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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대통령)
  윤석열(대통령)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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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담대한 구상'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상징하는 정책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담대한 구상'은 사라지고 '힘에 의한 평화'라는 레토릭이 등장했다.

과연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힘에 의한 평화'는 얼어붙은 한반도 정세에서 적절한 대응이라 할 수 있나? 이 기사에서는 북한의 도발에 강력한 힘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사라진 '담대한 구상'과 '힘에 의한 평화'의 등장

우리가 알다시피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은 '담대한 구상'이었다. 담대한 구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우리의 경제‧정치‧군사적 조치의 동시적‧단계적 이행을 통해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는 제안"이다. 한마디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를 선순환으로 발전시켜 한반도 평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관련 기사: 윤 정부 '담대한 구상', 말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 https://omn.kr/21uj0).

그러나 지난 7월과 9월 극우 인사인 김영호 통일부 장관과 대북 강경론자인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임명된 이후 '담대한 구상'이 사라지고 '힘에 의한 평화'가 전면에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월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과 국군의 날 기념식을 통해 소위 '힘에 의한 평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사실 '힘에 의한 평화'가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은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실전적인 전투 역량과 확고한 대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이 도발해 올 경우, 즉각 응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장선상에서 윤석열 정부는 대화와 교륙·협력에 기반한 이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적에게 구걸'하는 '가짜 평화'로 규정하고, '압도적인 힘'만이 '진짜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라 강조해 왔다. 과연 윤 정부의 평화는 진짜일까? 

윤 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라는 착각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지난 8월 24일 오전 시민들이 서울역 대합실에서 방송으로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3시 50분께 북한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발사돼 이어도 서쪽 공해 상공을 통과한 '북 주장 우주발사체'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지난 8월 24일 오전 시민들이 서울역 대합실에서 방송으로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3시 50분께 북한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발사돼 이어도 서쪽 공해 상공을 통과한 '북 주장 우주발사체'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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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윤석열 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는 한반도 안보 지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매우 위험한 악수로 보인다. '힘에 의한 평화'는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오판이다.

첫 번째로, 한국은 윤석열 정부 이전에 이미 압도적인 군사비 투자를 통해 재래식 전력에서 힘의 우위를 유지해 왔다. 다만 한국군, 나아가 한미동맹의 압도적 힘을 기반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포기하지 않고 적절히 활용해왔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현재 군사비 지출에서 세계 9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3년 한국의 국방비 지출은 약 57조 원으로 한국은행이 산출한 북한의 2022년 전체 예산(약 93억 달러)보다 4배 이상 많은 수치이다. 과거 국방예산 증가율을 보면, 소위 진보 정부가 6~7%대로 보수 정부의 5%대보다 높았다. 윤석열 정부의 2023년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

사실 이전 정부가 힘에 기반을 둔 평화를 안 한 것이 아니라 힘과 대화를 적절히 활용했다고 보는 것이 적합하다. 한반도 분단체제에서 튼튼한 안보를 기반으로 대화를 통해 긴장을 적절히 해소하는 노력은 '구걸'이 아니라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최선의 전략이라 하겠다. 한국이 안전보장을 위해 힘에만 의존하지 못하는 이유도 존재한다. 그 이유는 두 번째 착각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로, 핵을 가진 북한에 '힘에 의한 평화'는 무모한 군사적 모험에 가깝다. 한국군과 한미동맹이 재래식 전력에서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해도 북한의 핵무장은 분명 강(强) 대 강(强)의 군사적 대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은 지난 6월 공개한 2023년 연감에서 북한이 3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대 70기의 핵탄두를 조립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핵무기가 안보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핵무기는 여전히 안전보장의 끝판왕이다. 핵을 가진 국가와 힘으로 대결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도박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북한의 핵 보유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해도, 현실적으로 핵으로 무장한 북한을 상대로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는 것은 냉정을 잃은 무모한 선택이다.

세 번째로, 우리는 수도 서울이 휴전선에 너무 가깝다는 군사적 취약성을 갖고 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압도적 힘으로 대응할 것이라 공언해 왔다. 북한의 도발에 더 큰 힘으로 보복한다면 속은 시원할지 모른다. 그러나 남북의 작은 충돌이 군사 대결로 확대된다면 어떨까?

관련하여 필자는 대북 강경정책을 주창하는 극우 인사의 통일부, 국방부 장관 임명이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 대북 심리전 재개와 연동되며 군사적 모험주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바 있다(관련 기사: 남북 충돌 불사하는 듯한 윤 정부, 위험 신호 3가지, https://omn.kr/25urg).

한미동맹이 아무리 촘촘한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했다 하더라도 서울은 북한의 장사정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은 5500여 문의 야포와 5500여 문의 다련장·방사포, 그리고 100여 기의 지대지 유도무기 발사대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여당(국민의 힘)이 추진하는 '메가 서울'이 실현된다면 서울은 북한의 단거리 포사격에도 직접 노출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군사적 모험주의 막아야

윤석열 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보여줬던 어퍼컷(uppercut) 세레모니 만큼이나 속이 시원할지 모른다. 하지만 냉정함을 잃은 군사적 모험주의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다는 점에서 위험천만하다.

한반도에서 평화를 지키는 것은 그만큼 어렵고 인내를 요구하는 일이다. 필자는 윤석열 정부가 '담대한 구상'에서 제시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의 동시적, 단계적 이행을 다시 추진하길 제안한다. 그 시작은 통일부와 국방부 장관의 교체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오디세이>, <한반도 스케치北>,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태그:#윤석열, #힘에의한평화, #담대한구상, #모험주의,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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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정일영 연구교수입니다. 저의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오디세이],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평양학개론], [한반도 스케치北], [속삭이다, 평화] 등이 있습니다. E-mail: 4025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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