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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9일 대한민국 서울 이태원에서는 안전관리 미흡으로 159명이 압사하는 끔찍한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위원회는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난 총괄, 지휘업무의 책임자인 행정안전부장관의 법적·실질적 책임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탄핵 심판의 사회적·헌법적 의미를 짚어보려 합니다.[기자말]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11일차 단식농성중인 최선미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이 지난 6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의 건 통과를 지켜본 뒤 얼굴을 감싸쥔 채 흐느끼고 있다.
▲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눈물 터진 유가족들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11일차 단식농성중인 최선미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이 지난 6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의 건 통과를 지켜본 뒤 얼굴을 감싸쥔 채 흐느끼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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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는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참사가 되풀이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법률 용어로서 '사회적 참사'는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 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막상 해당 법률에 그 개념 정의는 없다. 다만,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의 명시적인 공통 요소는 "다수의 희생자와 피해자"의 발생이다. '참사'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생명을 잃은 다수의 희생자가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해당 법률에서는 가해자 또는 책임의 주체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진상을 규명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법적인 책임 문제가 뒤따름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회적'이란 형용사가 단순 수식어가 아니라면, 사회적 참사에 대한 접근은 국가의 정치적 책임을 전제로 법적 책임 그리고 국가의 배상 또는 보상 책임을 포함해야 한다. 사회적이면서 공적(公的)인 사안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참사에 대한 법적 조치는 진상규명, 관련자의 형사 또는 징계 문책, 국가의 배·보상, 재발 방지 대책, 사회적 기억 등 필수적인 요소를 법률에 담아내야 한다. 특히 국가의 책임은 법적·정치적·경제적 치유와 돌봄 등 해당 시점에서 국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하도록 명시해야 한다. 시민의 인권을 중심에 놓는 헌법 체제는 그렇게 한발씩 진보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참사의 예방에서도,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서의 사후 수습에서도, 그 이후의 책임에서 국가가 등장하지 않는다. 부작위의 폭력이다. 오히려 정부는 국가의 책임을 은폐하려고 피해자들을 사찰하거나 비난하며 적극적으로 폭력을 가한다. 피해자들이 온몸을 던져 목소리를 내야 겨우 특별법을 제정한다. 알맹이 없는 특별법은 국가의 '부재 방증'(알리바이)이자 무책임의 방증이면서 결국은 자기 사면이다. 이러한 무책임의 되풀이가 사회적 참사의 악순환을 낳는다.

국가의 존재 이유, 시민의 생명을 보존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것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5월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사건 첫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5월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사건 첫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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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존재 이유는 시민의 생명을 보존하고 안전을 확보함에 있다. 사회적 참사는 당연히 국가의 책임이다.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국가는 지속한다. 과거 국가의 실책은 망각할 수 없고, 단절하지 않으면서 계속 이어진다.

과거와 같은 유형의 사회적 참사가 다시 일어났다면, 국가의 운영에 책임 있는 공직자들은 누적돼 가중된 책임을 져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 영역에서의 책임 공동화(空洞化), 관료적인 무책임 그리고 기업과 사회 영역에서 무책임과 조직적 부작위 구조에 기인한다. 이태원 참사는 관료적인 무책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조직적 부작위 구조 그리고 양 정부 사이에서 협동의 부재로 인한 책임 공동화 탓이다.

공권력은 다양한 사안의 발생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법치주의는 일정한 조건에서 행정청의 처분을 의무화하거나 금지함으로써 구속하면서 동시에 행정이 처리할 수 있는 재량(裁量)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편이다. 다만 재량의 영역은 규율 없는 상태가 아니라 헌법 규범에 따라 시민의 자유를 인정하는 의미에서는 공권력 행사의 자제(과잉 금지)를, 사회적 권력관계에서 시민의 자유를 보호하거나 개인의 자유를 실현하는 영역에서는 적극적인 국가의 돌봄 조치를 명령하는 방향성이 있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 경향이 짙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와 같은 정치적 영역에서 국가는 억압적으로 작동하는 한편 국가의 지원을 요청하는 영역에서는 복지부동(伏地不動)으로 대응하기 일쑤다. 엄벌주의의 횡행은 국가의 무능함을 은폐하는 것이다. 법치주의에서 공권력 재량은 인권에 터 잡은 민주주의 구현을 최우선 가치로 할 때 헌법에 부합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에 대한 탄핵은 국가의 연속선 위에서 사회적 참사에 대한 사전적 예방, 해당 사건 시점에서 대처, 사건 발생 이후의 수습 과정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뿐만 아니라 공직자로서 책임을 부정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 추궁의 한 방법이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국회의 해임 건의를 무시하는 상황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관점에서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직무를 총괄하는 공직자로서 부여했던 신뢰를 회수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헌법에 구현된 주권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헌법재판소의 재량적 판단 또한 제한적이다.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에 대한 탄핵 심판은 이상민이라는 자연인이 아니라 행정안전부장관의 직을 맡은 공직자로서 국가의 연속선상에 있는 책임이다. 공직을 수행하는 자연인은 개별적이고 단절적이지만 공직 자체는 연속한다. 따라서 행정안전부장관은 이태원에서 다수의 사람이 운집할 것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과거 있었던 사회적 참사를 반면교사 삼아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치를 해야 하는 헌법적 책무가 가중돼 있었다.

10.29 이태원 참사의 재발을 막으려면
 
지닌 5월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이 열리고 있다. 2023.5.9 [공동취재]
 지닌 5월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이 열리고 있다. 2023.5.9 [공동취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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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책임을 공무원 개인의 고의 또는 과실 책임으로 한정하거나 공무원 개인의 문책 없이 국가의 배·보상 책임으로 대체할 수 없다. 사회적 참사의 국가책임을 실무 담당의 개별 공무원으로 분산한다면, 국가 작용에서 정책 결정자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고위 공직자가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책임을 확보할 수 없다. 그것은 시민의 인권이 땅바닥에 떨어지고 공무원 또는 국가는 광범위하게 면책됨으로써 고위 관료가 국민 위에 군림하는 반민주적인 위헌 상황으로 추락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국민의 안전 관련 주무 부처의 장으로서 행정안전부장관을 탄핵하는 것은 사회적 참사에 대한 국가책임을 인정하는 방안 중 필수 불가결의 일차적인 수단이다.

법치주의의 중심은 입법이다. 국민대표기관인 국회에도 입법자로서 재량권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국회의 입법재량을 넓게 인정하는 편이다. 그러나 주권자인 국민의 관점에서는 입법재량 역시 제한적이다. 국회가 국민이 필요한 법률을 제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제기하지 못하거나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라고 결정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주권자에 대한 위헌의 정치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제까지 사회적 참사에 대한 국회의 입법은 정치인들의 흥정과 거래 그리고 입법기술자들의 관성에 갇혀 있다.

국회는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에서 전적으로 피해자 인권의 보장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피해자의 인권은 먼저 사건의 진실 규명에 대한 권리로서 조사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포함한다. 두 번째는 정의에 대한 권리로서 배·보상 재판을 청구할 권리, 사고 원인 또는 피해 확산 관련자의 민·형사 책임과 행정적·정치적 책임을 추궁할 권리 보장을 포함한다. 마지막은 배상에 대한 권리로서 원상회복, 금전배상, 재활, 재발 방지의 보증을 포함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 고용·교육 및 사회적 편익 등 기회의 상실, 물질적인 손해와 잠재적 소득의 상실을 비롯해 소득의 상실, 정신적 고통, 법적·의료적·심리적·사회적 서비스에 드는 비용을 포함하며, 재활 조치로서는 의료적·심리학적 보살핌뿐만 아니라 법률적·사회적 서비스까지 포함한다(이재승, 세월호 참사와 피해자의 인권, 민주법학 제60호(2016.3), 145~179쪽 참조).

사회적 참사에 대한 예방과 대응 그리고 이후 조치 문제는 대한민국의 영토 안에서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의 문제다. 사회적 참사에서 사건의 원인은 물론 사회적 구조와 국가의 대응 체제의 원인까지 분석·평가하고, 관련자에 대한 다양한 책임을 추궁하며, 피해자에 대한 다양한 구제 조치를 한 다음에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잊지 않고 성찰하며 기억한다면, '사회적 참사'의 트라우마를 당사자들은 물론 온 국민이 짊어져야 하는 파국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주권자의 명령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사건에 대한 2차 변론이 열린 5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기자브리핑을 열고 재난, 안전관련 책임 외면한 이상민 장관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사건에 대한 2차 변론이 열린 5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기자브리핑을 열고 재난, 안전관련 책임 외면한 이상민 장관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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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의 탄핵을 통한 파면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상민 장관의 파면 이전이라도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 수반으로서 이태원 참사의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책임을 인정한 다음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

법원은 이태원 참사 관련 재판이 열린다면 사회적 참사에서 국가책임은 중대한 인권침해이므로 기존의 국가책임 범위를 넘어서는 법리를 전개해야 한다.

국회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물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참사에 대해 공직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고 국가의 배·보상 책임 등을 포괄하는 사회적 참사 관련 법제를 제정 또는 개정하는 등의 정비를 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 참사 관련 기구를 구성하는 경우 단순히 여야의 재량에 위원 구성권을 맡겨서는 안 되고 피해자의 인권 관점에서 피해자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구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의 위험을 피하기 어렵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에 대한 파면은 인권의 주체이자 주권자인 국민이 살아 있고 국가가 시민을 위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오동석씨는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이 기사는 10.29 이태원참사 홈페이지(www.1029act.net)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태그:#1029 이태원참사, #이태원참사, #특별법
댓글15
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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