
이름표를 단 마지막 줄에는
인간이 서 있다.
 
팔현습지를 대표하는 깃대종 말조개와 수리부엉이가 나란히 서 있다.
 팔현습지를 대표하는 깃대종 말조개와 수리부엉이가 나란히 서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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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른 발톱을 내보이면서 사천왕상처럼 서 있는 팔현습지의 깃대종 수리부엉이.
 커다른 발톱을 내보이면서 사천왕상처럼 서 있는 팔현습지의 깃대종 수리부엉이.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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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 금호강 개발 프로젝트 사업명인 금호강 르네상스. 그 개발의 연장으로서 대구시의 제안으로 결국 팔현습지의 '삽질'이 조장됐고, 그 제안을 그대로 수용한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금호강 사색 있는 산책로 조성사업'(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이라는 고상한 이름의 '삽질'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부발 '삽질'은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들 14종이나 살고 있는 이곳의 생태계를 교란시켜 이들을 내쫓게 될 것이고, 그 삽질의 후과는 결국 인간을 향하게 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희망'을 안고 팔현습지로 달려가자

그는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도 전한다. 그는 "이상춘미술학교 박소영(온아트 대표) 선생님께 그룹전 참여 권유 전화를 받았을 때 스스로는 막연함과 두려움이 컸지만 평소 갖고 있던 그룹에 대한 좋은 이미지에 좋은 공부 기회가 될 것 같다는 기대를 안고" 이 전시를 시작했다.
  
<대화의장> 벽면을 바바트의 작품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대화의장> 벽면을 바바트의 작품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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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터줏대감 수리부엉이와 나란히 앉은 말조개소년
 팔현습지 터줏대감 수리부엉이와 나란히 앉은 말조개소년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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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촉박한 시간과 부담감에 고군분투하는 시간이 있었지만 요 몇 년간 시큰둥했던 예술감(예술을 하고자 하는 의지와 감정)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계기가 되었"으며 "세상과 민감하게 소통하는 선구자가 되는 것이 미술의 첫 번째 역할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자신만만한 'Babart'였던 시절이 있었다. 미약한 시작일지라도 주어진 조건에 충실했기에 좋은 시작이라고 믿고 싶다"며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말조개소년이 얼룩새코미꾸리를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는 듯하고,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부부가 어느 절집의 사천왕상처럼 꿋꿋이 버티고 서 있다. 어떠한 '삽질'도 용인될 수 없고, 결국 이들이 삽질을 막아내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전하고 있다.
 
'간질간잘간질'의 팔현의 친구들 가면은 <더 커먼>에 전시되어 있다.
 '간질간잘간질'의 팔현의 친구들 가면은 <더 커먼>에 전시되어 있다.
ⓒ 간질간질간질 백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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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간질간질의 작품이 내걸린 <더 커먼>
 간질간질간질의 작품이 내걸린 <더 커먼>
ⓒ 간질간질간질 백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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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9일 팔현습지에서부터 대구시청과 대구지방환경청 앞까지 예술행동 퍼포먼스를 펼쳤던 '간질간질간질'팀의 야생동물 가면들을 비롯한 소품들은 제로웨이스트샵 <더 커먼>에서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날의 감동을 다시 경험해 보려는 분들은 '더 커먼'으로 달려가 볼 일이다.

그래서 그곳에서 '희망'을 길어 올려 다시 금호강 팔현습지로 달려가 삽질 반대의 목소리를 힘차게 내고 있는 수리부엉이 부부를 비롯한 팔현의 친구들과 '연대'할 일이다. 팔현습지는 이들의 마지막 영토로, 이곳이 무너지면 이들은 갈 곳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팔현습지의 노래를 들어라" 전시 소식을 알리는 포스터도 한 벽면에 내걸렸다.
 "팔현습지의 노래를 들어라" 전시 소식을 알리는 포스터도 한 벽면에 내걸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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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구와 '커먼즈'; 미술, 도시를 만나다>란 이름의 이들 기획전의 전시 기간은 2023년 12월 12일(화)부터 12월 21일(목)까지다.

전시장소는
제1전시장 '대화의 장'(대구 중구 북성로 104-15)(월 휴무), 
제2전시장 '더 커먼'(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741)(월 휴무)

전시 문의는 바바트 윤광웅(010-2999-7887), 간질간질간질 백승현(010-4735-9408)을 통하면 된다.
 
400년 원시의 숲을 자랑하는, 자연성이 그대로 살아있는 팔현습지의 명소인 왕버들숲에 깃발이 꽃혔다. 위기의 시간이 찾아왔다.
 400년 원시의 숲을 자랑하는, 자연성이 그대로 살아있는 팔현습지의 명소인 왕버들숲에 깃발이 꽃혔다. 위기의 시간이 찾아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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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금호강, #팔현습지, #바바트윤광웅, #수리부엉이, #말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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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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