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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팔현습지 위로 겨울해가  떠오른다. 그 겨울강에서 철새들이 놀고 있다.
 금호강 팔현습지 위로 겨울해가 떠오른다. 그 겨울강에서 철새들이 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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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촌종합복지관 '함께 GREEN 동촌'의 환경교육프로그램인 꾸러기환경탐사대가 지난 18일 발족했다. 이날부터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대구 동촌이란 지역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이날 그 일환으로 동촌과 가장 근접한 자연인 금호강을 돌아보기 위해서 팔현습지를 찾았다. 30여 명의 동촌의 '꾸러기' 아동들이 모였다. 초등 2학년에서부터 6학년까지 그 구성도 다양했다.

'꾸러기환경탐사대'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다

이 다양한 꾸러기들이 팔현습지에서 가장 먼저 만난 건 그들만큼이나 다양한 팔현습지의 겨울철새였다. 쇠오리, 알락오리, 청둥오리, 비오리 등 다양한 오리들이 겨울 팔현습지를 찾았다. 특히 허리춤에 녹색 완장을 찬 쇠오리는 머리에 녹색 띠를 두른 채 겨울 강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오리들만의 잔치로 만들기 싫었던지 백할미새 두 마리가 재바르게 왔다갔다하고 후투티 두 마리도 어디서 갑자기 휙 날아왔다. 저 멀리 백로는 물고기 사냥을 하는지 구경을 하는지 흐느적흐느적 금호강 팔현습지를 거닐고 있었다. 평화, 그 자체였다. 
 
꾸러기들이 필드스코프를 통해 야생 오리들의 생생한 아름다움을 들여다보고 있다.
 꾸러기들이 필드스코프를 통해 야생 오리들의 생생한 아름다움을 들여다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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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팔현습지를 만난 꾸러기들이 습지의 새들을 관찰하고 있다.
 금호강 팔현습지를 만난 꾸러기들이 습지의 새들을 관찰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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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그 생생한 모습을 필드스코프(망원경)를 통해 들여다봤다. 세찬 바람으로 체감온도는 낮았지만 겨울 채비를 단단히 한 아이들은 재기발랄함으로 이 겨울을 즐겼다.

경기도 파주에서 '꾸룩새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새 덕후' 정다미 소장과 임봉희 부소장은 먼 거리를 달려와 꾸러기환경탐사대를 '아름다운 철새의 세계'로 안내해줬다.

우선 철새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을 시작으로, 그 특징과 습성에 대해 아이들에게 조곤조곤 들려줬다. "이 나라의 희망은 아이들에게 있다"는 그래서 그 "아이들이 자연과의 접면을 더욱 넓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되기를 꿈꾼다"는 이들이다. '꾸룩새'는 수리부엉이의 애칭인데, 정다미 소장은 집 부근에 사는 수리부엉이 탐사을 시작으로 그곳을 찾아오는 수많은 새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면서 새박사가 됐다.

이화여대 생물학과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정다미 소장이 대구까지 달려온 건 금호강 팔현습지의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운 팔현습지의 생명들 때문이었다. 그들을 보러 왔다가 이날의 주인공인 우리 꾸러기들도 만나기로 한 것이다.
 
다양한 겨울철새들이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았다.
 다양한 겨울철새들이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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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은 비오리들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은 비오리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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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새인 쇠오리의 아름다운 모습
 겨울철새인 쇠오리의 아름다운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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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이어 강촌햇살교를 통해 팔현습지로 향했다. 바람이 심하게 불었지만, 팔현습지는 그래도 묵묵히 그 자리에 있었고, 그 안의 뭇생명들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강촌햇살교를 건너며 낮은 물길을 유유히 유영하는 강준치와 잉어 같은 물고기 무리도 보았다. 다리를 건너자 이내 팔현습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공과 자연이 함께 엉켜있는 이곳은 얼마 전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세워둔 입간판으로 그 이름을 명확히했다. 아이들과 함께 팔현습지 입간판을 보면서 필자는 습지에 드는 몸가짐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곳이 팔현습지예요. 습지에는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요. 강 안에는 물고기서부터 조개, 다슬기에서부터 물밖 숲에는 삵과 수달과 너구리, 고라니 같은 다양한 야생의 친구들이 살아요. 그 친구들이 지금은 잠을 자고 있어요. 그러니 우리가 습지에 들 때는 조용조용해야 해야겠지요? 그래야 그 친구들이 잠을 깨지 않고 놀라지 않으니 조용히 해줄 수 있지요?"
 
팔현습지에 눈이 내렸다.
 팔현습지에 눈이 내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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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하천숲을 통해 팔현습지를 들여다본다.
 팔현습지 하천숲을 통해 팔현습지를 들여다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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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조용해졌지만 이내 또 재잘거림이 들려왔다.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다. 이 꾸러기들과 맨먼저 들른 것은 우측의 하천숲이다. 왕버들과 수양버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이곳은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자연성이 그대로 살아있는 공간이다.

겨울인데도 파릇파릇한 식물들이 바닥에 녹색 융단을 깔아줘 지금이 겨울인지 봄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풍경을 선사해줬다. 그 풍경을 감상하면서 강가에 접어든다.
    
그곳에서 강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강물이 흐르는 금호강을 만날 수 있었다. 사실 금호강은 이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거의 시궁창에 가까웠던 죽은 하천이었다. 섬유산업이란 산업화의 현장이었던 대구를 관통하는 강이었기에, 당시엔 거의 하수구로 기능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2000년대 접어들면서 되살아나기 시작한 금호강은 지금은 거의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그 증거가 이 많은 야생의 존재들이다. 아이들은 물속에서 잡아나온, 어른 손바닥만한 민물조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탐사에 나섰다. 민물에 조개가 산다는 것을 신기해하는 아이들에게 조개를 직접 만져보라고 했다. 이 조개에 납자루란 물고기가 알을 낳는다는 야생의 신비도 들려주면서.

팔현습지의 깃대종 수리부엉이를 만나다

조개를 다시 물속에 넣어준 뒤 하천숲을 통해 하식애(河蝕崖) 절벽 앞으로 접어들어 팔현습지의 명물이자 깃대종인 수리부엉이를 만났다.
 
꾸룩새연구소 정다미 소장이 꾸룩이 수리부엉이에 대해 아이들에게 설명해주고 있다.
 꾸룩새연구소 정다미 소장이 꾸룩이 수리부엉이에 대해 아이들에게 설명해주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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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식애 절벽에서 잠을 자고 있는 수리부엉이 수컷 팔이. 이곳에는 팔이와 현이라는 수리부엉이 부부가 살고 있다.
 하식애 절벽에서 잠을 자고 있는 수리부엉이 수컷 팔이. 이곳에는 팔이와 현이라는 수리부엉이 부부가 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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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스코프를 통해 본 수리부엉이 '팔이'는 수컷으로, 하식애 상단 그들만의 공간에서 마치 파수병처럼 꼿꼿이 서서 아래 팔현습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필드스코프를 통해 자세해 보니 꾸벅꾸벅 잠을 자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날 수리부엉이를 난생처음으로 만났다. 아이들도 이 특별한 존재에 대해서 눈여겨보는 것 같았다. 이어 꾸룩새연구소에서 직접 공수해온, 수리부엉이가 내뱉은 '팰릿'으로 아이들은 수리부엉이 심화 학습에 들었다.

수리부엉이는 먹고 삼킨 것들 중 소화되지 않는 것들을 다시 내뱉는데, 그것을 팰릿이라 부른다. 이것을 보면 녀석들이 뭘 잡아먹고 사는지를 알 수 있다. 정다미 소장과 임봉희 부소장은 각각 팰릿 하나씩을 들고 아이들과 함께 직접 해부한 뒤 그 안에 든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하나는 작은 새를 먹고 내뱉은 것으로 그 안에는 새의 뼈와 두개골 등이 있었다. 

또 다른 하나는 들쥐를 먹고 뱉은 것으로, 쥐의 털과 역시 뼈가 잔뜩 들어있었다. 아이들은 그 분해 과정을 신기한 듯 들여다봤다. 살아있는 현장 교육이 아닐 수 없다. 절벽 한 곳에서 졸고 있는 수리부엉이를 직접 만나고, 그 녀석이 뱉어놓은 팰릿을 통해서 녀석들이 뭘 먹고 사는지를 생생해 보고 익힌 것이다.
 
아이들이 유심히 지켜보는 가운데 꾸룩새연구소 임봉희 부소장이 팰릿을 분해하고 있다.
 아이들이 유심히 지켜보는 가운데 꾸룩새연구소 임봉희 부소장이 팰릿을 분해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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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릿을 분해 나온 동물들의 뼈
 팰릿을 분해 나온 동물들의 뼈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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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수리부엉이는 백수의 제왕답게 팔현습지의 터줏대감이자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이 수리부엉이가 이곳 팔현습지에서 영원히 살 수 있도록 아이들과 함께 기도하는 심정으로 외쳐봤다.

"금호강 팔현습지는 수리부엉이의 집이다!"
"금호강은 야생동물들의 집이다."


그러나 수리부엉의 집 팔현습지에 위기가 닥쳤다. 하식애 절벽 앞으로 환경부가 교량형 산책로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8m 높이의 산책로가 들어서게 되면 이들 수리부엉이 부부는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아이들과 함께 곧 포란(알을 낳아 품는 것)에 들 수리부엉이 부부의 영원한 안녕을 빌어본 시간이었다. 환경부가 이들 수리부엉이 부부 때문이라도 생각을 바꾸어 '삽질'을 중단해 꼭 이곳이 지켜지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아이들이 수리부엉이 부부를 꼭 기억해주기를 희망해보면서.
 
팔현습지의 깃대종이자 터줏대감인 수리부엉이 '팔이'의 모습
 팔현습지의 깃대종이자 터줏대감인 수리부엉이 '팔이'의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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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팔현습지의 상징인 수리부엉이 암텃 '현이'의 모습
 금호강 팔현습지의 상징인 수리부엉이 암텃 '현이'의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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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금호강팔현습지, #수리부엉이, #꾸룩새연구소, #팰릿, #대구동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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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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