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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의 앞마당에 조성된 용산 어린이정원 개방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 용산어린이정원 개방 기념식수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의 앞마당에 조성된 용산 어린이정원 개방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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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 1년, 곳곳에서 비명과 통곡 소리가 들린다. 대통령이 '건폭'이라 매도한 건설노동자는 노동절(5.1.)에 분신해 그 다음날 숨졌고, 지난해 10월 이태원에 있던 시민 159명은 목숨을 잃었다. 줄줄이 오르는 가스·전기·수도 등 공공요금에 서민들의 한숨과 시름은 깊어만 간다. 지난해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인 472억 달러(약 60조)에 달하고 올해도 매달 큰 적자가 이어지는 중이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부터 논란이 많았다. 멀쩡한 청와대를 놔두고 수천억 원을 들여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했다. 대통령은 '469억 원이면 된다'고 장담했지만, 국방부가 대통령실 역내 합동참모본부 이전 비용으로 2390억 원이 소요된다고 국방부에 제출한 사업타당성조사 요구서를 낸 것을 보면 그 비용이 가히 천문학적이다. 그뿐인가. 국가보훈처는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을 짓고자 예산 460억 원을 편성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와중에 국세 수입은 크게 줄어드는데 정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강력한 부자 감세 정책을 편다. 지난해 10월 "윤 정부는 임기 중 감세 규모가 13조 원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60조 원에 이르고, 자연증가분까지 고려하면 250조 원에 달할 것"이며 "윤 정부가 건전 재정을 앞세우고 있으나 감세로 인해 달성이 어렵고, 사회복지·고용분야의 지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 바 있다(우석진 명지대 교수, 서사연·경제발전학회·산업연구원 공동 심포지엄 중).

검사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2022년 3월 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년 3월 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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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검사' 윤석열의 뚝심과 용기를 지지했다. 그는 2013년 국정원 댓글공작 특별수사팀장을 하다가 여주지청장으로 밀려났다. 그러다가 그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당시 윗선에서 어떤 수사 방해 압력을 받았는지 과감히 폭로했다. 당시 그의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 그 뒤 윤 검사가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 투입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에 오르자 '잘 해내리라' 믿으며 기대했다. 돌이켜보니 그때는 '윤석열'이라는 인물의 본모습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대선후보 당시 장모와 배우자가 연루된 의혹에 대해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발언이 허위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은 사과나 추가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장모의 '도촌동 사건' 의혹과 관련해선 2021년 12월 14일 관훈클럽 토론에서 그는 "상대방에게 50억 원 정도 사기를 당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월 법원은 관련 소송에 대해 '원고(장모 최은순씨)가 부동산실명법 등을 어겨 챙긴 부당 이익에 따른 과징금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장모가 차명을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배우자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어떤가. "한 네 달 정도 맡겼는데 손실이 났고요. 그 도이치모터스만 한 것이 아니고 10여 가지 주식을 전부 했는데 손실을 봐서 저희 집사람은 거기서 안 되겠다 해서 돈을 빼고 그 사람(주가조작 선수)하고는 절연을 했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발언이었다(2021년 10월 15일, 국민의힘 대선경선 토론).

그러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주범 권오수씨 등에 대한 1심 선고(2023년 2월) 결과엔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에 연루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판결 내용이 적시돼 있다. 주가조작에 동원된 계좌 중에 '김건희 명의' 계좌가 있었다는 것. 대통령실은 '주가조작을 공모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하는 자에 대해선 날이 선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9월 미국 순방 중에 자신이 무심코 내뱉은 '바이든 대통령' 관련 발언을 두고 되레 '가짜뉴스'라며 이를 보도한 MBC와 해당 기자를 공격했다. 

대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뒤집는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의 해법을 내놓고 대일 굴욕 외교를 한 것에 대해 국민적 분노가 거센데도 '이미 충분히 이해를 구했다' '감정적 대응' 등을 운운하며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겼다. 

야당 대표와 만나 국정 현안을 한 차례도 의논하지도 않았다. 통합이 요구되는 직책을 수행함에 있어서도 피아가 분명하고, 내로남불의 일방독주를 일삼고 있다. 

"민주주의, 자유, 인권", 다 맞는 말... 그러나 실제로는 텅 비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꼭 1년 전 취임사에서 "자유는 결코 승자독식이 아니다"라며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8일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선 '민주주의 위기'를 우려하며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주의는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공동체의 정치적 의사결정 시스템입니다. 이러한 의사결정은 진실과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기반해야 합니다."

딴은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이런 말들은 전두환 시절 내세운 '정의사회 구현'이란 표어처럼 속이 텅 비어 있다. 그는 경쟁 후보와 역대 가장 근소한 표차(24만여 표)로 당선됐으면서도 그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들을 눈길에 두지 않는 정치를 폈다. 집권 1년 동안 국정 지지율이 30%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도 국민 다수의 소리에는 귀 기울이려 들지 않는다. 비판 언론은 국정 홍보 방송쯤으로 만들려는 조짐도 보인다. 법조인 출신이라 최소한 헌법과 법률은 지킬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가벼이 무시하며 '시행령 통치'를 하려 든다.
 
'윤석열 정부 1년에 부치는 기독교 목회자 1천인 시국선언‘이 4일 오전 서울 종로 5가 기독교회관 조예홀에서 열렸다.
 '윤석열 정부 1년에 부치는 기독교 목회자 1천인 시국선언‘이 4일 오전 서울 종로 5가 기독교회관 조예홀에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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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목회자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교회 안엔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가진 신자들이 있게 마련이고, 담임 목사가 시국선언에 참여하면 그것을 빌미로 공격할 사람들도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주교와 달리 개신교는 개교회주의(個敎會主義)가 강하고 교회의 장로들을 비롯한 중직자들의 영향력이 큰 편이다. 그들에게 밉보이면 대책 없이 쫓겨나는 일도 허다하다. 시국선언 명단이 '살생부'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런데도 1000명 넘는 목회자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그만큼 현 윤석열 정부가 민의를 거스르는 정치를 하기에 '이러다간 정말 나라가 망하겠다'는 큰 위기감에 비상한 각오로 떨쳐 나선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번 시국선언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차마 이름을 올리지 못한 목회자는 숱하게 많다.

목회자들의 이번 외침에 윤 정권이 얼마나 귀 기울일지는 의문이다. 솔직히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으로 보인다. 집권 1년 만에 이런데, 앞으로 남은 임기 4년을 이런 식으로 이끈다면 아찔해 상상하기조차 싫다. 내각을 전면 교체하고 야당과 연정 형태로 국정을 이끌지 않는 한 다른 뾰족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그럴 수 없다면 무능과 함량 미달을 인정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게 국민과 국익을 위한 최선책이라고 생각한다. 가뜩이나 지뢰밭을 지나는 듯 복잡하고 어려운 안팎의 환경 속에서 대통령직을 마음대로 해서야 되겠는가?

[관련 기사]
순식간에 모인 목회자 1000여 명... "대통령님,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https://omn.kr/23sxk
윤 정부를 위해 기도했던 목사가 시국선언에 참여한 이유 https://omn.kr/23sqn
내가 목회자 시국선언 참여한 이유... 정치구조 뿌리째 바꿔야 https://omn.kr/23tp7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싣습니다.


태그:#윤석열 대통령, #목회자 시국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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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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