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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에서 목격된 멸종위기종 수리부엉이. 고모지구 하천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엔 누락된 멸종위기종으로, 환경영향평가 부실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팔현습지에서 목격된 멸종위기종 수리부엉이. 고모지구 하천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엔 누락된 멸종위기종으로, 환경영향평가 부실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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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 나무 쪽으로 날아간 저 덩치 큰 새는 뭐지?"

일몰 무렵, 산중턱에서 불현듯 날아든 큰 새 한 마리를 보고 놀란 필자가 소리쳤다. 틀림없는 맹금류 같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너무 궁금했다. 애가 탔다. 그러나 궁금증이 해소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멸종위기종 수리부엉이의 등장... 드러난 진실

덩치 큰 초대형 맹금류가 곧 다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녀석은 산중턱의 암벽 위에 다시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은 수리부엉이였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환경부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조류다. 또한 천연기념물로 문화재청의 특별 보호를 받고 있는 조류이기도 하다. 환경부와 문화재청의 동시 보호를 받고 있는 귀한 법정보호종인 것이다.

법정보호종 수리부엉이가 대구 고모지구 하천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팔현습지 보도교 조성공사 예정구간에 떡 하니 나타난 것이다. 그리곤 마치 "내가 여기 있는데 이곳에 무슨 공사를 한다고?"라고 소리치고 있는 듯했다.

놀라운 발견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리부엉이는 본 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엔 빠져 있는 종이다. 누락된 것이다. 얼룩새코미꾸리에 이어 두 번째 법정보호종의 누락이다. 부실 환경영향평가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산중턱의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 수리부엉이. 이 일대에 녀석의 서식처로 조사 시간 3일 연속으로 목격됐다.
 산중턱의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 수리부엉이. 이 일대에 녀석의 서식처로 조사 시간 3일 연속으로 목격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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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난 9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소속 활동가들과 함께한 금호강 팔현습지 생태 탐방 당시와 10일과 11일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아래 금호강 공대위)의 연속된 현장조사에서도 각각 확인됐다. 

3일 연속해서 수리부엉이 한 쌍(두 마리)이 계속 목격된 것인데, 이를 바탕으로 생각했을 때 이 일대에 수리부엉이의 서식처가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다.

이로 인해 170억 원 교량형 보도교 건설사업을 포함한 낙동강유역환경청의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정비사업(정식 명칭은 '금호강 사색이 있는 산책로 조성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 수리부엉이는 고모지구 하천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누락된 멸종위기종으로, 빠트리기 어려운 대형 조류의 누락이란 측면에서 '환경영향평가 부실 의혹'이 강하게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멸종위기종 수리부엉이가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
 멸종위기종 수리부엉이가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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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박호석 '금호강 공대위' 공동대표는 "수리부엉이처럼 대형 조류를, 그것도 두 개체나 누락했다는 것은 환경영평평가가 엉터리로 진행됐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면 "이미 이 사업 환경영향평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얼룩새코미꾸리도 누락시켰었는데, 이것으로 미뤄보아 환경영향평가가 엉터리로 진행된 것이 명확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협의 기관인 대구지방환경청은 차제에 환경영향평가 협의회인 '거짓·부실 검토 전문위원회'를 꾸려서라도 부실하게 진행된 환경영향평가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벌이는 대구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정비사업에 대한 논란이 연일 뜨겁다. 이 사업은 민가도 거의 없는 곳에 총 길이 3.77㎞에 이르는 기존 5미터 제방을 폭 7미터로 2미터 넓힌 슈퍼제방을 건설하는 사업과 원래 길이 없던 산지 절벽 앞으로 1.54㎞에 이르는 교량형 보도교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구성된다. 총 공사비가 367억원에 이르고, 논란의 핵심인 보도교 건설사업에만 17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팔현습지 핵심 생태 구간인 무제부 산지 절벽 앞으로 길을 내는 것은 저곳에 서식하고 있는 수리부엉이를 내쫓는 것과 마찬가지다. 환경부가 이런 사업을 벌여서는 안되는 이유다.
 팔현습지 핵심 생태 구간인 무제부 산지 절벽 앞으로 길을 내는 것은 저곳에 서식하고 있는 수리부엉이를 내쫓는 것과 마찬가지다. 환경부가 이런 사업을 벌여서는 안되는 이유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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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17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국민혈세로 대구의 3대 습지로 일컬어지는 팔현습지의 가장 핵심 생태 구간을 건드리는 새로운 길을 내려고 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환경단체 등과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다.

고모지구 하천정비사업 원점에서 재검토 돼야
  
이날 함께 현장을 둘러본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은재식 공동대표는 "이 사업이 그대로 강행될 시 법정보호종들의 서식처도 교란될 뿐 아니라 습지 제일 안쪽에 아름드리 왕버들 숲도 전부 베어질 예정이라 하는데, 도대체 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가 뭘 하는 부서인지 묻고 싶다"라며 "수령이 최소 50년 이상은 돼 보이는 왕버들 숲과 법정보호종의 서식처까지 망가트리는 하천공사를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고집한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소속 활동가들이 팔현습지 왕버들 숲을 찾아 공사가 시작되면 모두 베어질 위기에 처한 왕버들 숲을 둘러보고 있다. 이들은 각자 한 나무씩 정해서 향후 공사가 시작되면 온몸으로 지켜내기로 결의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소속 활동가들이 팔현습지 왕버들 숲을 찾아 공사가 시작되면 모두 베어질 위기에 처한 왕버들 숲을 둘러보고 있다. 이들은 각자 한 나무씩 정해서 향후 공사가 시작되면 온몸으로 지켜내기로 결의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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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공사 예정 구간은 길이 없는 산지 절벽으로 원래 사람이 다니지 않았던 곳이라, 새로운 길을 내달라는 요구가 어떻게 갑자기 튀어나왔는지가 의아스러울 따름이다.

이날 공사 예정 구간을 모두 돌아본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장지혁 운영위원장은 "원래 길도 없는 산지 절벽인 이 앞으로 새로운 길을 내달라는 주민들의 주장이 나온 배경이 이해되질 않는다"라며 "이곳에 한 번만이라도 와본 주민들이라면 그같은 요구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석 금호강 공대위 공동대표는 "논란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이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원점 재검토가 필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막대한 국민혈세 탕진에다가 멸종위기종 서식처 파괴 문제까지 중첩돼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는 결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멸종위기종 수리부엉이가 팔현습지 산지 절벽 위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이 땅은 내 영역이라고 시위를 하고 있는 듯하다.
 멸종위기종 수리부엉이가 팔현습지 산지 절벽 위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이 땅은 내 영역이라고 시위를 하고 있는 듯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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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팔현습지는 거의 전 구간이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현재까지 확인된 법정보호종만 해도 이번 수리부엉이까지 7종에 이른다. 보전 가치가 충분한 습지로 지금도 너무 과도하게 개발돼 복원이 필요한 구간이지 새로운 개발이 이루어질 수 없는 곳이다.

개발을 할 수 있는 곳이 있고, 개발해서는 안되는 곳이 있다. 특히 팔현습지 무제부 구간인 산지 절벽 쪽으로는 어떠한 개발도 이루어져선 안 된다. 때마침 그 구간에 수리부엉이 부부가 출몰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다. 멸종위기종 보호에 앞장 서야 할 환경부로서 이 사업을 강행한다는 것은 모순적 상황이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시급한 결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금호강, #팔현습지, #낙동강유역환경청, #수리부엉이, #환경영향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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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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