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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만은 지키자 시상식에서 금호강 팔현습지는 환경기자들이 주는 특별상인 한국환경기자클럽상을 수상했다.
 이곳만은 지키자 시상식에서 금호강 팔현습지는 환경기자들이 주는 특별상인 한국환경기자클럽상을 수상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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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은 금호강 팔현습지가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관하는 '이곳만은 지키자' 시민공모전 시상식에서 환경기자들이 주는 특별상인 '한국환경기자클럽상'을 받은 날이었다. 환경기자들이 사실 환경 현안과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고 이들이 주는 상이라 더욱 특별하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이름으로 공모전에 참여했기에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인 필자는 그 일원으로 함께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런 소식이 미리 전해져서인가. 주말을 이용해 팔현습지를 다녀간 사람들이 많았다. 토요일과 일요일 60여 명의 대구시민들이 팔현습지를 찾았다. 8일엔 대구 앞산 바로 밑에 자리잡은 '예수성심시녀회' 소속 수녀 열네 분이 팔현습지를 찾아 팔현습지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강에 들어가 조개와 재첩도 잡아보고, 맑은 강물이 흘러가는 여울목에서 강의 세찬 흐름을 몸소 느껴보기도 했다.

수녀들은 아이들같이 마냥 즐거워했다. 그러면서 이구동성으로 "강이 이렇게 맑을 줄 몰랐다"고 감탄했고, 한 수녀는 "조개는 갯벌에만 사는 줄 알았는데 강에도 이렇게 큰 조개가 산다니 정말 신기하다"고 했다. 또 다른 한 수녀는 "내년 여름엔 꼭 다시 와서 이곳에서 강수욕이라도 즐겨봐야겠다"며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예수성심시녀회 수녀들이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아 직접 강으로 들어서 금호강을 살펴보고 있다
 예수성심시녀회 수녀들이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아 직접 강으로 들어서 금호강을 살펴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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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들이 직접 금호강으로 들어와 조개와 재첩을 찾고 있다.
 수녀들이 직접 금호강으로 들어와 조개와 재첩을 찾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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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금호강은 사실 산업화 시절을 거치면서 거의 죽은 강이었다. 그 시절인 1980년 준공된 영천댐의 영향과 섬유산업이 발달한 대구였기에 금호강을 따라 우후죽순 들어섰던 섬유공장들로 인해서 금호강은 서서히 죽어갔다. 급기야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치솟을 정도로 시궁창으로 전락한 하천이었다.

그런 금호강이 대구서 섬유산업이 쇠퇴하며 오염원이 사라지고 2000년 12월 영천댐이 안동의 임하댐과 도수관로로 연결되면서 임하댐에서 많은 용수를 공급받게 돼 하루 25만 9000톤의 하천유지용수를 방류하기 시작하자 그때부터 스스로 되살아나기 시작해서 지금은 조개와 재첩 그리고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 물고기 얼룩새코미꾸리까지 되돌아올 정도로 수질과 수생태계가 획기적으로 좋아졌다. 

이날 예수성심시녀회 수녀들이 확인한 것은 금호강의 완벽한 부활의 현장이었다. 그 부활의 현장인 금호강에 종교인인 수녀들이 들어서 있는 모습은 굉장히 상징적 장면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열심히 조개를 찾고 있는 예수성심시녀회 소속 수녀들
 열심히 조개를 찾고 있는 예수성심시녀회 소속 수녀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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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안에 자라고 있는 조개를 주워 들고 즐거워하고 있는 수녀들.
 금호강 안에 자라고 있는 조개를 주워 들고 즐거워하고 있는 수녀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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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 나온 수녀들은 수리부엉이가 산다는 하식애 절벽을 한참을 바라보며 구경한 다음 팔현습지의 핵심 생태구간이자 멸종위기 야생동식물들의 마지막 피난처라 일컬어지는 '숨은서식처' 왕버들숲으로 향했다.
  
수리부엉이가 사는 하식애를 지나 왕버들숲으로 가는 수녀들
 수리부엉이가 사는 하식애를 지나 왕버들숲으로 가는 수녀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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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년 된 오래된 이 숲을 환경부가 밀어버린다고?

실지로 이 숲에선 지난여름 수리부엉이 유조들(새끼)이 나뭇가지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고, 깊은 산중에서나 볼 수 있는 담비가 목격된 곳이기도 하다. 생태적 온전성이 살아있는 원시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간직한 숲이 바로 팔현습지 왕버들 숲인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2015년 환경부 조사결과 이곳에 서식하는 왕버들이 무려 393년 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여름 뜨거운 태양을 피해 이 숲에 들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적당히 불어오는 강바람을 맞으면서 이곳 왕버들숲에 들어서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요 피서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팔현습지 왇버들숲 393년 된 원시자연성이 오롯이 살아있는 숲이다
 팔현습지 왇버들숲 393년 된 원시자연성이 오롯이 살아있는 숲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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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녀들은 이 오래된 숲에서도 "대구 도심 가까이 이런 곳이 있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393년이나 된 이 오래된 숲을 환경부가 '삽질'을 하다니 도대체 말이 안된다"며 감탄과 개탄을 연발하면서 이 숲의 가치를 오롯이 체험했다.

아닌 게 아니라 수녀들의 우려 그대로 국가하천 금호강을 관리하고 있는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곳 왕버들숲이 서 있는 이곳과 하식애 절벽 앞으로 8미터 다릿발을 세워서 1.5킬로미터에 이르는 교량형 탐방로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곧 착공을 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관련 기사 - 멸종위기종 담비의 '숨은서식처', 이곳을 없애려 한다니요)
 
왕버들숲에서 연극대본 <팔현 반상회>를 읽고 있는 수녀들
 왕버들숲에서 연극대본 <팔현 반상회>를 읽고 있는 수녀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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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수녀들은 필자가 준비해간 연극 대본 <팔현 반상회>(대구의 젊은 예술인 5인이 만든 연극 대본으로, 팔현습지의 야생동식물들을 의인화하여 반상회를 벌이면서 이곳에 벌어지고 있는 개발사업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간다)를 함께 읽으면서 직접 팔현습지의 '생명'이 돼 이 사태를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곤 팔을 걷어부치고 지난 장마철 떠내려온 인간 생활 쓰레기들 줍기 시작했다. 이른바 플로깅을 한 것으로 어지러이 널렸던 하천 쓰레기들을 주워내자 강은 말끔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하천 쓰레기들을 주워 담고 있는 수녀들
 하천 쓰레기들을 주워 담고 있는 수녀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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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버들숲에서 구호도 함께 외쳤다. 금호강은 야생동물의 집이다. 금호강 삽질을 멈춰라!
 왕버들숲에서 구호도 함께 외쳤다. 금호강은 야생동물의 집이다. 금호강 삽질을 멈춰라!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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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수녀들은 왕버들숲 현장에서 함께 "금호강을 야생동물의 집이다. 금호강 삽질을 멈춰라!" 크게 외친 후 슈퍼제방 공사를 예고한 지점까지 둘러보고 은행나무숲 앞에 잠시 모여서 이날 함께한 소감을 간단히 남겨주었다.

"공감도 하고 옛날에 시골에서 물놀이하는 생각이 많이 났었는데 뭐라고 해야 될까 고향에 온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서 제 개인적으로는 그런 감사함이 있었고 도시 한가운데 이런 게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와서 직접 (강물에) 발도 담아보고 또 쓰레기도 줍고 또 수녀님들이랑 같이 이렇게 하는 그런 걸 느끼면서 제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우리가 지켜야 될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마리쟌 수녀)

"네 저도 시골에서 살아서 이런 풍경에 대해서 되게 그리움이 많은데 이렇게 볼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고요. 그냥 지킬 수 있는 거는 정말 우리 힘을 모아서 지켰으면 좋겠어요. 그런 것들이 자꾸 없어지는 게 되게 마음 아픈 사람 중에 한 명인데 저도 같이 작은 거지만 힘을 보탤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우비아 수녀)

 
▲ 팔현습지를 지켜주세요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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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의 질서를 지켜서 인간과 야생이 더불어 살자

전날인 7일엔 금호강 바로 지척에 있는 대구 동구의 풀뿌리 조직인 '안심마을사람들' 소속 회원 가족들 40명이 팔현습지를 찾아 수녀들처럼 이 일대를 한바퀴 함께 둘러보면서 다양한 뒷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분은 교회 다니시는 어른이었는데 그는 "포크레인 중장비 운전했는데 이런 곳이 있는 줄 처음 알았고 이런 곳에 중장비로 '삽질'을 벌여서는 안된다. 공사가 중단되어서 도심 속 아름다운 이곳을 잘 보존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을카페에서 일하는 한 청년은 "산과 강이 연결되어 있는 이런 자연환경은 꼭 지켜지면 좋겠고 보통은 교외로 나가야 이런 곳을 볼수 있는데 여기는 시내 가까이에 있어 참 좋았다"며 "꼭 함께 지켜내고 꼭 다시 찾아오겠다"며 다짐했다.
 
안심마을사람들 가족들이 팔현습지 왕버들숲을 둘러보고 있다
 안심마을사람들 가족들이 팔현습지 왕버들숲을 둘러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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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날 안심마을사람들 팔현습지 탐방 계획을 기획하고 준비한 류경원 씨는 "야생동물과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한다. 야생돌물들에게 꼭 필요한 곳인 팔현습지를 사람만 사용하는 공사보다는 다른 방식의 생태적 이용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런 다양한 소회에 대해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화답했다.

"인간의 길이 있고 야생의 길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건너편 동구 쪽은 사실은 개발이 많이 됐다. 그래서 저기는 인간이 이용하고, 이쪽(수성구)은 사실 보시다시피 다 산이 있고 숲이다. 마을은 저 산 너머에 아주 작게 있다. 그래서 이 공간은 야생에게 오롯이 넘겨주는 것이 맞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고 그래서 그걸 잘 지키면 더불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이 된다. 그 공존의 질서를 지키는 일에 함께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이처럼 팔현습지 탐방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보다 많은 시민들이 직접 와서 팔현습지의 아름다움과 그 가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그래서 환경부가 제발 각성하고 '삽질'을 멈춰주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안심마을사람들 가족 40명이 팔현습지 왕버들숲에서 함께 외치고 있다.
 안심마을사람들 가족 40명이 팔현습지 왕버들숲에서 함께 외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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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탐방 관련 문의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053-426-3557, 010-2802-0776)


태그:#금호강 팔현습지, #예수성심시년회, #안심마을사람들,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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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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